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 "막스 베버 사상, 소개하려 선집 번역 뛰어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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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구축됐나…"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
가치자유와 가치판단
막스 베버 지음 / 김덕영 옮김
도서출판 길 / 850쪽│4만5000원·350쪽│3만원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
가치자유와 가치판단
막스 베버 지음 / 김덕영 옮김
도서출판 길 / 850쪽│4만5000원·350쪽│3만원
“막스 베버의 방대한 사상이 어떤 토대 위에서 어떻게 구축됐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막스 베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최근 총 10권으로 구성된 ‘막스 베버 선집(選集)’ 1차분으로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과 《가치자유와 가치판단》을 내놓은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63·사진)의 말이다. 지난 19일 도서출판 길에서 만난 김 교수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같은 베버의 주저를 번역해 소개했을 뿐 아니라 1000쪽이 넘는 연구서 《막스 베버》를 펴낸 대표적인 베버 전문가다. 독일에서 베버를 주제로 박사 학위(괴팅겐대)는 물론 하빌리타치온(대학교수 자격·카셀대)까지 취득한 드문 연구자다.
하지만 평생 베버에 천착한 전문가에게도 그의 방대한 저작을 홀로 번역하는 것은 보통 각오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경제학·사회학·역사학·음악학·종교학·철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범위와 분량, 심연과도 같은 연구 깊이 등으로 험준한 고봉으로 여겨지는 작업이어서다. 선집 번역에만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대표적인 ‘고전’인 베버의 저작이 단 한 번도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는 ‘참담한’ 현실 때문이다.
김 교수는 “베버의 사상은 냉전 시절 반공의 수단으로, 혹은 종교가 자본주의 체제를 만들었다는 식으로 단편적·도식적으로 왜곡돼 이해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베버 저작들의 방대한 체계와 내용을 완역해야만 그의 사상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베버 생전에 발표된 수많은 논문과 서평, 비평, 편지 등에서 학문 연구방법론을 다룬 글들을 모아 이번에 두 권의 책으로 출간했고, 정치·경제·문화·종교 측면에서 ‘비합리적인 것의 합리화 과정’을 탐구했던 주요 저작을 선별해 번역할 예정이다. 《이해사회학》을 필두로 《직업으로서의 정치》 《음악사회학》 《사회경제사》 《종교사회학 1·2·3》 등을 차례대로 번역해 나간다는 것. 다만 베버의 주저인 《경제와 사회》는 방대한 분량 탓에 이번 선집 번역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 교수는 “베버가 구체적으로 유교와 불교를 얼마나 알았느냐, 그가 제시한 사례가 얼마나 정확하냐를 따지기보다는 그의 사상체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는지, 그의 접근 방법이 타당한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료제’나 ‘카리스마’ ‘서구 중심주의자’처럼 베버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나 개념이 아니라 베버의 ‘이론’이 형성된 토대를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단어가 여러 가지 다른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 독일어의 특징을 고려해 정확한 번역어를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베버 특유의 비문투성이의 장황한 문장에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 전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번에 선보인 《가치자유와 가치판단》에서도 ‘가치판단’으로 동일하게 번역되는 ‘베르퉁(Wertung)’과 ‘베르트우어타일(Werturteil)’이라는 단어를 베버가 언제 달리 사용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주를 달았을 정도다. 그는 “번역은 완벽하게 한국어화(化)가 이뤄져야 하고, 풍부한 해제와 각주로 이해를 도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최근 총 10권으로 구성된 ‘막스 베버 선집(選集)’ 1차분으로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과 《가치자유와 가치판단》을 내놓은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63·사진)의 말이다. 지난 19일 도서출판 길에서 만난 김 교수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같은 베버의 주저를 번역해 소개했을 뿐 아니라 1000쪽이 넘는 연구서 《막스 베버》를 펴낸 대표적인 베버 전문가다. 독일에서 베버를 주제로 박사 학위(괴팅겐대)는 물론 하빌리타치온(대학교수 자격·카셀대)까지 취득한 드문 연구자다.
하지만 평생 베버에 천착한 전문가에게도 그의 방대한 저작을 홀로 번역하는 것은 보통 각오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경제학·사회학·역사학·음악학·종교학·철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범위와 분량, 심연과도 같은 연구 깊이 등으로 험준한 고봉으로 여겨지는 작업이어서다. 선집 번역에만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대표적인 ‘고전’인 베버의 저작이 단 한 번도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는 ‘참담한’ 현실 때문이다.
김 교수는 “베버의 사상은 냉전 시절 반공의 수단으로, 혹은 종교가 자본주의 체제를 만들었다는 식으로 단편적·도식적으로 왜곡돼 이해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베버 저작들의 방대한 체계와 내용을 완역해야만 그의 사상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베버 생전에 발표된 수많은 논문과 서평, 비평, 편지 등에서 학문 연구방법론을 다룬 글들을 모아 이번에 두 권의 책으로 출간했고, 정치·경제·문화·종교 측면에서 ‘비합리적인 것의 합리화 과정’을 탐구했던 주요 저작을 선별해 번역할 예정이다. 《이해사회학》을 필두로 《직업으로서의 정치》 《음악사회학》 《사회경제사》 《종교사회학 1·2·3》 등을 차례대로 번역해 나간다는 것. 다만 베버의 주저인 《경제와 사회》는 방대한 분량 탓에 이번 선집 번역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 교수는 “베버가 구체적으로 유교와 불교를 얼마나 알았느냐, 그가 제시한 사례가 얼마나 정확하냐를 따지기보다는 그의 사상체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는지, 그의 접근 방법이 타당한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료제’나 ‘카리스마’ ‘서구 중심주의자’처럼 베버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나 개념이 아니라 베버의 ‘이론’이 형성된 토대를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단어가 여러 가지 다른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 독일어의 특징을 고려해 정확한 번역어를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베버 특유의 비문투성이의 장황한 문장에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 전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번에 선보인 《가치자유와 가치판단》에서도 ‘가치판단’으로 동일하게 번역되는 ‘베르퉁(Wertung)’과 ‘베르트우어타일(Werturteil)’이라는 단어를 베버가 언제 달리 사용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주를 달았을 정도다. 그는 “번역은 완벽하게 한국어화(化)가 이뤄져야 하고, 풍부한 해제와 각주로 이해를 도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