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21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직면할 수 있는 핵심 장애물로 불투명하고 일관성 없는 규제를 꼽았다. 정부 당국이 ‘구두 지침’을 남발하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했다.

국무부는 이날 내놓은 ‘2021 투자환경 보고서’ 한국편에서 “규제의 불투명성, 일관성 없는 규제 해석, 예상치 못한 규제 변경, 뒤떨어진 기업 지배구조, 경직된 노동정책, 한국 특유의 소비자 보호 조치 등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장애물”이라고 진단했다. 투자환경 보고서는 국무부가 미국 기업이 진출했거나 진출할 수 있는 170여 개국의 시장 환경을 평가하는 연례 보고서다.

국무부는 한국의 규제와 관련, “일부 법과 규제는 충분한 디테일(세부사항)이 부족하며 규제당국자들에 의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 “정부 부처들이 규제 이행에 관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을 내리는데, 이런 지침들이 한국 법원에서 판단 근거가 된다”며 “규제당국이 외국 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구두 지침이나 내부 지침, 법 집행이 가능한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잡하고 불투명하며 한국에만 있는 특유의 규제 시스템 탓에 한국이 경제 규모와 정교함에 비해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인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한국무역협회 분석을 소개했다.

국무부는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같은 신산업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선 좀 더 완화된 규제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술들은 국제표준에 맞지 않은 엄격한 규제 속에서 성숙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무부는 그러나 한국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정치적 안정성과 공공 안전,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 고숙련 노동력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에 우호적이고 제조업에 기여하는 기술과 투자를 가져오는 외국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