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환경경영 ABC②
쌍용C&E가 강원 영월 폐광산에 축구장 26배 크기 사업장 폐기물 매립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사업장 폐기물 매립 후 조성될 시설 모형.
쌍용C&E가 강원 영월 폐광산에 축구장 26배 크기 사업장 폐기물 매립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사업장 폐기물 매립 후 조성될 시설 모형.
‘Doing well by doing good’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 명언이다. 비즈니스에서는 이 말이 사회와 환경에 좋은 경영 활동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 책임 경영(CSR)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훌륭하고 멋있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말 사회와 환경에 이로운 경영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려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 적당히 좋은 경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최선의 좋은 경영과 적당히 좋은 경영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이런 질문은 진정성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상과 현실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현실적인 면에서 ‘좋다(good)'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 주제가 환경 경영인 만큼 환경에 집중해보자. 환경에 좋은 경영이란 무슨 뜻일까. 오염 물질을 덜 배출하는 경영,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경영, 유해 물질을 줄인 제품을 개발하는 경영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 활동이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오염 물질을 덜 배출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했는데 이미지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고, 환경성을 개선한 제품이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 시장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단순히 선한 의도만으로는 환경에 좋은 경영의 의미를 규명하기 어렵다. 물론 선한 의도가 진정성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선한 의도는 동기부여의 일부에 해당할 수 있지만, 핵심 요인으로는 보편화되기 어렵다. 보다 많은 다수가 참여하는 환경 경영이 되려면 기업의 발전에 필요하면서 환경에도 좋은 경영을 해야 한다. 바로 'Doing good for doing well'이 되어야 한다.

리스크와 기회, 어느쪽이 더 중요할까

기업의 성장을 위해 환경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환경과 관련한 리스크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환경 관련 리스크와 기회가 있기에 환경 경영도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이는 환경의 중요성과 별개로 이해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의 수준이 낮아 환경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던 시절에도 공기, 물, 토양 등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염 정도가 낮았기에 기업 활동에 제약이 따르지 않았고,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지금은 어떤가. 2020년 전 세계 222명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기상이변, 생물다양성 감소, 식량 위기, 그리고 물 위기를 세계 5대 위험으로 선정했다.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증가하는 환경에 대한 우려를 사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리스크 중 하나로 지목했다.

리스크와 기회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당연히 부정적 의미인 리스크보다는 긍정적일 뿐 아니라 가치 창출로 연결되는 기회라는 용어를 선호할 것이다. 게다가 리스크는 예방이라는 개념과 연결되는데, 예방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 중요성을 인식하기 쉽지 않다. 여러 전문가의 인터뷰 기사를 봐도 기회를 중요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리스크가 더 중요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순서다. 기회는 리스크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방향과 내용을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제도적 압력을 만들었다. 이 압력이 기업에는 에너지 절감과 에너지원의 개선 리스크로 연결되는데, 이러한 리스크가 에너지 효율성과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의 기회로 발전하는 것이다. 둘째는 실제 영향이 기회에 의한 긍정적 효과에 비해 리스크에 의한 사건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 아마 새로운 사업 전략의 측면에서 기사화된 사례를 떠올리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사업 전략 외에는 비용과 평판에 미치는 영향에서 부정적 영향이 더 다양하고 크기가 크다.

물리적 오염 수준 낮아도 리스크 된다

환경 경영 분야에서 리스크의 원인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방법을 환경 영향 평가라고 한다. 그런데 이 용어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법적으로 필요한 환경 영향 평가와 혼동될 수 있는 데다 목적을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환경 리스크 평가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환경 리스크 평가는 기업의 환경 리스크에 대한 종합검진이다. 환경 리스크 평가는 사람으로 보면 종합검진과 같다. 이를 통해 건강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반면, 검진이 잘못되면 불필요한 노력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 큰 병에 걸릴 수도 있다. 기업에서 환경리스크를 평가하는 것도 제대로 하면 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발전을 위한 방향을 수립할 수 있지만, 잘못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거나 큰 사건으로 인해 평판이 하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환경 리스크를 평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의 경험에서 환경 리스크 평가는 애를 많이 먹은 과정이었다. 힘들던 기억을 떠올리며 환경 리스크를 의미 있게 파악하는 원칙을 소개한다.

첫째, 환경 리스크는 이해관계자로부터 발생되는 사업 리스크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법적 요구 사항, 고객 요구 사항, 지역 주민 관심 사항, 투자자 관심 사항 등이 평가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물리적 오염 수준이 낮아도 사업적으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둘째, 평가 대상 업무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 리스크라고 해서 환경 지식만으로 접근하면 발생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쇄 공정에서 주기적으로 많은 폐기물이 발생되는데, 관리 자체도 어렵지만 재료비의 낭비와 처리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모델 교체가 주원인인데, 근본 원인은 수시로 변경되는 발주에 있었다. 해당 업무 담당자와 나눈 진솔한 대화가 아니면 알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발생 원인을 알아야 리스크 평가의 핵심인 발생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발생 원인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셋째,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데이터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해야 한다. 예컨대 대기오염 데이터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생산 관련 데이터를 연결해보니 특정 설비가 가동할 때 오염 수치가 높아져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 이를 토대로 특정 설비의 문제를 찾아냈으며, 해당 설비의 환경 리스크를 정확히 도출해 개선 방향을 수립했다. 사실 데이터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간접적으로라도 개념을 수치화해 평가해야 일관성 있는 관리가 가능하다. 담당 직원들의 투표는 간접적 수치화의 예다. 데이터가 없으면 데이터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ESG 부상으로 앞으로 고객이나 주주, 투자자가 요구할 가능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넷째, 과거 잘못을 문제 삼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과거 문제점을 발견하면 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스크 평가를 하다 보면 기존의 잘못된 관행이 드러나기도 한다. 낭비되는 에너지가 적지 않은 경우, 작은 유출이 반복된 경우 등을 감추기 위해 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현명한 방향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각 기업의 환경 리스크가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업종이 같아도 공정과 설비가 다르면, 고객이 다르면, 공정과 설비가 같아도 지역이 다르면, 관리 방식이 다르면 결과가 달라진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환경 리스크 평가가 환경 경영의 시작이다. 만일 리스크 평가가 적절히 이루어졌다면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과 관련해 우리 회사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요구 사항이 무엇인가. 회사 경영의 성과와 결과에서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요구 사항에 부족한 내용이 무엇인가. 회사의 세부 활동 중 상기 부족한 내용의 원인이 무엇인가.

양인목 성신여대 청정융합에너지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