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탐방 노트 - 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 조선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 3월 친환경 저소음 인증 원유운반선을 시운전하고 있다. 여객선 아닌 화물선이 이 인증을 받은 건 처음이다. /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 조선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 3월 친환경 저소음 인증 원유운반선을 시운전하고 있다. 여객선 아닌 화물선이 이 인증을 받은 건 처음이다.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말 미래 성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룹 전사가 일관된 수소 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수소 생산에서 운송 및 저장, 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두 핵심 법인은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오일뱅크다.

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 조선·해양 사업을 진행하고, 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에너지 분야를 담당해 두 축을 중심으로 수소 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할 예정이다. 친환경 조선·해양 사업은 그린수소 인프라, 디지털 선박, 친환경 선박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조선·해양 사업 본격 추진

첫째, 그린수소 인프라 사업은 수소에너지를 얻어내는 원천 인프라를 한국조선해양 조선 자회사의 기술력으로 구축할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그린수소 생산 인프라 형성을 위해 해양플랜트와 수전해 기술을 융합, 해상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중 가장 큰 조선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은 해상 위 고정식 플랫폼 건조를 300건 이상 수행한 기록이 있다. 수소 운반선 개발을 통해 해상 인프라에서 만든 수소에너지의 운송도 한국조선해양에서 선박으로 커버하는 그림을 만들 예정이다.

둘째, 디지털 선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선박 자율 운항 전문 회사인 사내 벤처 ‘아비커스(Avikus)’를 두고 있다. 지난 6월에는 12인승 크루즈 선박의 ‘선박 자율 운항 시연회’ 영상을 공개했다. 길이 10km의 포항운하는 수로 폭이 10m로 좁은 데다 운항 환경도 까다로운 편이지만, 300km 떨어진 과천의 관제센터에서 관제·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인텔리전스 선박 개발로 선박 사고 등을 최소화하고, 리스크 예측 관리를 통해 예고 정비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달라진 조선업 게임의 법칙, 수소에너지로 앞서간다
LNG 추진선이 1차 목표

셋째, 친환경 운반·추진 선박의 개발 목표를 세밀하게 잡아 선박 시장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선봉에 서겠다는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탄소와 질소산화물 형성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궁극적 목표를 수소연료전지 선박 제조로 두는 데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수소연료전지 선박 개발은 단기간에 완성 단계에 접어들기 어렵다. 한국조선해양은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해 1단계로 LNG 추진선, 2단계로 암모니아 추진선, 3단계로 수소 연료전지 전기 추진 선박 개발을 차례대로 달성할 예정이다.

현재 대부분의 상위 선사들이 전통적 오일 에너지 다음의 차세대 에너지로 LNG를 선택하는 상황이다. LNG 운반선의 이중 추진 기술이 이미 상용화되어 기술 전환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1단계를 넘어 바로 2단계로 진입을 선언한 선사로는 세계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사를 들 수 있다.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로, 연료 소모량이 큰 컨테이너 선대를 가장 많이 다루는 선사이기에 선박 연료 시장에서 갖는 발언권이 크다.

머스크사는 LNG를 대체하는 차세대 선박 연료 중 하나로 꼽히는 메탄올 추진선의 최초 운항시점을 2023년으로 잡고, 그 최초 선박을 얼마 전 현대미포조선에 발주한 바 있다. 현대미포조선 또한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에 해당한다. 중소형 피더선(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기항하는 중추항만과 인근 중소형 항만 간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중소형 컨테이너 선박)의 개발 건조를 도맡을 것으로 보여 대형선의 메탄올 추진선 수주 가능성도 가장 높다.

얼마 전 종료된 국제해사기구(IMO)의 MEPC 76차 회의를 통해 선박 시장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 시기를 뒤로 미루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선박들의 에너지 효율 측정에 대한 기준치 및 지표 등도 확정지었다. 친환경 투자를 진행하지 않는 선주들은 투자 비용보다 높은 유지 비용을 지불하다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확인시키는 회의다. 한국조선해양은 빠르고, 크고, 싼 선박을 잘 만드는 조선업체들이 장기적 성장성을 바라볼 수 있는 시장이 아님을 정확히 간파했다. 그룹사 내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친환경 수소에너지 생산부터 운반, 활용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걸친 리딩컴퍼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조선해양 주가. /신영증권
한국조선해양 주가. /신영증권
수소 밸류체인 완성 위한 자금 필요

조선산업이 환경 규제 강화를 발판으로 재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한국조선해양이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상장을 진행하는 이유는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조선업체들의 주가는 수주는 풍부하지만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은 국면에 접어들면서 어닝 시즌마다 조정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 진행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또 다른 사업회사의 상장 카드를 꺼내 들자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사업회사 대비 지주회사에 대한 평가가 박한 한국 시장에서 5월 이후 주가 움직임은 어느 정도 설명 가능하다.

이제는 장기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산업재 기업은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불황기보다 못한 평가를 받게 될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으로 산업 구조조정에 기여하고, 자회사들의 시장 공개를 통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룹 구조 개편의 중심에 서 있고, 친환경·신기술 사업의 결과물이 집결되는 한국조선해양에 주목할 때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