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다
한 송이 꽃과 얼룩말 인형이 나란히 있다. 얼룩말 목각인형은 마치 꽃을 감상이라도 하듯 조심스러운 자세로 꽃을 향했다. 은은한 색감 때문에 파스텔화처럼 보이지만, 사진가 김수강의 정물 사진 ‘꽃과 얼룩말’이다. 모든 과정을 작가의 손으로 하는 검바이크로메이트 방식으로 인화해,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색감과 농담(濃淡)이 드러났다. 조화(造花)와 인형이 함께 있는 평범한 장면이 아늑하고 쓸쓸하면서 동시에 예스러운 느낌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씨는 수건, 보자기, 그릇 등 일상의 소소한 물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물 사진 작업을 해왔다. 풍경이나 인물과는 달리, 정물은 작가의 의지와 감성을 피사체에 반영할 수 있어서다.

작가는 일상의 사물을 응시하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아낸다. 인화 작업 자체도 김씨에게는 예술적 활동의 일부분이다. 오랜 시간 참고 기다려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과정에서 작가는 ‘느림의 미학’을 체험한다. 김씨의 작품들은 강원 평창 류경갤러리에서 12월 12일까지 전시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