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다시 9월부터 급등했던 2013년을 쫓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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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급락했던 뉴욕 증시는 21일(현지시간) 수요일까지 완전히 복구됐습니다. 주식 뿐만이 아닙니다. 채권 금리와 유가, 환율, 비트코인 등도 이날 위험 선호 심리가 확연히 살아났음을 보여줬습니다.
다우는 0.83%, S&P 500 지수는 0.82% 상승했고, 나스닥 지수는 0.92% 뛴 14,631.95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10달러(4.6%) 오른 배럴당 70.30달러로 마감했습니다. 또 강세를 이어온 달러도 이날은 소폭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미 동부시간 오후 6시 현재 0.14% 내린 92.8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도 다시 3만1000달러로 회복됐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가상화폐 콘퍼런스인 '더 B 워드'에 참석해 "아직 비트코인을 갖고 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힌 것도 도움을 줬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제오늘 달라진 건 금리가 아닌 주식이 금융시장을 리드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몇 달간은 모든 투자자가 금리를 주시했습니다. 금리가 움직이면 그에 따라 주가가 요동쳤습니다. 금리가 하락한 날은 성장주들이, 상승한 날은 경기민감주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0일 아침 금리가 급락했는데도 주가가 상승한 뒤, 증시가 채권 시장을 이끌고 가는 형국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주가를 따라가고 있는 겁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8.3bp(1bp=0.01%포인트)나 크게 올라 1.29%로 마감됐습니다. 장 중 한때 1.3% 선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금리가 회복된 게 아닙니다. 그냥 과도했던 경기 회복 우려가 옅어진 겁니다. 그리고 숏커버링 등 기술적 요인도 좀 잠잠해진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Fed가 워낙 시장을 왜곡시켜놓았기 때문에 요즘 금리 움직임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읽으려 하지 말라"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리 하락이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라는 주장은 상당폭 과장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예상을 넘는 실적을 공개한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관련, 감염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입원율은 아주 소폭 상승한 영국을 들면서 "만약 이런 패턴이 미국에서도 나타난다면, 나는 사람들이 점점 코로나를 독감처럼 여기면서 외출이나 경제 활동 재개를 지속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후 1시 열린 재무부의 24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20년물 경매에서는 응찰률이 전달(2.40배)보다 낮은 2.33배에 그치면서 발행금리가 1.890%로 결정됐습니다.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1.878%보다 1.2bp 높은 겁니다. 이런 입찰 결과가 알려지자 10년물 금리가 즉각 1.3%를 넘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있었던 30년물 입찰도 발행금리가 발행 당시 시장금리보다 높게 형성됐었지요.
월가 관계자는 "작년부터 국채 발행 규모가 워낙 커진 데다, 최근 금리 하락으로 가격 부담이 생겼다. 여기에 미 국채 시장의 가장 큰 손인 미 중앙은행(Fed)은 국채를 유통시장에서만 사지 발행시장엔 들어오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여기에도 Fed 영향이 있다는 겁니다. 지난 2월 말 저조한 7년물 입찰로 채권 금리가 폭등하면서 시장 불안이 커졌었는데, 이날은 금리가 오르자 증시 상승폭은 더 커졌습니다. 금리 상승이 호재로 풀이되고 있는 겁니다. 경기 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감소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니까요.
뉴욕 증시가 급락한 뒤 급반등하는 현상은 올해 내내 목격한 익숙한 현상입니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직후인 6월18일 S&P 500 지수는 1.31% 떨어져 50일 이동평균선까지 하락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거래일인 21일 1.4% 반등하고 22일 추가로 0.51% 더 올랐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3% 하락하고 5% 오르는 식으로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 행진을 벌여왔습니다.
이날 증시는 여러 면에서 강했습니다. S&P 500 종목의 90% 가량이 이틀째 상승했습니다.
특히 이번 주 짧은 조정과 반등을 겪으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경기민감주가 다시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날 에너지주가 3.53% 올랐고 금융주가 1.71%, 소재가 1.09%, 산업주가 1.00% 등 상승하는 등 경기순환 업종이 모두 1% 넘게 올랐습니다. 경기민감주는 지난 4월부터 조정을 받으면서 최고가보다 30~50%까지 떨어진 주식이 많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안정되고 지금과 같은 위험 선호 심리가 이어진다면 한동안 조정을 받아온 경기민감주가 다시 시장을 이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올해 주가 움직임이 2013년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2013년은 처음으로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때입니다. 올해처럼 말입니다. 당시 S&P 500 지수는 1월부터 급등해 5월22일까지 무려 16% 올라 1655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5월22일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의회에서 불쑥 "다음 몇 번의 회의에서 채권 매입의 속도를 한 단계 낮출 수 있다"라고 언급했고, 그 직후 뉴욕 증시는 6월 말까지 한 달간 하락한 뒤 이후 여름 내내 횡보했습니다. 연 1.5% 수준이던 10년물 금리가 9월 초 3.0%에 달할 때까지 올라갔으니까요. 이후 금리가 안정되자 S&P 500 지수는 조금씩 올라 10월8일 다시 1655를 회복했습니다. 그런 뒤 연말까지 석 달간 12% 폭등했습니다. 그래서 그해 수익률이 무려 32.39%에 달합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바람에 애초 9월 FOMC에서 테이퍼링 시작을 결정하려던 Fed는 결국 그해 마지막 회의인 12월에야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테이퍼링은 2014년 1월부터 10월까지 실시됐습니다.
만약 증시가 이렇게 움직인다면 투자자들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이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입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시장과 정치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재임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분위기는 괜찮다는 얘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과 경제 상황만 좋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Fed 의장을 바꿔 괜한 위험 부담을 질 이유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이 괜찮다면 투자자들뿐 아니라 파월 의장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여러 난관이 있습니다. 주요 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에 1% 차이로 접근했습니다.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높다는 뜻입니다.
또 7월15일부터 8월 말까지는 계절적으로 뉴욕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시기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1928년부터 2주씩 끊어볼 때 우리는 올해 최고의 2주를 막 지나갔다. 8월은 시장친화적이지 않으며 8월의 추세는 내내 떨어지는 것이다. 8월 말에는 네 번째로 수익률이 나쁜 2주가 자리잡고 있다. 그 시점에 올해 잭슨홀 회의가 열린다. 또 1950년부터 따지면 지난 72년 동안 S&P 500 지수가 상반기 10% 이상 올랐을 때가 19번 있었는데, 이렇게 상반기가 강하게 오른 이후 8월 수익률(중간값)은 0.51% 하락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8월26~28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잭슨홀 회의에서는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과 뉴욕 증시는 이번 여름을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을까요?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다우는 0.83%, S&P 500 지수는 0.82% 상승했고, 나스닥 지수는 0.92% 뛴 14,631.95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10달러(4.6%) 오른 배럴당 70.30달러로 마감했습니다. 또 강세를 이어온 달러도 이날은 소폭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미 동부시간 오후 6시 현재 0.14% 내린 92.8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도 다시 3만1000달러로 회복됐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가상화폐 콘퍼런스인 '더 B 워드'에 참석해 "아직 비트코인을 갖고 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힌 것도 도움을 줬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제오늘 달라진 건 금리가 아닌 주식이 금융시장을 리드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몇 달간은 모든 투자자가 금리를 주시했습니다. 금리가 움직이면 그에 따라 주가가 요동쳤습니다. 금리가 하락한 날은 성장주들이, 상승한 날은 경기민감주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0일 아침 금리가 급락했는데도 주가가 상승한 뒤, 증시가 채권 시장을 이끌고 가는 형국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주가를 따라가고 있는 겁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8.3bp(1bp=0.01%포인트)나 크게 올라 1.29%로 마감됐습니다. 장 중 한때 1.3% 선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금리가 회복된 게 아닙니다. 그냥 과도했던 경기 회복 우려가 옅어진 겁니다. 그리고 숏커버링 등 기술적 요인도 좀 잠잠해진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Fed가 워낙 시장을 왜곡시켜놓았기 때문에 요즘 금리 움직임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읽으려 하지 말라"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리 하락이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라는 주장은 상당폭 과장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예상을 넘는 실적을 공개한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관련, 감염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입원율은 아주 소폭 상승한 영국을 들면서 "만약 이런 패턴이 미국에서도 나타난다면, 나는 사람들이 점점 코로나를 독감처럼 여기면서 외출이나 경제 활동 재개를 지속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후 1시 열린 재무부의 24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20년물 경매에서는 응찰률이 전달(2.40배)보다 낮은 2.33배에 그치면서 발행금리가 1.890%로 결정됐습니다.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1.878%보다 1.2bp 높은 겁니다. 이런 입찰 결과가 알려지자 10년물 금리가 즉각 1.3%를 넘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있었던 30년물 입찰도 발행금리가 발행 당시 시장금리보다 높게 형성됐었지요.
월가 관계자는 "작년부터 국채 발행 규모가 워낙 커진 데다, 최근 금리 하락으로 가격 부담이 생겼다. 여기에 미 국채 시장의 가장 큰 손인 미 중앙은행(Fed)은 국채를 유통시장에서만 사지 발행시장엔 들어오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여기에도 Fed 영향이 있다는 겁니다. 지난 2월 말 저조한 7년물 입찰로 채권 금리가 폭등하면서 시장 불안이 커졌었는데, 이날은 금리가 오르자 증시 상승폭은 더 커졌습니다. 금리 상승이 호재로 풀이되고 있는 겁니다. 경기 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감소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니까요.
뉴욕 증시가 급락한 뒤 급반등하는 현상은 올해 내내 목격한 익숙한 현상입니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직후인 6월18일 S&P 500 지수는 1.31% 떨어져 50일 이동평균선까지 하락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거래일인 21일 1.4% 반등하고 22일 추가로 0.51% 더 올랐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3% 하락하고 5% 오르는 식으로 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 행진을 벌여왔습니다.
이날 증시는 여러 면에서 강했습니다. S&P 500 종목의 90% 가량이 이틀째 상승했습니다.
특히 이번 주 짧은 조정과 반등을 겪으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 경기민감주가 다시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날 에너지주가 3.53% 올랐고 금융주가 1.71%, 소재가 1.09%, 산업주가 1.00% 등 상승하는 등 경기순환 업종이 모두 1% 넘게 올랐습니다. 경기민감주는 지난 4월부터 조정을 받으면서 최고가보다 30~50%까지 떨어진 주식이 많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안정되고 지금과 같은 위험 선호 심리가 이어진다면 한동안 조정을 받아온 경기민감주가 다시 시장을 이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올해 주가 움직임이 2013년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2013년은 처음으로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때입니다. 올해처럼 말입니다. 당시 S&P 500 지수는 1월부터 급등해 5월22일까지 무려 16% 올라 1655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5월22일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의회에서 불쑥 "다음 몇 번의 회의에서 채권 매입의 속도를 한 단계 낮출 수 있다"라고 언급했고, 그 직후 뉴욕 증시는 6월 말까지 한 달간 하락한 뒤 이후 여름 내내 횡보했습니다. 연 1.5% 수준이던 10년물 금리가 9월 초 3.0%에 달할 때까지 올라갔으니까요. 이후 금리가 안정되자 S&P 500 지수는 조금씩 올라 10월8일 다시 1655를 회복했습니다. 그런 뒤 연말까지 석 달간 12% 폭등했습니다. 그래서 그해 수익률이 무려 32.39%에 달합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바람에 애초 9월 FOMC에서 테이퍼링 시작을 결정하려던 Fed는 결국 그해 마지막 회의인 12월에야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테이퍼링은 2014년 1월부터 10월까지 실시됐습니다.
만약 증시가 이렇게 움직인다면 투자자들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이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입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시장과 정치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재임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분위기는 괜찮다는 얘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과 경제 상황만 좋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Fed 의장을 바꿔 괜한 위험 부담을 질 이유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이 괜찮다면 투자자들뿐 아니라 파월 의장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여러 난관이 있습니다. 주요 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에 1% 차이로 접근했습니다.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높다는 뜻입니다.
또 7월15일부터 8월 말까지는 계절적으로 뉴욕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시기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1928년부터 2주씩 끊어볼 때 우리는 올해 최고의 2주를 막 지나갔다. 8월은 시장친화적이지 않으며 8월의 추세는 내내 떨어지는 것이다. 8월 말에는 네 번째로 수익률이 나쁜 2주가 자리잡고 있다. 그 시점에 올해 잭슨홀 회의가 열린다. 또 1950년부터 따지면 지난 72년 동안 S&P 500 지수가 상반기 10% 이상 올랐을 때가 19번 있었는데, 이렇게 상반기가 강하게 오른 이후 8월 수익률(중간값)은 0.51% 하락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8월26~28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잭슨홀 회의에서는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과 뉴욕 증시는 이번 여름을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을까요?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