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보툴렉스’
휴젤 ‘보툴렉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선두 업체 휴젤 매각 본입찰이 이달 말 진행된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휴젤의 최대주주인 글로벌 PEF운용사 베인캐피탈과 매각주간사 BoA메릴린치는 이달 말 본입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현재 GS그룹과 중국 현지 제약사 등 연관 사업을 갖고 있는 기업들, 복수의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 등이 회사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은 한때 신세계와 삼성, LG그룹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인수를 검토하는 등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매물이다. 보툴리눔 톡신 시장 성장세가 뚜렷한 데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중국 정부의 공식 판매 허가를 따 낸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IMCAS Asia에서 현지 전문의 원위 우가 ‘푸른 병 속의 예술, 레티보’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제공=휴젤
IMCAS Asia에서 현지 전문의 원위 우가 ‘푸른 병 속의 예술, 레티보’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제공=휴젤
휴젤이 국내외 각 대기업들의 주목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 판매허가권을 확보한 유일한 국내 업체'였기 때문이다. 휴젤은 지난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가 중국 내 판매 승인을 얻으며 해외 진출의 물꼬를 텄다. 허가를 신청한 지 2년 여 만에 얻은 결실이다. 중국 허가 신청은 경쟁사인 메디톡스가 6개월 가량 먼저 진행했지만,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특허 분쟁을 벌이는 사이 휴젤이 반사이익을 보면서 '첫발'을 먼저 내딛는 데 성공했다.

현재 중국 시장 내 공식 판매 허가를 얻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레티보를 포함 앨러간의 '보톡스', 란주연구소 'BTX-A', 입센 '디스포트' 등 4개 제품에 불과하다. 앨러간의 제품이 중국 현지사 제품 대비 5배 가까이 비싸게 책정되는 등 가격 격차도 뚜렷하다.

휴젤 입장에선 중국 시장에서 앨러간 제품 대비 70~80%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중국 현지 제품 대비 고급화 전략을 펴 중간지대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LG생활건강, 삼성, SK 등 중국 시장 내에서 브랜드가 어느정도 알려진 국내 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만 얹으면 휴젤의 레티보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장을 넓히면 이익률을 크게 끌어올릴 가능성도 높았다. 베인캐피탈이 인수하기 전 휴젤은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10~20% 수준에 불과한 한국과 동남아를 무대로 활동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진출이 성사되면서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30~40%로 '무대'가 넓어진다. 여기에 유럽과 미국 시장 허가를 따내면 세계 90% 시장에서 공식 판매가 가능한 유일한 업체로 자리잡을 수 있는 점도 인수 후보들의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휴젤은 중국 판매 허가 승인 직후 '2025년 매출 1조원'을 청사진을 내걸었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즉각적인 성장세도 관측되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각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보툴리눔 톡신의 단가가 높지 않지만, 미국 시장은 시장 규모도 훨씬 클 뿐 아니라 도매가 기준 원가도 국내 대비 10배 가까이 비쌀 정도로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LG·GS가 들여다봤다…이 회사 매력이 도대체 뭐길래? [마켓인사이트]
진입장벽이 뚜렷한 보툴리눔 톡신 시장 특성상 이익창출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업계에선 글로벌 선두사인 앨러간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영업이익률은 95%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투입해야할 원가가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주력사업들의 정체 속에서 신규 먹거리를 찾아야할 국내 대기업 입장에선 한 번쯤 인수를 검토해 볼 요인 중 하나다.

다만 이같은 장점에도 인수 후보들이 인수전 참여를 주저하는 덴 복잡한 특허 문제가 엮여있다는 평가다. 회사를 둘러싼 '균주 출처'를 둔 소송 가능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6년부터 메디톡스가 균주 출처를 두고 대웅제약과 공방을 벌여온 점이 대표적이다.

올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의 제조기술 도용 혐의를 인정하면서 대웅제약 측이 현지 판매사를 통해 합의금 및 일부 로열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소송이 마무리되면 휴젤 등 다른 경쟁사에도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언급됐다. 소송의 향방과 무관하게 M&A 절차에선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몸값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최근 이탈한 후보들도 검토 후 '그 가격에는 매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인수 절차를 밟은 신세계가 최근 인수의사를 철회한 데 이어 자문단을 꾸려 인수를 살펴온 삼성그룹도 최근 "더 이상 검토하지 않는다" 밝혔다.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한 LG생활건강도 내부 CEO 보고 절차까지 마쳤지만 "향후 있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매각 측 대주주가 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가 아닌 PEF운용사인 점도 인수 후보 입장에선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통상적인 M&A에선 진술과보증(W&I) 등 별도 계약을 통해 향후 특허 소송 결과에 따른 책임을 일정정도 매각 측에 전가할 수 있다. 하지만 펀드 수익률을 확정짓고 투자자들에 분배해야할 PEF 운용사 입장에선 해당 계약을 구조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