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노무현 대통령의 2005년 7월 17일 5부 요인 만찬 발언)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 발언)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약속은 허언에 그쳤다. 두 정권에서 집값은 다른 정권에선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수요·공급에 기반한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규제안을 쏟아낸 두 정권의 ‘판박이’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들쑤시기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文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74.7%↑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20년 국민 대차대조표’를 보면 국내 주택(부속 토지 포함) 시세의 합계인 주택 명목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5721조6672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기 전인 2016년 말과 비교해 42.9% 뛰었다. 한은과 통계청은 한국감정원·한국부동산연구원의 시장가치 평가 등을 바탕으로 주택 시가총액을 산출했다.
'25번 실패'가 부른 집값 대란…'MB+朴정부'보다 230조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집값이 급등하는 것을 고려하면 집권 5년 동안 상승률이 5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노무현 정부(91.2%)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박근혜 정부(22.3%), 이명박 정부(29.6%), 김대중 정부(36.2%) 수준을 벌써 웃돈다.

치솟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문재인 정부의 주택 시가총액 증가세를 주도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283만원으로, 올초와 비교해 1억원가량 뛰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6억708만원)과 비교하면 88.2% 치솟았다.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매매가격이 두 배 이상 뛴 단지도 눈에 띈다. 2017년 5월에 5억원대에 거래된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전용면적 35㎡ 기준)는 지난달 10억3500만원(16층)에 손바뀜했다. 노원구 하계동 우성(전용 127㎡ 기준)은 지난달 12일 13억5000만원(10층)에 매매계약이 이뤄졌다. 2017년 7월 거래된 6억1000만원(15층)의 두 배가 넘는다.

집값은 소득보다 더 빠르게 뛰었다. 국민은행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7.8배로,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PIR이 17배라는 것은 17년 동안의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PIR 상승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서도 가장 빠르다.

집값 상승 제외하면 국부 안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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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은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과하게 풀린 상황에서 공급 부족과 정책 실패 등이 맞물린 결과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연 1.25%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월까지 연 0.5%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모든 대책이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서 지난해부터는 오히려 비수도권 비규제지역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촘촘해진 부동산 규제망 여파로 주택 공급은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7년(11만3131가구)과 비교해 반 토막 수준인 5만8181가구로 집계됐다. 11년 만에 가장 적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규제로 신축 주택의 희소성은 더 커진 데다 과도한 세금 규제로 기존 주택의 매물 공급도 차단했다”며 “최근에는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셋값 불안이 다시 매매가격을 자극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비롯한 ‘세금폭탄’으로 되레 집값만 밀어올린 노무현 정부와 판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치솟는 집값은 한국의 순자산을 불렸다. 지난해 말 한국의 국부(國富)로 통하는 국민순자산은 1경7722조2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93조9000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부동산자산(토지·건설자산 합계)은 1094조6700억원 늘었다. 부동산 가격의 오름폭을 제외하면 국민순자산은 1년 동안 제자리를 맴돌았다는 의미다.

김익환/이유정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