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로드컴의 데이터 분석업체 SAS 인수 시도가 큰 화제가 되었다. SAS 경영진이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인수는 무산되었지만, 200억달러를 주고 SAS라는 거대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하려 했다는 점은 브로드컴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게 한다.

브로드컴은 전세계 반도체 시가총액 6위 기업이다. 스마트폰부터 셋톱박스, 데이터센터, 기지국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무선 통신 반도체를 설계하는 네트워킹 칩 회사다. 그러나 회사 전략 측면에서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소프트웨어다.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 혹 탄(Hock Tan)은 2016년 브로케이드 55억달러, 2018년 CA테크놀로지 180억달러, 2019년 시만텍 107억달러 등 굵직한 소프트웨어 인수합병(M&A)을 추진해왔다. 현재 브로드컴 매출의 28%는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하며 SAS 인수에 성공했다면 그 비중은 40%에 달했을 것이다.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하는 이유는 재무적 동기와 비즈니스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기업 재무 측면에서 소프트웨어 사업부 영업마진은 70%로 반도체 53% 대비 높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브로드컴은 올해 회사채(100억달러) 발행 규모가 애플, 오라클과 톱3에 오르기도 했는데, 이처럼 부채를 일으켜 M&A를 추진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매출 성장과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가져가고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네트워크 솔루션, 보안 등 인프라 소프트웨어는 기존 반도체 사업부와 시너지 효과가 있다. CA테크놀로지스의 경우 네트워크 모니터링 및 AIOps(인프라운영 자동화) 기업으로, CA가 관리하는 네트워크 트래픽을 브로드컴 반도체가 다이렉트로 받아 처리함으로써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이 가능하다.

브로드컴의 소프트웨어 M&A 전략은 계속된다 [애널리스트 칼럼]
앞으로도 소프트웨어 인수합병을 통한 비유기적 성장 전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브로드컴은 2017년 퀄컴을 인수하려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고, 최근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반독점 조사에 나서는 등 반도체 관련 M&A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인프라 소프트웨어 시장은 반독점 규제나 국가안보 이슈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며, 아직 통폐합이 이뤄지지 않은 성장 초기단계라 인수합병을 통한 가치창출 기회가 훨씬 넓다.

< 허지수 대신증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