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사기 등으로 계약이 원천 무효가 됐더라도 5년 동안 보험회사가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해당 금액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초 대법원 판례에서는 민사 채권 소멸시효인 10년을 적용해 왔으나 이번 판결로 상사 채권 소멸시효인 5년으로 줄어들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교보생명이 보험 가입자 A씨 등을 상대로 낸 보험계약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은 5년의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06년 3월 아들 앞으로 교보생명의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이후 다른 보험사와도 비슷한 보험계약 9건을 체결했다. 이후 A씨 아들은 허위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이를 근거로 A씨는 여러 보험사에서 총 2억90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A씨에게 총 56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교보생명은 2018년 4월 보험 사기로 계약이 원천 무효가 됐으므로 지급 보험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은 무효가 맞다”면서도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은 5년의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돼 피고들이 반환할 보험금은 약 5600만원 가운데 2376만원”이라고 판결했다.

교보생명 측은 보험 사기 등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은 민법 제162조에 따라 일반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인 10년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험계약은 일반 채권이 아니라 상거래 등 상행위에 따른 ‘상사 채권’으로 소멸시효가 5년이라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보험회사가 반환을 구하는 보험금은 상사계약인 보험계약 이행으로 지급된 것”이라며 “상법 제64조를 적용해 5년인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오현아/이호기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