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연금 수익률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퇴직연금을 적극 운용한 투자자와 무관심 속에 방치한 이들의 수익률이 ‘K자’ 형태로 벌어지면서 새로운 빈부 격차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14만 명의 1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수익률 상위 5%의 평균 수익률은 38.6%였다. 하위 5%는 -0.7%로 원금 손실을 봤다. 운용 방식에 따라 1년 새 40%포인트에 달하는 격차가 벌어졌다는 얘기다.

‘연금 고수’들은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주식형 펀드 비중을 73%까지 늘리며 높은 수익을 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는 전체의 27%만 묻어뒀다. 수익률 하위 투자자들은 제로금리(0) 수준의 예금에 연금을 방치했다. 일부를 채권형 펀드와 금펀드 등에 투자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장기 수익률도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 배당형의 5년 수익률은 각각 1.64%, 3.77%로 나타났다. 연간 2%포인트 수준의 격차에 복리효과가 더해지면 은퇴 시점에 최종 수익률 격차는 몇 배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최근 증시 활황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몰려있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된 분산투자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장기 투자 시 손실 가능성은 줄어드는 대신 수익에 대한 복리효과가 발생해 연금 양극화 현상은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