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루 아침에 해결될 일을…" 은마아파트 전세 쏟아졌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은마 전세 매물 70→163건 '폭증'
‘재건축 2년 실거주’ 백지화되자
은마 전세매물 1주일 만에 2배 증가
주요 재건축단지 전셋값도 하락
"정부 말 믿은 소유자·세입자만 피해"
‘재건축 2년 실거주’ 백지화되자
은마 전세매물 1주일 만에 2배 증가
주요 재건축단지 전셋값도 하락
"정부 말 믿은 소유자·세입자만 피해"
“지난주부터 집주인과 세입자 등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집주인이 입주하지 않아도 되니 다시 전세를 내놓겠다는 문의가 가장 많지요", "이전까지만해도 월세 매물만 잔뜩이지 전세매물은 적었죠. 그나마도 전셋값이 높거나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계약 성사가 잘 안됐는데, 한 순간에 상황이 바뀐 겁니다"…(은마아파트 인근의 공인중개사들)
정부와 여당이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전면 백지화하자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전세 물량은 일주일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전세 호가도 1억원 넘게 하락하는 분위기다.
작년 6월 정부의 규제 발표 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낡은 재건축 아파트에 들어와 살려고 미리 세입자를 내보낸 집주인들이 규제 철회 소식에 전셋집을 다시 매물로 내놓으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하루 아침이면 해결될 일을 쓸데없는 규제로 국민들 맘 고생만 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가운데 '투기과열지역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얻기 위해서는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을 빼기로 했다. 이같은 발표가 난 12일 70건대 수준이던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사흘 만에 52% 늘어난 110건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 현재 163건의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 매물도 크게 증가했다. 12일 80건이던 은마아파트 월세 매물은 13일부터 꾸준히 늘어 20일 기준 115건이 시장에 나왔다. 일주일 만에 44% 급증한 것이다.
은마 단지 내 E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실거주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전입신고만 하고 비워둔 집이 대거 전월세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집주인이 몇천만원씩 집수리를 하며 입주했던 집을 그대로 다시 전세나 월세로 놓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대치역 인근 O공인중개사도 “세입자들이 이미 나가고 집주인들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집들은 현재 비어있는 채로 남아 있다”며 “갑자기 세입자를 구하려 하니 전세 매물이 많이 나와 당장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매물이 늘면서 수억원씩 급등하던 전셋값도 내리는 상황이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 전세 호가는 이달 초 8억원대 후반~9억원 정도였지만, 실거주 규제가 없어진 13일 이후엔 7억원짜리 급매물이 여럿 등장했다. 1억~2억원가량 호가가 떨어진 것이다. 6월 전세 실거래가 중 최저 금액(7억5000만원)보다도 5000만원이나 낮다.
재건축 단지 위주로 전세 물량이 늘자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 역시 지난 12일과 비교해 1.1%(1만9810→2만46건)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현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이 시장을 마비시켰다가 다시 정상화되는 모습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시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행하려 한 조합원 2년 실거주 규제가 얼마나 전세 시장의 공급을 틀어막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다만 1년 전 정부의 실거주 규제 정책 예고를 믿고 움직였던 국민은 대부분 황당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낡은 아파트에 살기 위해 인테리어에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한 사람들이 피해자다. 적게는 1000만~2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들여 집을 수리했는데, 실거주 의무 규제가 전면 백지화되면서 수천만원을 날린 셈이 됐다. 갑작스레 전셋집에서 쫓겨난 세입자들은 상승한 전셋값과 이사 비용을 감당하게 됐다.
실거주 여건이 안 돼 재건축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처분했는데 이후 집값이 억 단위로 뛰어 땅을 치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상계주공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김 모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방침이 발표되면서 실거주할 형편이 안되는 집주인들이 집을 판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이제 가격이 최소 1억~2억원은 뛰었는데 이들은 정부 말을 따르다가 각종 세금과 복비, 재건축에 따른 프리미엄 등을 허공에 날렸다”고 안타까워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정부와 여당이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전면 백지화하자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전세 물량은 일주일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전세 호가도 1억원 넘게 하락하는 분위기다.
작년 6월 정부의 규제 발표 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낡은 재건축 아파트에 들어와 살려고 미리 세입자를 내보낸 집주인들이 규제 철회 소식에 전셋집을 다시 매물로 내놓으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하루 아침이면 해결될 일을 쓸데없는 규제로 국민들 맘 고생만 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집주인들, 직접 들어가려다 맘 바꿔
21일 부동산 정보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 20일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163건으로 7월 12일(74건)의 두 배 넘게 늘었다. 실거주 의무가 사라진 집주인들이 본인이 살려고 생각했거나 비워두었던 집을 다시 전세로 내놓아서다.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가운데 '투기과열지역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얻기 위해서는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을 빼기로 했다. 이같은 발표가 난 12일 70건대 수준이던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사흘 만에 52% 늘어난 110건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 현재 163건의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 매물도 크게 증가했다. 12일 80건이던 은마아파트 월세 매물은 13일부터 꾸준히 늘어 20일 기준 115건이 시장에 나왔다. 일주일 만에 44% 급증한 것이다.
은마 단지 내 E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실거주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전입신고만 하고 비워둔 집이 대거 전월세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집주인이 몇천만원씩 집수리를 하며 입주했던 집을 그대로 다시 전세나 월세로 놓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대치역 인근 O공인중개사도 “세입자들이 이미 나가고 집주인들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집들은 현재 비어있는 채로 남아 있다”며 “갑자기 세입자를 구하려 하니 전세 매물이 많이 나와 당장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매물이 늘면서 수억원씩 급등하던 전셋값도 내리는 상황이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 전세 호가는 이달 초 8억원대 후반~9억원 정도였지만, 실거주 규제가 없어진 13일 이후엔 7억원짜리 급매물이 여럿 등장했다. 1억~2억원가량 호가가 떨어진 것이다. 6월 전세 실거래가 중 최저 금액(7억5000만원)보다도 5000만원이나 낮다.
은마 월세매물도 80→115건, 성산시영 전세 20→40건 증가
은마아파트처럼 조합 설립 전 재건축 단지인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전세 매물도 12일 20건에서 20일 40건으로 두 배 증가했다. 성산시영 역시 전용 50㎡가 이달 17일 3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2억원 중반대 전세 매물이 나왔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도 20% 정도 늘었다. 강남구 개포동 현대1차는 34% 가량 증가했다. 성산시영아파트 인근 W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의 전월세 문의가 늘고 있어 당분간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재건축 단지 위주로 전세 물량이 늘자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매물 역시 지난 12일과 비교해 1.1%(1만9810→2만46건)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현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이 시장을 마비시켰다가 다시 정상화되는 모습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시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행하려 한 조합원 2년 실거주 규제가 얼마나 전세 시장의 공급을 틀어막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다만 1년 전 정부의 실거주 규제 정책 예고를 믿고 움직였던 국민은 대부분 황당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낡은 아파트에 살기 위해 인테리어에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한 사람들이 피해자다. 적게는 1000만~2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들여 집을 수리했는데, 실거주 의무 규제가 전면 백지화되면서 수천만원을 날린 셈이 됐다. 갑작스레 전셋집에서 쫓겨난 세입자들은 상승한 전셋값과 이사 비용을 감당하게 됐다.
실거주 여건이 안 돼 재건축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처분했는데 이후 집값이 억 단위로 뛰어 땅을 치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상계주공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김 모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방침이 발표되면서 실거주할 형편이 안되는 집주인들이 집을 판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이제 가격이 최소 1억~2억원은 뛰었는데 이들은 정부 말을 따르다가 각종 세금과 복비, 재건축에 따른 프리미엄 등을 허공에 날렸다”고 안타까워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