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올라 죽을 맛인데…임대차3법 '자화자찬'이라니 [김하나의 R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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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의무 철회 후…시장 급속도로 안정
공급 확대, 규제완화 정답 놔두고…
임대차 갱신율 높다고 자찬 나서는 정부
공급 확대, 규제완화 정답 놔두고…
임대차 갱신율 높다고 자찬 나서는 정부
서울 임대차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의 실거주 의무 2년을 철회하기로 하고 매물이 쏟아져서다.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물론이고 낡았지만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지한 아파트마다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전세를 간절히 원하는 무주택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주거환경은 둘째치고 주거안정성 문제는 '삶'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식은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도 과정이 어찌됐건간에 다행스럽다 싶었다.
그런데 21일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표가 나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차 3법’으로 임차인 다수가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전세 매물 급감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등을 우려했지만 전세 거래량이 평년 수준을 넘어선다는 통계 등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임대차 갱신율이 3법 시행 전 1년 평균 갱신율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57.2%)이었는데 시행 후 77.7%로 높아졌다. 이로인해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도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늘어났다. 홍 부총리는 이 같은 통계를 두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제고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게 뭔가. 법으로 강제해 놓은 내용을 시장 안정의 척도로 분석하고 있었다. 시장에는 전셋값이 급등하고 매물이 없어서 난리다.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2.37%가량 상승했지만, 임대차법 시행 후 1년간 16.69% 올랐다. 4·7보궐선거에서 패배하고 부동산 정책실패를 인정한 게 엊그제였다.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갱신을 해준 임대인의 사정이나, 갱신은 했지만 이사갈 집 걱정에 잠 못이루는 임차인의 심정은 들리지 않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오를대로 오른 전셋값에 결혼은 엄두도 못내는 청춘들의 사정을 들려주는 이는 주변에 없었나 싶다. 최근 인기이자 단골 멘트인 '집값'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국내에서 연구기관·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고평가 가능성과 주택가격 조정시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 19 기간중 집값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상승, 향후 부동산 분야의 취약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국제결제은행(BIS) 연례보고서에서 지적했다"고 말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은행, 정부까지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중 몇몇은 "2~3년 후에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대체 이런 경고를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이 얘기를 듣고 위축되거나 찔려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다) 어쨌든 부총리는 또 경고했다.
이미 시장은 똑똑하고 합리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까지 가지 않아도 일반인도 알 수 있는 수준에서 말이다. 실거주 2년 의무가 폐지되고 돌아가는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고작 시행되지도 않은 법 하나 철회했을 뿐인데, 시장은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아파트실거래(아실)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서울에서 전세매물이 증가한 상위권 아파트는 재건축 아니면 입주 아파트였다. 증가율 1위는 단연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전세매물이 182건이어서 일주일 전 72건보다 152.7%가 급증했다. 다음으로는 입주 아파트인 은평구 수색동의 DMC SK뷰로 46건에서 95건으로 전세가 늘었고, 재건축인 성산시영은 22건에서 40건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들 아파트만 봐도 답은 뻔히 나온다. 세입자들의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고 규제를 풀어주면 된다.
물론 증가율이 높을 뿐이지 대단지에서 전세매물로는 과거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은마 아파트는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과 7월말 임대차법 시행이 본격화되기 전인 6월초만 하더라도 전세매물은 300건·월세매물은 700건을 웃돌았다.
무주택자들이 주로 있는 부동산 카페에서는 "조응천(의원)이 아무래도 당사자다보니 정신차린 것 같다. 이제는 박주민만 정신차리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 조 의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가, 이번에 철회한 장본인이다. 배우자와 함께 소유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대해 5억9000만원에 전세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철회로 조 의원은 직접 들어가 거주할 필요가 없게 됐다.
부동산 카페에서 박주민 의원을 언급하는 이유는 '임대차 3법' 때문이다. 지난해 7월말부터 갑작스럽게 시행된 임대차법으로 계약갱신과 신규계약간의 괴리가 벌어지는 등 시장은 왜곡되고 있다. 임대인들은 보유세 부담까지 늘면서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임대차법 덕분(?)에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KB리브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지난 6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은 6억2678만원이었다. 지난해 5월 4억8656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1억4022만원, 28.81%가 올랐다. 7월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주간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어 우상향 흐름이 예상된다.
정신승리도 이만하면 됐다. 정부는 갱신권 이후인 1~2년 후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다음 정권의 부담과 또다른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치를 것이지 고민해야 한다. 임대인들은 새로운 세입자들에게 전셋값을 올릴 채비를 하고 있고, 임차인은 상승할 전셋값을 감당하느니 서울 외곽이나 인천·경기에서 내 집 마련을 알아보고 있다. 이사철도 아닌데 무주택자들은 여름 휴가에 집을 보러 다니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다. 열까지 받고 싶지 않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그런데 21일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표가 나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차 3법’으로 임차인 다수가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전세 매물 급감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등을 우려했지만 전세 거래량이 평년 수준을 넘어선다는 통계 등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임대차 갱신율이 3법 시행 전 1년 평균 갱신율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57.2%)이었는데 시행 후 77.7%로 높아졌다. 이로인해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도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늘어났다. 홍 부총리는 이 같은 통계를 두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크게 제고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게 뭔가. 법으로 강제해 놓은 내용을 시장 안정의 척도로 분석하고 있었다. 시장에는 전셋값이 급등하고 매물이 없어서 난리다.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2.37%가량 상승했지만, 임대차법 시행 후 1년간 16.69% 올랐다. 4·7보궐선거에서 패배하고 부동산 정책실패를 인정한 게 엊그제였다.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갱신을 해준 임대인의 사정이나, 갱신은 했지만 이사갈 집 걱정에 잠 못이루는 임차인의 심정은 들리지 않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오를대로 오른 전셋값에 결혼은 엄두도 못내는 청춘들의 사정을 들려주는 이는 주변에 없었나 싶다. 최근 인기이자 단골 멘트인 '집값'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홍 부총리는 "국내에서 연구기관·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고평가 가능성과 주택가격 조정시 영향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 19 기간중 집값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상승, 향후 부동산 분야의 취약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국제결제은행(BIS) 연례보고서에서 지적했다"고 말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은행, 정부까지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중 몇몇은 "2~3년 후에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대체 이런 경고를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이 얘기를 듣고 위축되거나 찔려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다) 어쨌든 부총리는 또 경고했다.
이미 시장은 똑똑하고 합리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까지 가지 않아도 일반인도 알 수 있는 수준에서 말이다. 실거주 2년 의무가 폐지되고 돌아가는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고작 시행되지도 않은 법 하나 철회했을 뿐인데, 시장은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아파트실거래(아실)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서울에서 전세매물이 증가한 상위권 아파트는 재건축 아니면 입주 아파트였다. 증가율 1위는 단연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전세매물이 182건이어서 일주일 전 72건보다 152.7%가 급증했다. 다음으로는 입주 아파트인 은평구 수색동의 DMC SK뷰로 46건에서 95건으로 전세가 늘었고, 재건축인 성산시영은 22건에서 40건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들 아파트만 봐도 답은 뻔히 나온다. 세입자들의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고 규제를 풀어주면 된다.
물론 증가율이 높을 뿐이지 대단지에서 전세매물로는 과거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은마 아파트는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과 7월말 임대차법 시행이 본격화되기 전인 6월초만 하더라도 전세매물은 300건·월세매물은 700건을 웃돌았다.
무주택자들이 주로 있는 부동산 카페에서는 "조응천(의원)이 아무래도 당사자다보니 정신차린 것 같다. 이제는 박주민만 정신차리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 조 의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가, 이번에 철회한 장본인이다. 배우자와 함께 소유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대해 5억9000만원에 전세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철회로 조 의원은 직접 들어가 거주할 필요가 없게 됐다.
부동산 카페에서 박주민 의원을 언급하는 이유는 '임대차 3법' 때문이다. 지난해 7월말부터 갑작스럽게 시행된 임대차법으로 계약갱신과 신규계약간의 괴리가 벌어지는 등 시장은 왜곡되고 있다. 임대인들은 보유세 부담까지 늘면서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임대차법 덕분(?)에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KB리브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지난 6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은 6억2678만원이었다. 지난해 5월 4억8656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1억4022만원, 28.81%가 올랐다. 7월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주간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어 우상향 흐름이 예상된다.
정신승리도 이만하면 됐다. 정부는 갱신권 이후인 1~2년 후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다음 정권의 부담과 또다른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치를 것이지 고민해야 한다. 임대인들은 새로운 세입자들에게 전셋값을 올릴 채비를 하고 있고, 임차인은 상승할 전셋값을 감당하느니 서울 외곽이나 인천·경기에서 내 집 마련을 알아보고 있다. 이사철도 아닌데 무주택자들은 여름 휴가에 집을 보러 다니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다. 열까지 받고 싶지 않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