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 잃은 친문, 각자도생 모드로…與주자들 '선점' 경쟁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지사의 징역 2년형 확정 판결로 더불어민주당 주류인 친문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 차세대 적통 주자를 잃은 탓에 친문 진영의 분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2일 통화에서 "미래 권력 창출을 위한 구심점이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어 친문의 분화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 뿔뿔이 흩어진 친문…이미 각자도생의 길로
이미 친문 진영의 적지 않은 의원들은 당 경선 후보 캠프로 흩어지거나 내각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우선 이재명 후보 캠프엔 김성환 이해식 의원 등 이해찬계 친문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형배 의원이 참여 중이다.

대표 친문으로 꼽히는 박광온 의원과 청와대 출신인 정태호 윤영찬 의원은 이낙연 후보를 돕고 있다.

정세균 후보와는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전병헌, 강기정 전 의원과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이 함께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을 뜻하는 이른바 '3철' 중 하나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내각에 포진해있다.

강병원 김영배 최고위원처럼 지도부여서 특정 캠프에 참여할 수 없는 친문 인사도 있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과 김종민 신동근 오기형 의원 등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고 고민을 이어가는 이들도 상당수다.

◇ 與주자들, 김경수·盧탄핵 고리로 친문 '구애경쟁'

경선 주자들은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관망 모드를 보이고 있는 친문을 확보하기 위해 구애경쟁을 펴고 있다.

우선 주자들은 전날 김 지사의 유죄 선고에 일제히 유감을 표명하면서 친문 진영에 '눈도장'을 찍는데 바빴다.

추미애 후보가 당 대표 시절 '드루킹 특검'을 도입한 데 따른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는 김두관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추미애 후보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하며 친문 표심을 파고 들었다.

17년 전 일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문제가 이번 경선판에 소환된 것 역시 친문 표심 경쟁과 선이 닿아 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낙연 후보가 당시 탄핵 과정에 참여하고도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고, 이낙연 후보 측은 탄핵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맞서며 치열한 공방전을 펴는 중이다.

정세균 후보는 이재명·이낙연 후보가 '진흙탕 싸움'을 한다고 비판하는 동시에, 탄핵 당시 이낙연·추미애 후보가 '다른 당'에 있었다며 동시다발 견제구를 날렸다.

구심점 잃은 친문, 각자도생 모드로…與주자들 '선점' 경쟁
◇ '관망 친문' 두고 신경전…친문 인맥 자랑도

여기에 홍영표 의원 등 특정 캠프에 몸담지 않은 친문 의원 20여명이 색채가 비슷한 이낙연 정세균 후보 중 최근 지지세가 급반등한 이낙연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낙연 후보 측은 "친문들이 본선에서 이길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고, 정세균 후보 측도 "본선 경쟁력 입증을 위해 지지율 반등에 힘쓰겠다"며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이런 조짐에 대해 김두관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힘센 사람이면 아무데나 가서 붙는 그런 친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권력을 따라가는 친문은 이낙연 후보에게 몰릴지 몰라도 가치를 따라가는 친문은 거리를 둘 것"이라면서 견제했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인사들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문심'(문 대통령의 의중)에 다가서고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차 한 잔을 주며 '마음 고생 많았네'라고 위로했다고 밝히는가 하면,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만난 사실도 알렸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친문 표심 분화 전망에 대해 "정치 평론이 과잉됐다"면서 "(경선) 6명 후보를 지지하는 모든 분이 친문으로 당에 친문 아닌 분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친문 표심'이라는 것이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엔 "예, 친문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