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이 떨어지지 않는 진짜 이유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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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과거 예측 "베이비부머들 집 팔고 외곽 간다"
저금리와 고령화 시대로 예측 틀려
베이비부머 주택 유지에 신규 수요 유입…결국 집값 상승
과거 예측 "베이비부머들 집 팔고 외곽 간다"
저금리와 고령화 시대로 예측 틀려
베이비부머 주택 유지에 신규 수요 유입…결국 집값 상승
2013년 방영된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이 기억납니다. 토론의 주제는 ‘부동산 폭락할 것인가?’ 였습니다. 당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은 '하락할 것인가'가 아니고 '하락의 폭이 어느 정도 될 것 인가'였습니다. 요즘은 언론과 방송에 나오지 않지만 대폭락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꽤 있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는 없었고 그런 얘기는 이슈 자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다시피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의 폭락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그 근거로 언급했습니다. 1955~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와 함께 집을 팔거나, 준주택(실버타운 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한 부분은 저금리(유동성)와 고령화였습니다. 이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지금의 60~70대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40~50대에 불과합니다. 집을 팔거나 줄이는 40대를 본적은 없습니다. 연령별 인구구조를 언급할 때 가장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계층은 오히려 40대입니다. 베이비부머가 여전히 주택 매입수요에 머물러 있다는 통계는 여러 곳에서 나옵니다. 40~50대의 주택매매거래 비중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줄어드는데 반해 60대 이상의 주택(아파트)매매거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2021년 들어 60대 이상의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은 드디어 20%를 넘었습니다.
베이비부머가 주택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고령화 때문입니다. 고령화는 축복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분들은 안 계실 겁니다. 재앙이라고 까지는 이야기하고 싶진 않지만 '회색쇼크(shock of gray)' 정도로는 말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빠른 은퇴와 고령화는 은퇴 계층에 소위 ‘멘붕(멘탈붕괴)’을 불러일으킵니다. 벌어놓은 것은 없는데 매달 들어오는 수입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아예 없어진다면. 여기에 저금리는 기름에 불을 끼얹는 격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17%의 예금금리는 꿈 같은 이야기이며 다시 못 올 신천지입니다.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로서는 불가능한 미래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이 매입하는 아파트의 규모는 대부분 중소형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이 건국대학교 산학연구팀과 공동으로 조사한 주택 수요 추정 빅데이터 결과에 의하면 전용면적 40~50㎡ 소형주택의 50대 이상 계약자 비중이 36.4%로 가장 높았습니다. 60세 이상도 30.3%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작은 규모의 주택을 매입하는 이유는 본인들이 거주하겠다는 의도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는 듯이 보입니다. 저금리, 고령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그나마 안정적인 아파트 상품을 매입해 노후를 대비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자식에 대한 상속이나 증여도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안정적으로 투자수익을 얻은 후에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꿩 먹고 알 먹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겁니다.
MZ세대도 마찬가지지만 베이비부머 또한 현 부동산 시장이 불안합니다.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기도 하지만 반대로 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어떤 세대도 행복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는 아파트 시장을 떠나지 않고, MZ세대는 본격적으로 아파트 시장에 들어오면서 안정적인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떠나야할 사람은 가지 않는데 들어오는 사람은 늘어난다면 아파트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도 같은 상황입니다. 모기지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 금융회사인 프레디맥(Freddie Mac Company)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31년과 1959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들이 이전 세대의 행동패턴을 따라했으면 2018년말까지 160만채의 주택이 추가로 시장에 나왔을 거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미국 베이비부머들의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현재 44.1%나 됩니다. X세대의 31.2%와 비교하면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편입니다.
최근 미국 주택시장이 폭등하고 있는 원인도 주택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지적됩니다. 신규주택도 문제이지만 베이비부머들이 집을 팔지 않아 기존주택 공급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베이비부머들은 좀처럼 집을 팔지 않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이 불안한 건 세계 공통의 과제인 듯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당시 부동산 시장의 폭락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그 근거로 언급했습니다. 1955~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와 함께 집을 팔거나, 준주택(실버타운 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한 부분은 저금리(유동성)와 고령화였습니다. 이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지금의 60~70대는 30년 전과 비교하면 40~50대에 불과합니다. 집을 팔거나 줄이는 40대를 본적은 없습니다. 연령별 인구구조를 언급할 때 가장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계층은 오히려 40대입니다. 베이비부머가 여전히 주택 매입수요에 머물러 있다는 통계는 여러 곳에서 나옵니다. 40~50대의 주택매매거래 비중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줄어드는데 반해 60대 이상의 주택(아파트)매매거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2021년 들어 60대 이상의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은 드디어 20%를 넘었습니다.
베이비부머가 주택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고령화 때문입니다. 고령화는 축복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분들은 안 계실 겁니다. 재앙이라고 까지는 이야기하고 싶진 않지만 '회색쇼크(shock of gray)' 정도로는 말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빠른 은퇴와 고령화는 은퇴 계층에 소위 ‘멘붕(멘탈붕괴)’을 불러일으킵니다. 벌어놓은 것은 없는데 매달 들어오는 수입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아예 없어진다면. 여기에 저금리는 기름에 불을 끼얹는 격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17%의 예금금리는 꿈 같은 이야기이며 다시 못 올 신천지입니다.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로서는 불가능한 미래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이 매입하는 아파트의 규모는 대부분 중소형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이 건국대학교 산학연구팀과 공동으로 조사한 주택 수요 추정 빅데이터 결과에 의하면 전용면적 40~50㎡ 소형주택의 50대 이상 계약자 비중이 36.4%로 가장 높았습니다. 60세 이상도 30.3%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작은 규모의 주택을 매입하는 이유는 본인들이 거주하겠다는 의도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는 듯이 보입니다. 저금리, 고령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그나마 안정적인 아파트 상품을 매입해 노후를 대비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자식에 대한 상속이나 증여도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안정적으로 투자수익을 얻은 후에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꿩 먹고 알 먹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겁니다.
MZ세대도 마찬가지지만 베이비부머 또한 현 부동산 시장이 불안합니다.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기도 하지만 반대로 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어떤 세대도 행복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는 아파트 시장을 떠나지 않고, MZ세대는 본격적으로 아파트 시장에 들어오면서 안정적인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떠나야할 사람은 가지 않는데 들어오는 사람은 늘어난다면 아파트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도 같은 상황입니다. 모기지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 금융회사인 프레디맥(Freddie Mac Company)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31년과 1959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들이 이전 세대의 행동패턴을 따라했으면 2018년말까지 160만채의 주택이 추가로 시장에 나왔을 거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미국 베이비부머들의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현재 44.1%나 됩니다. X세대의 31.2%와 비교하면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편입니다.
최근 미국 주택시장이 폭등하고 있는 원인도 주택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지적됩니다. 신규주택도 문제이지만 베이비부머들이 집을 팔지 않아 기존주택 공급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베이비부머들은 좀처럼 집을 팔지 않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이 불안한 건 세계 공통의 과제인 듯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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