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자산의 불확실성 시대다. 주식 시장의 경우 여전히 견고한 모습이지만 물가 상승, 금리 상승, 부채 확대, 비트코인 거품 등 변동성을 높일 요인이 상당해서다.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캐피탈그룹(Capital Group)은 최근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만한 보고서를 내놨다. 5,000명 이상의 금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자주 나온 질문 5가지를 추려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놨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문제였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촉발된 경기 회복세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금리 인상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그러나 캐피탈그룹은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부 사람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물가 상승세가 유지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장기 인플레이션 시대로 전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다.

금리 인상 시기도 자체적으로 전망했다. 캐피탈그룹은 "물가는 내년 말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연준의 장기 목표치인 2%로 되돌아갈 것"이라면서 "우리는 연준의 첫 금리 인상이 적어도 12개월에서 18개월 정도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급증하는 부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는 등 적자 국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캐피탈그룹은 미국의 부채 규모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고치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106%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캐피탈그룹은 강조했다. 미국의 부채가 장기적 성장의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GDP 성장률보다 금리가 낮고 달러화가 세계 기축 통화로 남아 있는 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캐피탈그룹은 "전형적으로 채무위기는 투자자들이 더 이상 한 나라의 부채를 매입하려 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데 미국에서 그런 일이 곧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설령 빚이 결국 이슈가 된다 하더라도 시장이 영향을 느끼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캐피탈그룹 홈페이지 캡처
/사진=캐피탈그룹 홈페이지 캡처
아울러 성장주와 가치주 사이에서 양자택일 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캐피탈그룹은 "이분법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기업별 가치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금리 하락시에는 성장주, 상승시에는 가치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일종의 법칙을 항상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마틴 로모 자산 포트폴리오 캐피탈그룹 매니저는 "성장하는 기업의 주가가 저렴할 수 있고 주가가 저렴한 기업이 성장할 수도 있다"면서 "가치와 성장은 반대 방향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업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킨다. 투자자들이 "빅테크에 큰 문제가 생겼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그러나 캐피탈그룹은 미국 정부의 이같은 '현미경 규제'가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캐피탈그룹은 "규제 압력은 수년간 빅테크 장에서 계속 유지될 수 있지만, 현재 평가에는 이미 이러한 위험의 상당 부분을 반영하고 있다"며 "기업의 전면적인 해체는 불가능해 보이며 그럴 것 같지 않지만 만일 회사가 분할한다 해도 이는 추가적인 주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여부도 관심거리였다. 비트코인으로 성공을 맛본 사람들 사이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투자를 부추기는 동시에 지나치게 큰 변동성이 이들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있어서다.

캐피탈그룹에 따르면 바바라 버틴 주식투자 분석가는 "비트코인을 정말 사고 싶어 하는 고객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실례"라며 "적은 양을 소유하는 것은 여러분과 고객에게 하나의 학습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분석가는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의 1% 이하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버틴은 "고객이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손해를 볼 수 있는 정도 이상의 투자를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캐피탈그룹 역시 "비트코인을 단순한 유행이라고 치부하고 고객들에게 포트폴리오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유혹적일 수 있지만 이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관련된 위험은 분명하지만 획기적인 혁신과 기술 잠재력도 있기 때문에 고객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는 등 규율과 적절한 기대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정리=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