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채소값 무섭게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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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에어한경, 9월까지 상승 예측
한달새 시금치 114%, 상추 63%↑
한달새 시금치 114%, 상추 63%↑
시금치값이 한 달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더위에 약한 엽채류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뛰기 시작한 달걀 가격은 연초 대비 66.2% 급등했다. 111년 만의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2018년에 버금가는 ‘물가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시금치 도매가격은 한 달 만에 114.7% 상승했다. 상추(63.7%), 깻잎(30.4%), 얼갈이배추(24.4%)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더위가 지속될 경우 무, 감자 등 다른 채소 가격도 들썩일 전망이다. 폭염이 닥친 2018년 8월 채소 가격은 전월보다 30.0% 뛰었다.
이날 99.43을 기록한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는 오는 31일에는 109, 8월 31일엔 131, 9월 30일엔 149까지 치솟을 것으로 나타났다. 100을 넘어서면 2013~2019년 22개 대표 농산물의 평균 가격보다 높아진다는 의미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폭염으로 주요 채소류의 품질은 떨어지면서 가격은 오르고 있는데 8월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코로나19와 폭염이 맞물려 산지 농가에 인력이 부족해 수확 작업도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집밥 수요가 급증한 것도 채소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엥겔지수는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 소비의 13.3%를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지출에 썼다. 미국, 러시아의 폭염으로 옥수수 콩 등 곡물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농산물 가격 불안이 가공식품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부추·양배추값, 내달 두 배 넘게 급등 가능성
코로나로 인한 일손 부족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채소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질 않을 전망이다. 22일 팜에어한경 AI는 현재 ㎏당 1582원인 부추 가격이 다음달 중순 4200원대로 160% 급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 400원인 양배추 가격도 1000원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340원대인 오이는 오는 9월 900원대를 돌파하고, 4700원대인 깻잎은 7900원대를 넘을 것으로 분석됐다.
채소는 폭염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농산물이다. 상추와 깻잎, 시금치 등 엽채류는 폭염이 이어지면 이파리 끝이 타버리거나 짓무른다. 수확 후 유통되는 과정에서 상품이 상하는 경우도 잦다. 폭염이 이어지면 사과, 배 등 가을께 추수하는 과일의 품질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더위가 심해지면 과일은 내부에 수분을 최대한 저장해 과육이 물러지고 당도가 떨어진다”며 “과일의 당도가 최대 2~3브릭스(과일 100g에 포함된 당분의 양) 정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무더위로 농산물 수확 작업도 더디다는 게 유통업계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상청은 최근의 폭염에 낮 시간 수확 작업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한 농산물 도매업체 관계자는 “산지 농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인부들이 줄어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확 시기가 늦어지면 그나마 상태가 좋은 농산물 상품 가치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반면 농산물 수요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탄탄한 상황이다. 거리두기 단계의 격상으로 줄어든 식당 수요를 ‘집밥 수요’가 상쇄해서다. 한 대형마트 배추 바이어는 “식당 수요가 줄어든 대신 집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김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배추 가격이 8월 초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인한 가격불안이 축산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한 가축들이 폐사할 수 있어서다. 폭염 일수가 31.4일로 가장 길었던 2018년에는 전국에서 돼지, 닭 등 가축 총 908만 마리가 폐사하며 닭고기 가격이 23.8% 뛰었다. 올해는 이달 들어 돼지(삼겹살) 가격이 4% 올랐다.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66% 뛴 달걀 가격(한판 기준)이 하반기에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폭염 상황은 식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밀, 옥수수와 견과류 등 가격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국제 밀가루와 호두, 아몬드 등 견과류 가격은 이미 상승세”라며 “국내 기업들이 현재는 대규모로 밀가루 수입을 하기 때문에 가격 방어 효과가 있지만 앞으로의 변화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물가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산 무(45.8%), 포도(47.1%), 쌀(22.8%) 등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노유정/양길성 기자 yjroh@hankyung.com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시금치 도매가격은 한 달 만에 114.7% 상승했다. 상추(63.7%), 깻잎(30.4%), 얼갈이배추(24.4%)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더위가 지속될 경우 무, 감자 등 다른 채소 가격도 들썩일 전망이다. 폭염이 닥친 2018년 8월 채소 가격은 전월보다 30.0% 뛰었다.
이날 99.43을 기록한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는 오는 31일에는 109, 8월 31일엔 131, 9월 30일엔 149까지 치솟을 것으로 나타났다. 100을 넘어서면 2013~2019년 22개 대표 농산물의 평균 가격보다 높아진다는 의미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폭염으로 주요 채소류의 품질은 떨어지면서 가격은 오르고 있는데 8월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코로나19와 폭염이 맞물려 산지 농가에 인력이 부족해 수확 작업도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집밥 수요가 급증한 것도 채소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엥겔지수는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 소비의 13.3%를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지출에 썼다. 미국, 러시아의 폭염으로 옥수수 콩 등 곡물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농산물 가격 불안이 가공식품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추·양배추값, 내달 두 배 넘게 급등 가능성
역대 최악의 폭염 기록했던 2018년 '물가 대란' 재연 우려
코로나로 인한 일손 부족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채소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질 않을 전망이다. 22일 팜에어한경 AI는 현재 ㎏당 1582원인 부추 가격이 다음달 중순 4200원대로 160% 급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 400원인 양배추 가격도 1000원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340원대인 오이는 오는 9월 900원대를 돌파하고, 4700원대인 깻잎은 7900원대를 넘을 것으로 분석됐다.채소는 폭염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농산물이다. 상추와 깻잎, 시금치 등 엽채류는 폭염이 이어지면 이파리 끝이 타버리거나 짓무른다. 수확 후 유통되는 과정에서 상품이 상하는 경우도 잦다. 폭염이 이어지면 사과, 배 등 가을께 추수하는 과일의 품질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더위가 심해지면 과일은 내부에 수분을 최대한 저장해 과육이 물러지고 당도가 떨어진다”며 “과일의 당도가 최대 2~3브릭스(과일 100g에 포함된 당분의 양) 정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무더위로 농산물 수확 작업도 더디다는 게 유통업계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상청은 최근의 폭염에 낮 시간 수확 작업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한 농산물 도매업체 관계자는 “산지 농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인부들이 줄어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확 시기가 늦어지면 그나마 상태가 좋은 농산물 상품 가치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반면 농산물 수요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탄탄한 상황이다. 거리두기 단계의 격상으로 줄어든 식당 수요를 ‘집밥 수요’가 상쇄해서다. 한 대형마트 배추 바이어는 “식당 수요가 줄어든 대신 집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김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배추 가격이 8월 초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인한 가격불안이 축산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한 가축들이 폐사할 수 있어서다. 폭염 일수가 31.4일로 가장 길었던 2018년에는 전국에서 돼지, 닭 등 가축 총 908만 마리가 폐사하며 닭고기 가격이 23.8% 뛰었다. 올해는 이달 들어 돼지(삼겹살) 가격이 4% 올랐다.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66% 뛴 달걀 가격(한판 기준)이 하반기에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폭염 상황은 식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밀, 옥수수와 견과류 등 가격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국제 밀가루와 호두, 아몬드 등 견과류 가격은 이미 상승세”라며 “국내 기업들이 현재는 대규모로 밀가루 수입을 하기 때문에 가격 방어 효과가 있지만 앞으로의 변화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물가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산 무(45.8%), 포도(47.1%), 쌀(22.8%) 등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노유정/양길성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