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도쿄올림픽과 코로나, 우리의 미래는?
우여곡절 끝에 도쿄올림픽이 개막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걱정도 잡음도 많은 듯하다. 만약 개최지가 서울이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방역만이 목표라면 답은 뻔하지만, 경제 상황까지 고려한 정치적 선택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특히 ‘잃어버린 20년’이라 할 정도로 오랜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일본 정부에는,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생각했던 올림픽을 취소하기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일본의 디플레이션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품이 터진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는데, 인구 구조가 빠르게 고령화하고 산업 경쟁력과 생산성이 낮아져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린 것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의 무능력도 한몫했는데, 경제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산 가격 등락에 초점을 맞춘 대증적 정책을 남발하면서 국민 미래에 대한 기대도 빠르게 식어버린 것이다.

경기순환의 침체 국면과 달리 디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빠져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버틴다고 해결되지 않고, 과감한 부양 정책을 동원해도 식어버린 국민의 기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무제한 찍어내겠다던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제 활성화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생각한 일본 정부가 코로나 상황에서도 올림픽 개최를 고집한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우리도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았다. 코로나가 모든 이슈를 덮어버리기 전에는 저성장과 저물가가 정책의 최대 고민거리였다. 20년 간격으로 일본을 복사한 것 같은 우리의 고령화 추세를 보면서, 다른 부분은 더 이상 닮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도 많았다. 그러면 지금은 그런 걱정을 미뤄두면 되는가?

물론 코로나 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다른 정책을 고민할 여유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대응만 하다가 ‘골든타임’을 낭비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코로나 이전에 우리 경제에서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게 만들었던 요인과 대응책을 다시 점검하고 보완해 실행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등 총량지표의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산업 양극화와 경제 활력 저하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회복세에서도 반도체 등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에서 성장이 정체된 코로나 이전의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데, 결국 규제개혁 등 이미 제시된 처방을 꾸준히 실행함으로써 생산성과 경제 활력을 높이는 노력이 여전히 필요함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자산시장이 1980년대 말의 일본과 다른지도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 과감한 부양 정책에 따른 유동성 유입으로 최근 1년간 자산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일본의 주가수익비율이 60배 정도였던 것처럼 현재 우리의 자산시장에는 다른 점이 더 많다. 한국은행이 ‘경제가 정상을 찾으면 통화정책도 정상화해야 한다’는 다소 원론적 발언을 통해 현재의 저금리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수는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도 자산시장의 거품을 줄이는 데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본의 디플레이션 초기에 통화정책이 실패했던 상황은 우리 경제도 정책기조를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자산가격 조정을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동원할 수도 있는데, 이는 실물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한다.

따라서 현재 우리에게는 위기 대응이라는 취지에 맞게 피해 계층에 집중해 지출을 줄여가는 재정정책과 이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는 통화정책의 조합이 더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앞으로 산업 구조조정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필요한 재정 자금의 적시 공급과, 이 과정에서 커질 수 있는 경기 변동성을 완화하는 통화정책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면서 정책 정상화 논의도 잠잠해졌지만, 지금은 보다 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눈을 더 부릅뜨고 신발 끈을 다시 맬 때다. 이를 통해서 언젠가 코로나의 장막을 걷어낼 때, 훨씬 더 활력 있고 경쟁력 있는 우리 경제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