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기증 대신 임대택한 삼성 속사정
"좋은 일이라도 잘못하면 뇌물·배임으로 몰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은 부산 용호동 일대 이기대 공원 부지 150만㎡중 4분의 1 가량(38만여㎡)을 보유 중이다. 이 공원을 운영하는 부산시는 지난해 삼성으로부터 토지를 3년 단위로 무상 임대받는 계약을 맺었다. 대신 해당 토지에 대한 보유세는 감면해주고 있다.
현행법상 정부나 지자체에서 사유지를 도시공원으로 지정하면 토지주는 해당 토지를 개발할 수 없다. 대신 정부·지자체가 해당 토지를 유상매입하는 게 원칙이다. 20년이 지나도 매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원일몰제에 따라 사유지를 다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공원일몰제는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지난 2000년 제정됐다. 이기대 공원에 있는 삼성 부지는 지난해 7월 공원일몰제 요건을 충족시켰다.
부산시 측은 이 토지를 유상매입하는 대신 기증하거나 무상으로 임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삼성은 뇌물·배임 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좋은 의도로 땅을 기증해도 다른 목적으로 뇌물을 줬다고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는 부산 바다가 보이는 등 전망이 좋아 호텔·리조트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기에 가치가 높다. 이를 개발하는 대신 무상으로 임대하는 방안도 법률 검토 결과 시민단체 등에서 배임으로 문제를 삼을 소지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부산시는 삼성의 이런 우려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이고, 이기대공원을 보전녹지지역으로 지정했다. 보전녹지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 외 아파트·호텔 등의 개발이 금지된다. 삼성은 배임 논란에 대한 걱정 없이 임대를 결정했다. 삼성 관계자는 "공익재단 취지에 부합하게 해당 토지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게 됐다"며 "당분간 토지를 개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