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앞두고 전 세계 취재진 몰려 포화상태…거리두기 유명무실
미디어센터·식당은 특히 '혼잡'…일부는 마스크 벗고 일하기도


"저기요. 여기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안 보이나요?"

"식당에 가보세요. 자리가 없어요."

2020 도쿄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린 23일 낮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
취재·사진기자들의 거점인 경기장 미디어센터는 시장 바닥을 방불케 했다.

약 900㎡(약 270평) 면적의 텐트형 실내 시설에 몰려든 취재진은 어림잡아 200여명.
미디어센터는 취재진을 수용하지 못했다.

일부 취재진은 자리를 잡지 못해 바닥에 앉아 기사를 송고했다.

거리두기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곳곳에서 위험한 장면이 포착됐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경기장 미디어센터 구석에 '음식물 섭취 구역'을 따로 지정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한 취재진은 식당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면서 포화 상태가 됐다.

식당이 제 기능을 잃자 취재진은 마스크를 내리고 업무 자리에서 식사하기 시작했다.

식사하지 않더라도 마스크를 벗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미디어센터는 텐트형으로 설치된 가건물인데, 뜨거운 햇볕이 천장을 통과해 내부를 비췄다.

에어컨이 가동됐지만, 실내 온도는 끝없이 올라갔다.

덥고 짜증 나는 환경 속에 적지 않은 취재진이 마스크를 벗어젖혔다.

이 경기장 미디어센터 관계자는 '너무 위험한 환경이다'라는 취재진의 말에 "어쩔 도리가 없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한 외신 기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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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모습이 양궁경기장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도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 조성된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도 마찬가지다.

MPC 내에 있는 유일한 일본식 식당에 가면 언제든지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나이와 인종, 국가와 성별에 상관없이 수많은 취재진이 다닥다닥 붙어 마스크를 내리고 음식을 먹는다.

포화 상태를 넘겨도 식당 출입을 막는 이는 없다.

MPC 안에 있는 하나뿐인 편의점에 가도 진풍경을 목격할 수도 있다.

편의점엔 마치 놀이공원을 연상케 하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도시락을 사기 위해선 수십 분을 다른 사람들과 붙어있어야 한다.

점심시간은 물론, 식사 시간 외에도 이 줄은 끊기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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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줄은 어딜 가도 쉽게 볼 수 있다.

기념품 가게도, 흡연 장소도 그렇다.

버스정류장의 모습은 더욱더 가관이다.

수십 명의 취재진이 항상 한데 모여 줄을 서고, 버스를 함께 탄다.

출퇴근 만원 버스 모습과 다를 게 없다.

전 세계에서 몰린 취재진은 매일 같은 공기를 공유하며 위험을 함께한다.

도쿄올림픽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