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 /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제주도지사. /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는 2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당 밖의 후보를 '당근과 시금치'라 하면서 원팀의 정신을 흐리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최근 이 대표가 "비빔밥이 거의 다 완성됐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당근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시금치에 빗대 입당을 압박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날 원 지사는 '이준석 대표, 원팀 정신이 필요합니다' 제하 입장문을 내고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전체의 원팀 정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내로남불 권력을 연장하려는 여권의 정치 공작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선거 관련 부처, 국정원, 경찰, 친여 언론, 시민단체 등 다양한 방식이 총동원될 것"이라며 "제2의 드루킹, 제2의 병풍 공작이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X-파일 운운하며 야권 후보에 대한 음습한 정치 공작이 스멀스멀 퍼지고 있다"며 "국민 주권을 농락하는 이런 정치 공작에는 범야권 후보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선 경기는 개인기와 팀워크 둘 다 중요하다. 모든 후보는 경쟁자이자 동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특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다른 후보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범야권 전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대선 게임의 본질이다. 반기문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고 당부했다.

원 지사는 "이준석 대표는 여권의 정치 공작에 맞서 범야권 후보를 지키고 힘을 확장해 가야 한다. 당 밖의 후보를 당근과 시금치라 하면서 원팀의 정신을 흐리면 안 된다"며 "그(윤 전 총장, 김 전 부총리)는 당근과 시금치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비빔밥을 만들어 국민에게 드려야 할 요리사 중 한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정권 교체를 바라는 모든 후보들은 원팀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9일 YTN 뉴스Q에 출연해 윤 전 총장과 김 전 부총리의 입당을 사실상 압박했다. 이 대표는 "당 외 주자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추가돼서 이미 비빔밥이 거의 다 완성됐다"며 "지금 당근 정도 빠진 상황"이라고 윤 전 총장을 당근에 비유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래도 당근하고 시금치 빠진 정도"라고 답했다.

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21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대선 주자를 비빔밥 고명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비빔밥에서 당근, 고기, 계란 모든 것은 동등하게 중요하다"며 "저는 당근이 없으면 밥을 안 먹는다"고 되받아쳤다.
원희룡 제주지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원희룡 제주지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