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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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MBC 사장(사진)이 MBC가 2021 도쿄올림픽 중계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박 사장은 26일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과 실망하신 시청자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말은 사장 취임 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며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데 그칠 수 없는 건으로, 기본적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철저하게 원인과 책임을 파악해 대대적 쇄신 작업을 하겠다”며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겠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회견 도중 세 차례 머리를 숙였다.

MBC는 지난 23일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그래픽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삽입하는 등 부적절한 콘텐츠로 비판을 받았다. 결국 개회식 말미에 아나운서가 사과하고, 다음날 한국어와 영어로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해당 논란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샀다.

가디언은 “MBC가 올림픽 참가국을 소개할 때 모욕적인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에서 활동 중인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는 트위터를 통해 “이 자막 만들면서 괜찮다고 생각한 담당자는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할 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MBC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25일 남자 축구를 중계하면서 자책골을 기록한 상대 팀(루마니아)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향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광고 중 화면에 노출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전달했다”며 “해당 국가 관계자와 국민에게 사과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