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에 이어서)

인류 최초의 이종장기 이식은 1964년에 처음 시도됐다. 미국의 케이스 림츠마 툴레인대 교수는 침팬지의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했다. 당시 환자는 약 8개월을 생존했다. 이후 수차례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식했지만 최대 2달을 넘기지 못했다. 이후에도 원숭이 및 침팬지의 장기를 이식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짧게는 4일, 길게는 2달 만에 사망했다.

장기이식의 실패가 인체의 면역거부반응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건 1969년이었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유전자를 변형해서 형질전환을 해야 한다는 발상도 당시에 처음 나왔다"며 "하지만 그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했고 면역억제제도 충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 원숭이는 이종이식 후보에서 제외됐다. 인간과 원숭이가 너무 유사해 원숭이의 질병이 인간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돼지를 이종이식의 후보동물로 주목한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영장류에 비해 감염성 질환에 대한 통제가 쉽다. 장기 크기도 사람과 비슷하다. 생산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원숭이는 약 280일에 1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돼지는 64일에 5~10마리를 출산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과 함께 발전해온 이종장기 연구

업계에서는 돼지가 이종장기이식에 적합한 동물임을 알았고 면역거부반응이라는 문제를 인지했다. 형질전환이라는 발상도 있었지만 이종이식 시도는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02년에는 획기적인 논문이 발표됐다. 이종장기 이식 시 나타나는 초급성 면역반응인 '알파갈(α gal)'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에 관한 논문이었다. 당시의 유전자 제거는 상동재조합(homologous recombination) 방식으로 우연에 기초했다. 시도당 성공 확률은 100분의 1이 채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알파갈 외에도 더 많은 유전자들이 면역거부반응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의 이종장기 이식 연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등장 및 발전과 함께 성장을 거듭해왔다.

징크핑거 뉴클레아제(ZFN), 탈렌(TALEN), 크리스퍼 캐스나인(CRISPER Cas9) 등 1~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이 나온 것이다.

옵티팜은 2014년 자연교배 방식으로 처음 알파갈을 제거한 모델을 개발했다. 선도 그룹에 비해 12년 뒤쳐진 성과였다. 2015년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2개의 유전자를 제거하고 사람 유전자가 들어간 돼지를 개발했다. 제거된 유전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면역반응은 크게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2010년에 선도기업에서 낸 성과를 2015년에 따라잡은 것”이라며 “이로써 개발 격차가 5년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형질전환 돼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동물의 귀 세포를 떼어내서 배양한다. 이후 유전자 편집을 통한 형질전환을 시도한다. 형질전환된 세포는 체세포 복제해서 수정란 이식한다. 이후 자라난 1세대 돼지간의 자연교배로 2세대가 탄생한다. 2세대 돼지와 이들이 낳은 3세대 돼지가 같은 형질전환 유전자를 가진 것을 확인하면 비로소 온전한 형질전환 개체를 확보하게 된다.

옵티팜은 2018년 툴젠의 크리스퍼 캐스나인 유전자 가위에 대한 통상 실시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이종장기제품용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 중이다.

현재 옵티팜은 4개의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를 확보했다. 자연교배를 통해 얻은 2세대 개체가 성체까지 자라면 유전자 확인 후에 논문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옵티팜은 췌도, 각막, 피부에 대한 이종이식에 대해 연구해왔다. 현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췌도 이식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제1형 당뇨 환자에 대한 췌도 이식용이다.

췌도 이식은 장기가 아닌 세포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옵티팜은 세포치료제의 일종으로 허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형질전환 돼지 한 마리에서 성인 1명에 이식할 수 있을 수준의 췌도 분리 수율을 확보했다.
사진=서범세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2023년 미국 임상 1상 진입 목표

옵티팜은 연내 췌도 이식에 대한 영장류 동물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실험이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내년에 임상시험계획(IND) 제출 준비를 마치고, 2023년에 미국 임상 1상을 진입할 예정이다. 최종 상품화는 2027~2028년을 전망하고 있다.

이종장기 이식은 옵티팜이 추진 중인 사업 중 수익화 시점이 가장 먼 장기 과제다. 미국 임상을 추진할 방침인 만큼 앞으로의 연구 비용은 더욱 많이 필요하다.

김현일 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영업손실을 극복할 정도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테리오파지 및 VLP 백신 등 추진 중인 다양한 사업을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다. 상장 당시 조달한 자금이 남아 있어 내년까지는 외부 수혈이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이후 상황에 따라서는 유상증자도 고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종장기는 옵티팜의 숙원사업인 만큼 기술이전 없이 끝까지 독자개발할 계획”이라며 “장기이식 순서를 기다리며 고통받는 환자 및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오송=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