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 칼럼] 전력대란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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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發 전력공급 감소에도
전기요금 억제로 수요 급증
제2의 전력대란 피할 수 없다
정종태 편집국 부국장
전기요금 억제로 수요 급증
제2의 전력대란 피할 수 없다
정종태 편집국 부국장
그해 여름은 뜨거웠다. 8월을 넘겨 9월 한가위가 지났는데도 무더위는 꺾일 줄 몰랐다.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 예비율은 위험 수위까지 뚝뚝 떨어졌다. 전력 피크가 지났다며 발전소를 무더기 정비상태로 돌려놓은 전력거래소는 당황한 나머지 전기 사용을 강제로 막는 단전 조치를 취했다. 얼마나 급박했으면 정부 보고조차 깜빡한 채 스위치부터 껐을까. 2011년 9월 15일 사상 최악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일로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질됐고, 에너지 라인도 줄줄이 옷을 벗었다. 그만둔 고위 관료 중에는 에너지 주무실장으로 언론 브리핑 때마다 해명에 진땀을 뺀 정재훈 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있었다. 전력수급 실패로 대란을 일으킨 실무 장본인이 이 정부 들어 전력공급 감소를 초래한 탈원전 정책을 최전선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걸 보면 운명도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언론들은 정전대란 원인으로 ‘전력 당국의 안이한 대응’을 꼽았다. 늦더위가 예고됐는데도 예년대로 발전소를 가동중단해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인은 구조적인 데 있었다. 정부는 2년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걸 짠다. 향후 15년간의 전력수급을 전망하고 거기에 맞게 수요관리, 설비 증설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수요 가정이 틀리면 설비 증설계획이 틀어지고, 결과적으로 정전대란 사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전대란이 벌어지기 5년 전인 2006년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력 수요 증가율은 매우 보수적으로 짜여졌다. 2020년까지 연평균 1.8%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3%대인 연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비하면 턱없이 낮게 잡힌 것이다. 이에 따라 계획된 발전소 증설마저도 지역 정서 등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면서 추진되지 못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에서 건설 계획을 확정한 원전은 2기(신한울 1·2호기)에 그쳤다.
반면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진행됐다. 2004년부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발전 단가가 뛰었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지만 당시 정부는 요금인상을 억제했다. 역시 정치적 판단이었다. 그러자 전기수요는 줄지 않았고, 결국 전력 수급에 압박이 찾아왔다.
과거 정부의 실책으로 덤터기를 쓴 이명박 정부는 공격적인 전력공급계획을 세웠다. 원전도 전 정부의 두 배인 4기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임기 중 3기를 준공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4기에 대해 건설 허가를 내줬고, 2기를 준공했다. 지금 정부 들어 탈원전으로 전력공급 능력이 감소했는데도 별 탈 없이 가는 것은 과거 정부 때 부지런히 원전을 지은 덕이라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올여름 기록적 무더위에 전력 예비율이 연일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블랙아웃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정부는 탈원전으로 멈춰놨던 원전까지 재가동하며 급한 불을 끄고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조건, 즉 전력수급 전망치와 전기요금을 보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대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쪽으로 가고 있다.
우선, 전력수급 전망치. 지난해 12월 공개된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향후 15년간 연평균 전력 수요 증가율은 1.0%로 잡혔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소비량 증가는 감안하지 않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수치다. 올해 여름 최대전력수요 예측치조차 벌써 빗나갔다. 신규 원전 증설을 억제하기 위해 전력 수요를 낮게 예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역시 이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전기 사용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운좋게 무사히 넘어간다 치자. 내년, 내후년 언젠가는 반드시 닥칠 구조적인 문제다. 그때 장관이나 실무담당자는 책임을 지고 옷을 벗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내 책임이 아닌데, 하필 내 임기에 사고가 터져서…”라며 지지리도 운이 없는 걸 탓할 것이다.
그 일로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질됐고, 에너지 라인도 줄줄이 옷을 벗었다. 그만둔 고위 관료 중에는 에너지 주무실장으로 언론 브리핑 때마다 해명에 진땀을 뺀 정재훈 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있었다. 전력수급 실패로 대란을 일으킨 실무 장본인이 이 정부 들어 전력공급 감소를 초래한 탈원전 정책을 최전선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걸 보면 운명도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언론들은 정전대란 원인으로 ‘전력 당국의 안이한 대응’을 꼽았다. 늦더위가 예고됐는데도 예년대로 발전소를 가동중단해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인은 구조적인 데 있었다. 정부는 2년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걸 짠다. 향후 15년간의 전력수급을 전망하고 거기에 맞게 수요관리, 설비 증설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수요 가정이 틀리면 설비 증설계획이 틀어지고, 결과적으로 정전대란 사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전대란이 벌어지기 5년 전인 2006년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력 수요 증가율은 매우 보수적으로 짜여졌다. 2020년까지 연평균 1.8%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3%대인 연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비하면 턱없이 낮게 잡힌 것이다. 이에 따라 계획된 발전소 증설마저도 지역 정서 등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면서 추진되지 못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에서 건설 계획을 확정한 원전은 2기(신한울 1·2호기)에 그쳤다.
반면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진행됐다. 2004년부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발전 단가가 뛰었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지만 당시 정부는 요금인상을 억제했다. 역시 정치적 판단이었다. 그러자 전기수요는 줄지 않았고, 결국 전력 수급에 압박이 찾아왔다.
과거 정부의 실책으로 덤터기를 쓴 이명박 정부는 공격적인 전력공급계획을 세웠다. 원전도 전 정부의 두 배인 4기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임기 중 3기를 준공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4기에 대해 건설 허가를 내줬고, 2기를 준공했다. 지금 정부 들어 탈원전으로 전력공급 능력이 감소했는데도 별 탈 없이 가는 것은 과거 정부 때 부지런히 원전을 지은 덕이라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올여름 기록적 무더위에 전력 예비율이 연일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블랙아웃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정부는 탈원전으로 멈춰놨던 원전까지 재가동하며 급한 불을 끄고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조건, 즉 전력수급 전망치와 전기요금을 보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대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쪽으로 가고 있다.
우선, 전력수급 전망치. 지난해 12월 공개된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향후 15년간 연평균 전력 수요 증가율은 1.0%로 잡혔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소비량 증가는 감안하지 않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수치다. 올해 여름 최대전력수요 예측치조차 벌써 빗나갔다. 신규 원전 증설을 억제하기 위해 전력 수요를 낮게 예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역시 이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전기 사용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운좋게 무사히 넘어간다 치자. 내년, 내후년 언젠가는 반드시 닥칠 구조적인 문제다. 그때 장관이나 실무담당자는 책임을 지고 옷을 벗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내 책임이 아닌데, 하필 내 임기에 사고가 터져서…”라며 지지리도 운이 없는 걸 탓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