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등 법정화폐와 1 대 1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서자 제도권 편입 여부를 두고 논쟁이 오가고 있다. ‘낙관론’은 가치가 안정적인 데다 국가 간 빠른 지급결제가 가능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언제든 가치가 ‘0’이 될 가능성이 있고, 암호화폐 파생상품 등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지 모른다는 ‘비관론’도 있다.

21일 암호화폐 분석회사 메사리에 따르면 미 달러화와 1 대 1로 교환 가능한 주요 스테이블코인 6종의 시가총액은 1104억달러로 연초(286억달러) 대비 네 배 규모로 급등했다. 시세가 고정돼 있는 만큼 코인 발행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는 테더(USDT), 바이낸스USD, USD코인 등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가치가 법정화폐에 고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송금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은행 없이도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해 수수료 없이 짧은 시간 안에 해외 송금까지 할 수 있다. 암호화폐의 장점과 법정화폐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은 코인 개발사가 보유하고 있는 법정화폐(달러화), 암호화폐, 회사채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데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기초자산이 충분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타이탄이라는 스테이블코인은 코인 개발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서둘러 현금화에 나서면서 가치가 0이 됐다.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는 5월 달러화 보유액이 시총의 3.8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테더는 기본 자산이 상업용지·담보 대출·회사채 및 귀금속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위험 펀드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가 커지자 세계 각국은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19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등이 참석한 ‘대통령 직속 금융시장 실무그룹 회의’를 소집해 수개월 안에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안을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한국은행도 8일 ‘스테이블코인 규제 동향과 중앙은행 역할 연구’ 용역을 내고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