에스엠 소속 아이돌 에스파와 버추얼 아바타 멤버들의 모습. 버추얼 아바타는 자이언트스텝이 제작했다. /에스엠 제공
에스엠 소속 아이돌 에스파와 버추얼 아바타 멤버들의 모습. 버추얼 아바타는 자이언트스텝이 제작했다. /에스엠 제공
팬미팅도, 집회도, 기자회견도 가상현실에서 하는 시대다. 메타버스 시대가 부쩍 가까워지면서 관련주도 들썩이고 있다. 메타버스 대장주로 불리는 자이언트스텝은 이달에만 주가가 두 배 뛰면서 장중이지만 시가총액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들 기업의 사업 모델이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일부 종목은 기대감에 주가가 지나치게 폭등했다며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조 기업’ 된 자이언트스텝

20일 자이언트스텝은 8.53% 급등한 10만3100원에 장을 마쳤다. 자이언트스텝은 에스엠 소속 아이돌그룹 에스파의 버추얼 아바타를 제작한 업체로, 메타버스 대장주로 불린다. 메타버스 테마를 이끌며 주가가 폭등했다. 이달 주가 상승폭만 86.1%에 달한다. 이날 자이언트스텝의 시가총액은 장중 1조원을 넘기며 한때 YG엔터테인먼트 추월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상장한 뒤 4개월 만에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한 셈이다.
다른 메타버스 관련주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을 통해 메타버스 시장을 공략 중인 위지윅스튜디오덱스터는 이달 각각 37.54%, 23.3% 올랐다. 얼굴인식 기술 전문회사 알체라는 같은 기간 41.52% 상승했다. 알체라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이달 코스피지수가 1.94%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메타버스 관련주는 눈에 띄게 폭등 중이다.

메타버스 관련주에 불을 댕긴 것은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맥스트의 청약 흥행이다. 지난 16~19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거친 맥스트는 청약 증거금만 6조원 넘게 모으면서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코로나 재확산도 메타버스 주가를 자극한 요인이다. 다시 언택트 관련주가 각광받으면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주가 수혜주로 부상한 것이다. 이 밖에 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메가트렌드로 발전할 것이 확실시되는 테마인 메타버스에 관심이 집중된 것도 주가 강세 이유로 꼽혔다.

한 펀드매니저는 “델타 변이 등으로 주가는 빠지고 증시에 마땅한 재료도 없는 상황”이라며 “메타버스라는 확실한 재료가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단기 급등” 우려도

다만 시장에서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사업적 측면에서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자이언트스텝은 상장 직전까지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고 지금도 메타버스와 관련해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정짓지 못했다”며 “위지윅스튜디오 역시 XR스튜디오를 만들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긴 한데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 등 사업 모델이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주가가 기대감에 단시간 지나치게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초기에 특이한 테마가 나오면 시장이 세게 반응하곤 한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투자 대안으로는 해외 관련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의 경우 로블록스 등 대규모 이용자를 모으고 있는 메타버스 종목도 이미 존재한다. 메타버스산업에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 ETF’(티커명 META)는 엔비디아, 텐센트, 마이크로소프트,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생태계와 관련된 종목에 투자한다. 국내에서는 ‘KB글로벌메타버스경제’나 ‘삼성글로벌메타버스’ 등 펀드를 통해 미국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간접 투자할 수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