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새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이 12조원가량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방치된 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덕이다. 증권사들의 수익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순위도 요동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국내 13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55조60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조900억원에서 23% 급증했다. 은행, 보험사 등에 묵혀 둔 퇴직연금 수익률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들이 증권사로 대거 이탈한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2분기 6조원 정도였던 개인형 퇴직연금(IRP) 적립금 규모는 올 2분기 10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사 IRP 적립금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증권사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적립금도 같은 기간 9조원에서 12조원으로 늘었다.

수익률 순위도 뒤집혔다. 대형사 기준 지난 네 분기 연속(1년 수익률 기준) DC형과 IRP에서 모두 1위 자리에 올랐던 미래에셋증권의 자리를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차지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모습이다.

올 2분기 1년 수익률 1위는 신영증권이 차지했다. 확정급여(DB·6.7%)형은 물론 DC형(17.62%), IRP(21.00%) 모두 가장 수익률이 높았다. 운용능력과 함께 규모가 작을수록 수익률을 지켜내는 데 유리하다는 강점이 더해졌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선 삼성증권(11.66%)이 미래에셋증권(11.39%)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한국투자증권(11.00%)과 신한금융투자(10.01%)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IRP 1년 수익률 순위에선 10.77%의 수익을 낸 한국투자증권이 1위에 올랐다. 미래에셋증권(10.61%), 삼성증권(10.1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장기 수익률은 증권사마다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DC형 기준 10년 수익률 1위 유안타증권(3.37%)과 최하위 하이투자증권(2.69%)의 차이는 1%포인트도 안 됐다. 5년 수익률 역시 1위(미래에셋·3.34%)와 꼴찌(하이투자증권·2.39%)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IRP 수익률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1년간 은행들의 DC형 수익률은 3.89%에서 3.44%로 낮아졌다. 보험사들의 수익률도 같은 기간 3.12%에서 2.71%로 떨어졌다. 증권사 평균 수익률인 9.69%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DB형 1년 수익률의 경우 대구은행이 1.10%로 가장 낮았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