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거장' 권진규 작품, 서울시립미술관서 빛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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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조각의 선구자 권진규(1922~1973)의 유족들이 그의 작품 140여 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수십년간 풍파를 겪으며 떠돌아다니던 그의 작품들이 천신만고 끝에 서울시민 곁에 안착한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2일 권진규기념사업회 및 유족과 협약을 맺고 권진규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았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권진규 컬렉션'으로 명명되는 기증 작품은 조각 96점, 회화 10점, 드로잉 작품집 29점, 드로잉 6점 등 총 141점이다. 컬렉션에는 '자소상'(1968·사진), '도모'(1951), '기사'(1953) 등 권진규의 주요 작품 136점, 그의 일본인 부인이었던 가사이 도모의 작품 등이 포함됐다.
권진규는 한국 근대 조각을 완성하고 현대 조각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거장이다. 그는 주로 테라코타, 석조, 건칠 등으로 인물상과 동물상을 제작했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형상이 특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에도 권진규의 작품이 24점 있다. 이 중 6점은 지난 21일 개막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에서 공개됐다.
하지만 권진규의 작품들은 오랜 세월 풍파를 겪으며 돌아다녀야 했다. 유족들이 권진규미술관 건립을 오랜 기간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무산됐기 때문이다. 2004년 하이트에 작품을 양도했으나 회사 경영난으로 미술관 건립이 어려워져 2010년에 작품을 돌려받은 게 대표적이다. 미술관을 지어주기로 한 기업이 양도받은 작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소송을 통해 힘겹게 작품을 되찾은 일도 있었다. 이후 유족들은 서울시립미술관과 협의를 진행한 끝에 기증 절차를 완료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내년 서소문본관에서 권진규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개최하고 2023년에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 상설전시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상설전시실 마련은 천경자 컬렉션, 가나아트 컬렉션 기증 이후 20년 만이다. 작가의 동생인 권경숙 권진규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은 "오빠는 살아생전 자신의 작품을 내 자식들이라고 불렀는데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오빠의 자식들이 있을 거처가 마련됐다"고 기뻐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작품이 흩어지지 않고 공공기관에 소장돼 언제나 향유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연구, 관리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서울시립미술관은 22일 권진규기념사업회 및 유족과 협약을 맺고 권진규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았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권진규 컬렉션'으로 명명되는 기증 작품은 조각 96점, 회화 10점, 드로잉 작품집 29점, 드로잉 6점 등 총 141점이다. 컬렉션에는 '자소상'(1968·사진), '도모'(1951), '기사'(1953) 등 권진규의 주요 작품 136점, 그의 일본인 부인이었던 가사이 도모의 작품 등이 포함됐다.
권진규는 한국 근대 조각을 완성하고 현대 조각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거장이다. 그는 주로 테라코타, 석조, 건칠 등으로 인물상과 동물상을 제작했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형상이 특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에도 권진규의 작품이 24점 있다. 이 중 6점은 지난 21일 개막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에서 공개됐다.
하지만 권진규의 작품들은 오랜 세월 풍파를 겪으며 돌아다녀야 했다. 유족들이 권진규미술관 건립을 오랜 기간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무산됐기 때문이다. 2004년 하이트에 작품을 양도했으나 회사 경영난으로 미술관 건립이 어려워져 2010년에 작품을 돌려받은 게 대표적이다. 미술관을 지어주기로 한 기업이 양도받은 작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소송을 통해 힘겹게 작품을 되찾은 일도 있었다. 이후 유족들은 서울시립미술관과 협의를 진행한 끝에 기증 절차를 완료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내년 서소문본관에서 권진규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개최하고 2023년에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 상설전시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상설전시실 마련은 천경자 컬렉션, 가나아트 컬렉션 기증 이후 20년 만이다. 작가의 동생인 권경숙 권진규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은 "오빠는 살아생전 자신의 작품을 내 자식들이라고 불렀는데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오빠의 자식들이 있을 거처가 마련됐다"고 기뻐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작품이 흩어지지 않고 공공기관에 소장돼 언제나 향유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연구, 관리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