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주가…꿈만 좇지 말고 실적부터 확인해야
투자자 A씨는 성품이 무던하다. 그런 성격 탓인지 지난해 투자한 바이오 종목이 급등해 수익률이 100%를 넘었을 때도 남들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한 태도로 더 오래 들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바이오 업종이 찬밥 신세가 되면서 수익 대부분을 반납하고 손실까지 보게 됐는데도, 쓰린 속을 역시 차분하게 달래며 손절하지 않았다. 무던한 성격이 ‘존버’의 원동력인 셈이다.

그러던 A씨가 최근 존버 중단을 결심했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의 특성상 실제로 실적을 만들어내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을 버텨야 할 것 같아서다. 이 사실을 모르고 투자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1년 넘게 투자하는 동안 신약 개발의 청신호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몇 차례의 이벤트에서 ‘오랜 기다림’에 확신을 심어줄 만한 결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엔 혹시나’라는 기대가 매번 실망으로 이어지면서 주가는 내리막에 접어들었고 A씨의 존버 결심도 약해졌다.

냉혹한 주가…꿈만 좇지 말고 실적부터 확인해야
인터넷 종목토론방에선 올해 안에 ‘LO(license out·기술이전)’가 성사될 것이란 기대감이 아직 식지 않았다. 게다가 경영진이 결심하면 언제든 주주들에게 ‘무증(무상증자) 선물’을 안길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주장도 간혹 올라온다.

A씨는 사실 이 종목이 세상을 놀라게 할 대박 신약을 만들어낼 것이란 ‘꿈’을 좇아 투자를 시작했다. 그 꿈이 실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LO나 무증이 이뤄진다면 일종의 보너스를 받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본질인 꿈은 더 막연해진 느낌이고 보너스인 LO나 무증에만 기대어 버텨야 하는 형편이다.

코스피지수가 3200을 넘고 코스닥지수가 1000을 뚫는 동안 존버하느라 주가가 뛰는 다른 종목을 지켜만 봐야 했던 답답함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이렇게 버티면 나중에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어졌다.

이런 A씨 상황에 대해 한 펀드매니저는 “작년엔 금리가 워낙 빠지니까 바이오라면 뭐든지 가리지 않고 올랐지만 이제는 바이오에서도 실적을 따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신약 개발보다는 바로 실적을 낼 수 있는 진단 관련 종목이나 코로나19 치료제 종목을 투자자들이 선호한다”며 SD바이오센서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당초 코로나19가 다 잡히는 분위기에서 상장을 추진하다가 흥행에 실패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진단 키트 수요가 늘어나 ‘실적’이 돋보일 것으로 주목받아 상장 첫날 진단키트 대장주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A씨는 실적 중시 분위기를 감안해 바이오를 떠나 배터리로 눈길을 돌리기로 했다. 전기차 보급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고 그에 따라 배터리 종목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배터리 대형주보다는 2차전지 관련 중소형주에서 기회를 엿보려 한다. 솔루스첨단소재, 에코프로비엠, DI동일 등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2차전지 소재주를 눈여겨보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유럽의 배터리 전지박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고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주가가 대략 2년 후의 미래 가치를 선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솔루스첨단소재는 현저히 저평가됐다”며 매수를 권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양극재 메인 벤더로 향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장이 예상된다며, DI동일은 전기차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1위 업체인데 배터리 소재업체 중 가장 저평가됐다며 증권사들이 추천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