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시작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로 확산하고 있다. 델타 변이 감염자 비율이 99%를 넘은 영국에선 입원 환자 상당수가 백신 접종자라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에서도 코로나19 4차 유행이 시작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제활동을 위한 면역 장벽을 쌓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델타 변이 공격에 휘청거리면서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국으로 확산하는 델타 변이

20일 영국 의학저널(BMJ)에 따르면 델타 변이의 기초재생산지수가 최대 6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런 예방 조치를 하지 않으면 확진자 한 명이 6명에게 전파한다는 의미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초재생산지수는 3 정도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델타…기업 포스트코로나 전략도 '먹구름'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는 영국의 방역망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영국에선 코로나19 입원 환자 10명 중 4명이 백신을 맞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패트릭 밸런스 영국 최고과학자문관은 “백신이 100%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감염이 늘면서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하루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백신이 만능은 아니란 취지다. 영국 내 델타 변이 비율은 99.1%에 이른다.

영국 내 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자 미국은 다시 빗장을 걸어 잠갔다. 미국 국무부는 영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단계(레드)로 상향 조정했다. 적어도 오는 8월까지 영국으로의 여행 제한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 신규 환자가 전주보다 증가한 주는 48곳에 이른다. 최근 1주일간 하루평균 신규 환자는 3만2278명으로 1주 전의 1.66배로 증가했다. 미국에서 하루 확진자가 3만 명대까지 올라선 것은 5월 중순 이후 두 달 만이다.

독일에선 4차 확산이 시작됐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에 따르면 19일 독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46명, 사망자는 1명이다. 독일 내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자 비율은 67.4%로 지배종으로 올라선 지 한 달이 지났다. 지금 같은 확산세가 이어지면 10월께 입원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 복귀 계획 연기한 애플

업무 복귀를 계획했던 기업들은 델타 변이 확산세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9월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려던 애플은 계획을 최소 한 달 연기하기로 했다고 20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복귀 일정을 연기한 첫 사례다.

JP모간,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대형은행 경영진은 델타 변이 확산세가 뉴욕 등 대도시 근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점검에 나섰다. 딕 보브 오데온캐피털그룹 은행전문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팬데믹 공포가 미국을 휩쓸면서 대형 은행들의 전망도 바뀌고 있다”며 “(델타 변이) 위협이 지나가기 전까지 업무 재개 등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투자에 나섰던 항공사들도 긴장감이 높아졌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달 항공기 250대를 새로 구입했다. 이를 위해 투입한 금액만 300억달러(약 34조원)에 이른다. 올해 3월 사우스웨스트항공도 보잉 737맥스 항공기 100대를 새로 구입했다.

국내 기업도 초비상

국내 기업들도 ‘초비상’ 상태다. 3분기부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었던 기업들은 긴급하게 하반기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국내 한 10대 그룹 전략담당 임원은 “3분기부터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고, 글로벌 경기도 회복될 것으로 가정하고 사업계획을 구상했다”며 “이런 전제조건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가전 철강 등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관련 기업들은 지난 2분기까지의 수요 급증세가 갑자기 꺾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밀린 주문이 꽤 있지만, 델타 변이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순식간에 공급 과잉 국면으로 바뀔 수도 있어 델타 변이 확산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기업은 공장 증설 계획 등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투자 및 채용 계획을 다시 짜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3분기 이후에도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문을 닫는 기업이 다수 나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지현/도병욱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