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지 않다고?" 로봇청소기 이렇게 진화했습니다 [배성수의 다다IT선]
과거 로봇청소기 사용자들의 불만은 로봇청소기가 ‘똑똑하지 않다’였습니다. 로봇청소기가 국내 시장에 제대로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도 중반 써본 제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로봇청소기를 돌리고 외출해서 돌아오면 집 안 전선을 피하지 못해 제대로 청소를 해놓지 않고 있거나, 거실보다 문턱이 낮은 신발장 밑으로 떨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이러한 단점이 많이 개선돼 뛰어난 청소 기능을 자랑합니다. 다만 여전히 구석구석 청소가 되지 않거나 섬세하지 못하다는 주변의 반응이 많습니다. 로봇청소기를 큰맘 먹고 구매했지만, 성능에 만족하지 못해 유선청소기나 무선청소기로 청소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건조기, 식기세척기와 함께 ‘3대 이모’라 불리는 로봇청소기지만, 그간 판매량은 업계 예상보단 신통치 않았습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봇AI/사진=배성수 기자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봇AI/사진=배성수 기자
삼성전자로부터 대여해 사용해본 ‘비스포크 제트봇 AI’는 로봇청소기 특유의 단점을 해결해 똑똑한 제품으로 거듭났다는 평가입니다. 로봇청소기에 AI(인공지능)가 명시된 다소 특이한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제품은 AI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우선 가장 편리했던 점은 로봇청소기를 구동하기 전 집안 사전정리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됐다는 점입니다. 집안 곳곳의 전선은 물론 거실의 화분, 주방의 의자 등에 최대한 근접해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비스포크 제트봇 AI는 인텔 AI 솔루션을 활용해 1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사전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청소기가 스스로 가전, 의류 등 다양한 사물을 인식한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액티브 스테레오 카메라’ 방식의 3D 센서와 자율주행차의 눈이라 불리는 ‘라이다(LiDAR) 센서’, 사물을 정교하게 인식하는 패턴 빔 등 다양한 기능이 한 데 모여 집안 곳곳의 장애물을 감지하고 공간 특성에 맞는 스스로 최적의 경로로 청소를 합니다. 스스로 데이터를 처리해 효율성을 높인 최근 IT업계의 화두인 ‘에지 컴퓨팅’이 접목된 첫 로봇청소기인 셈입니다.
"똑똑하지 않다고?" 로봇청소기 이렇게 진화했습니다 [배성수의 다다IT선]
이러한 작동 모습은 삼성전자 가전관리 앱 ‘스마트싱스’에서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작동은 스마트싱스로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데요, 제품을 처음 작동시키면 탑재된 센서로 집안 구조와 거치대 위치를 파악한 후 청소를 시작합니다. 비스포크 제트봇 AI는 다양한 청소 모드를 지원하는데요. 제가 가장 자주 썼던 모드는 처음 집안 전반을 청소한 뒤 식탁과 침대 등 사물 아래, 가구 곳곳과 벽면을 따라 청소하는 방식입니다. 청소를 마치면 자동으로 충전기에 들어갑니다. 본체 바닥에는 모가 촘촘하고 부드러운 소프트 마루 브러시가 2개 장착돼 있어 청소 기능도 뛰어났습니다.

별도의 리모컨이 없지만 대신 스마트싱스와의 호환성이 뛰어납니다. 비스포크 제트봇 AI의 청소 현황은 모두 스마트싱스 앱에 기록되는데요, 실제로 집안 구석구석 모두를 청소해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혹여나 큰 사물이 배치돼 있거나 화장실 등 청소할 수 없는 부분은 미청소 구역으로 표시됩니다. 로봇청소기는 대부분 외출할 때 돌리고 가는 게 대부분인데, 앱으로 청소 구역은 물론 내장 카메라를 통해 집안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로봇청소기가 집 공간을 기억해두고 있기 때문에, 청소를 원하는 방이나 거실을 특정해서 청소를 돌릴 수 있다는 점도 편리했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스마트싱스 앱으로 청소 구역을 본 모습. 청소되지 않은 부분은 신발장, 2개의 화장실, 베란다./사진=배성수 기자
청소를 마치고 스마트싱스 앱으로 청소 구역을 본 모습. 청소되지 않은 부분은 신발장, 2개의 화장실, 베란다./사진=배성수 기자
삼성 비스포크 제트봇 AI가 청소하는 모습을 내장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다/사진=배성수 기자
삼성 비스포크 제트봇 AI가 청소하는 모습을 내장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다/사진=배성수 기자
비스포크 제트봇 AI는 여러 편의기능이 탑재됐습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삼성전자의 먼지비움 시스템 ‘청정스테이션’인데요. 청소가 끝나면 청정스테이션 거치대에 자동으로 들어가 먼지를 비워줍니다. 그래서 매번 먼지를 비울 필요 없이, 먼지통에 먼지가 차면 2개월~3개월에 한 번만 치우면 돼 편합니다. 배터리 용량도 넉넉합니다. 써보니 30평 크기의 집을 청소하는 데 1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됐고, 90분 사용하면 배터리가 모두 소요됐습니다. 배터리를 완충하는 데는 2시간30분 가량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데요, 반려동물 돌봄 기능도 지원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강아지가 장시간 짖을 경우 사용자에게 알림을 보내주고 정서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틀어준다는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입니다.

삼성전자 가전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체험해 본 색상은 하늘색 본체에 흰색의 청정스테이션이었는데요. 거실이든 방이든 어디에 위치해놔도 잘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비스포크 제트봇 AI는 이처럼 과거 제품과 비교해보면 다방면에서 진일보한 제품이라는 느낌이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도 있습니다. 크기는 가로로 28cm, 높이는 14cm 정도였는데요. 침대 밑 등 왠만한 부분은 대부분 들어가 청소를 히지만 아주 낮은 틈은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LG전자가 앞세우고 있는 물걸레 기능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가격은 100만원대로 고가 제품으로 출시됐습니다.
"똑똑하지 않다고?" 로봇청소기 이렇게 진화했습니다 [배성수의 다다IT선]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