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매각했던 CJ, 3년만에 마이크로바이옴 벤처 인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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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키우고 매각한 CJ헬스케어, HK이노엔으로 사명변경
신약 성공하고 승승장구…코스닥 상장 임박
“리베이트 리스크 덜고 프로바이오틱스 사업과 시너지”
신약 성공하고 승승장구…코스닥 상장 임박
“리베이트 리스크 덜고 프로바이오틱스 사업과 시너지”
3년 전 숙취해소제 '컨디션'으로 유명한 제약 계열사를 매각했던 CJ제일제당이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 생태계) 벤처기업 ‘천랩’을 인수해 다시 헬스케어 분야에 진입한다. 공교롭게도 매각했던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은 그동안 덩치를 키워 코스닥 상장이 상장할 예정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천랩의 최대주주인 천종식 대표와 주요주주인 상하이ZJ바이오테크는 각각 39만858주와 23만4375주를 모두 250억932만원을 받고 CJ제일제당에 매각하는 계약을 지난 21일 맺었다. CJ제일제당은 천랩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732억4123만원에 390만9838주를 확보한다. 오는 10월29일에 매각대금을 일시에 지급하고, 유상증자 대금도 납입할 예정이다. 모두 983억원을 들여 천랩 지분 44%를 확보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천랩이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 및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 관련 물질 발굴 역량 등이 자사의 미생물·발효 기술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새로운 성장동력 삼을 계획이다.
시장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했다. 피인수 소식이 증시에 반영된 전날 천랩은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전 11시33분 현재 전일 대비 7700(11.99%) 빠진 5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여전히 피인수 전인 4만9400원보다는 14.37% 오른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의 주가는 큰 변동이 없다. 전일에는 직전 거래일 대비 1.40% 올랐고, 이날은 소폭 내린 46만7500원 수준을 기록 중이다.
HK이노엔은 일반인에게는 '컨디션'으로 유명하지만 핵심은 신약이다. 한국콜마로 매각된지 몇달 만인 2018년 7월. 국내 신약 제30호 케이캡(테고프라잔)의 시판허가 받으며 위식도 역류질환 시장에 진출했다. 프로톤펌프억제제(PPI)가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서 글로벌 두 번째로 출시된 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제(P-CAB) 제품이다. 케이캡은 2019년 출시돼 지난달까지 누적 매출 1200억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의약품 품목) 의약품이다.
숙취해소제 시장 1위 제품인 컨디션을 제조·판매하는 HB&B 부문도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아까운 부분이다. 당장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가 의약품보다는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비롯한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쎌바이오텍을 비롯한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기업들도 숙취해소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 안팎에서는 'CJ제일제당이 남 좋은 일 시켰다', '조금만 참았으면 대박이었는데' 등의 아쉬운 소리가 나온다.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의견이 다르다. CJ제일제당의 HK이노엔 매각에 이은 천랩 인수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제약 영업 분야를 걷어내고, 유산균 제품군을 키우고 있는 CJ제일제당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R&D) 역량을 새로 확보했다는 측면에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네릭(복제약) 비중이 큰 화학제제 기반의 제약사업은 선도적으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해가는 CJ제일제당이 잘 하기 어려운 분야로 판단했다”며 “매각 이후 HK이노엔도 성장을 지속했기에 윈-윈(win-win)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매각이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제약 업계를 짓눌렀던 '불법 리베이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는 얘기도 있다. 사업을 포기한다기 보다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떼어내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당시 HK이노엔을 매각한 배경에 대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수감돼 있는 와중에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법률 리스크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의 유산균 제품들 중 임상을 통해 기능성을 입증한 개별인정형 원료로 제조된 품목이 있다”며 “천랩이 신약 개발에 나섰을 때 임상개발 등을 지원할 역량이 CJ제일제당에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역량이 CJ제일제당의 유산균 합쳐진다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선두그룹에 있는 기업들에게 위협이 될 만하다고도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천랩의 최대주주인 천종식 대표와 주요주주인 상하이ZJ바이오테크는 각각 39만858주와 23만4375주를 모두 250억932만원을 받고 CJ제일제당에 매각하는 계약을 지난 21일 맺었다. CJ제일제당은 천랩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732억4123만원에 390만9838주를 확보한다. 오는 10월29일에 매각대금을 일시에 지급하고, 유상증자 대금도 납입할 예정이다. 모두 983억원을 들여 천랩 지분 44%를 확보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천랩이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 및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 관련 물질 발굴 역량 등이 자사의 미생물·발효 기술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새로운 성장동력 삼을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인수 발표되자 천랩 '상한가'
CJ제일제당 3년만에 다시 헬스케어 사업에 발을 담그게 됐다. 사실 CJ제일제당의 업력은 오래됐다.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해 제약사업부를 만들고 2018년까지 35년동안 쌓은 노하우가 있었다. 그럼에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떼어낸 터라 이번 인수는 시장에서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다.시장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했다. 피인수 소식이 증시에 반영된 전날 천랩은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전 11시33분 현재 전일 대비 7700(11.99%) 빠진 5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여전히 피인수 전인 4만9400원보다는 14.37% 오른 수준이다. CJ제일제당의 주가는 큰 변동이 없다. 전일에는 직전 거래일 대비 1.40% 올랐고, 이날은 소폭 내린 46만7500원 수준을 기록 중이다.
HK이노엔은 일반인에게는 '컨디션'으로 유명하지만 핵심은 신약이다. 한국콜마로 매각된지 몇달 만인 2018년 7월. 국내 신약 제30호 케이캡(테고프라잔)의 시판허가 받으며 위식도 역류질환 시장에 진출했다. 프로톤펌프억제제(PPI)가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서 글로벌 두 번째로 출시된 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제(P-CAB) 제품이다. 케이캡은 2019년 출시돼 지난달까지 누적 매출 1200억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의약품 품목) 의약품이다.
CJ제일제당 매각한 HK이노엔, 신약 성공에 코스닥 상장 '대박'
HK이노엔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전날 개최한 간담회에서 이 회사의 연구·개발(R&D) 총괄인 송근석 전무는 “자체적 기술력만으로 초기 개발부터 임상 개발까지 모든 과정을 한 제품으로 진행해본 제약사는 많지 않다”며 “(HK이노엔은) 신약 개발과 사업에서 모두 성공해 개발 경험을 (회사의 역량으로)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숙취해소제 시장 1위 제품인 컨디션을 제조·판매하는 HB&B 부문도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아까운 부분이다. 당장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가 의약품보다는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를 비롯한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쎌바이오텍을 비롯한 프로바이오틱스 전문 기업들도 숙취해소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 안팎에서는 'CJ제일제당이 남 좋은 일 시켰다', '조금만 참았으면 대박이었는데' 등의 아쉬운 소리가 나온다.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의견이 다르다. CJ제일제당의 HK이노엔 매각에 이은 천랩 인수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제약 영업 분야를 걷어내고, 유산균 제품군을 키우고 있는 CJ제일제당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R&D) 역량을 새로 확보했다는 측면에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네릭(복제약) 비중이 큰 화학제제 기반의 제약사업은 선도적으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해가는 CJ제일제당이 잘 하기 어려운 분야로 판단했다”며 “매각 이후 HK이노엔도 성장을 지속했기에 윈-윈(win-win)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매각이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제약 업계를 짓눌렀던 '불법 리베이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는 얘기도 있다. 사업을 포기한다기 보다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떼어내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당시 HK이노엔을 매각한 배경에 대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수감돼 있는 와중에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법률 리스크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의 유산균 제품들 중 임상을 통해 기능성을 입증한 개별인정형 원료로 제조된 품목이 있다”며 “천랩이 신약 개발에 나섰을 때 임상개발 등을 지원할 역량이 CJ제일제당에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역량이 CJ제일제당의 유산균 합쳐진다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선두그룹에 있는 기업들에게 위협이 될 만하다고도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