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017년 대선 댓글 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가 인정되면서 여야에서 ‘문재인 정부 정통성’에 대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댓글 조작 사건의 몸통은 대통령”이라고 공격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차단막을 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수행비서로, 거대한 범죄를 단독으로 저질렀을 리 없다”며 “이 사건의 몸통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대법원은 지난 대선에서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지사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은 조작 대선이었고, 불법 선거였다는 것을 국민이 확인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탄생의 정당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김 전 지사를 옹호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의 대권주자들과 당직자들이 일제히 김 전 지사의 범죄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충격”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정치적 피해를 입은 안철수·홍준표 당시 대선 후보와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때 문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돌려주겠다며 “청와대는 즉각 사과하라”고 공격했다.

야권 대선 후보들도 정권심판론을 강조하면서 비판에 가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김 전 지사가 누구를 위해 여론 조작을 했는지 온 국민은 알고 있다”며 “여론 조작의 수혜자인 문 대통령이 아무 입장 없이 침묵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공격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거들었다.

야당 공세에 민주당은 “대선 불복”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도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원 댓글 조작과 비슷한 사건으로 매도하는데, 질적으로 다른 사건”이라며 “김 전 지사는 적극적 지지자가 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돕겠다는 정황을 모르고 만났거나, 알게 됐더라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한 것이 ‘동의’ 또는 ‘지시’로 해석된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벌여 3%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했다”며 “그런 사람들이 정통성 운운하는 것은 어이가 없다”고 했다.

김 전 지사의 댓글 조작 사건에 문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SNS에 “기다렸다는 듯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없는 의혹을 부풀려 정쟁화하는 구시대 낡은 정치는 이제 그만 둬야 하지 않겠나”라고 썼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지지자들이 한 일을 대통령이 다 사과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2012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때 당시 윤 전 총장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