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올림픽 돌아온 '마흔 살' 오진혁, 든든한 마지막 사수로
첫 사수 김우진 '세계 최강' 명성 걸맞게 두 번째 단체전 금메달
[올림픽] 이번엔 형님들이 해냈다…양궁 전 종목 석권 '6부 능선'(종합)
특별취재단 = 이번엔 '형님들'이 한국 양궁을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의 6부 능선으로 끌어올렸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의 오진혁(40·현대제철)과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17·경북일고)은 26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은 지금까지 치러진 혼성단체전, 여자단체전, 남자단체전 등 도쿄올림픽 양궁 종목 3개 금메달을 다 가져왔다.

이제 30~31일 결승이 열리는 여자·남자 개인전 금메달 2개를 가져오면 2016 리우올림픽에 이은 2개 대회 연속 전 종목 석권의 대업을 이룬다.

이번 대회부터 혼성전이 추가돼 처음으로 양궁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하는 새 역사도 쓴다.

전 종목 석권 목표를 향한 6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혼성전에서는 김제덕과 안산(광주여대), 두 남녀 막내가 우렁찬 '파이팅!' 소리와 함께 금메달을 합작했다.

여자단체전에서는 강채영(현대모비스), 장민희(인천대), 안산 등 한 번도 올림픽에 출전한 적 없는 어린 궁사들이 압도적인 실력을 펼쳐 보이며 대표팀의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이번엔 형님들이 해냈다…양궁 전 종목 석권 '6부 능선'(종합)
이날 남자단체전에서는 막내 김제덕도 좋았지만, 오진혁과 김우진의 관록이 돋보였다.

김제덕에겐 형님뻘을 넘어 '삼촌뻘'인 오진혁은 마지막 사수로 나서, 승부의 변곡점마다 10점을 쏘며 후배들을 든든히 뒷받침했다.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던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선 오진혁은 양궁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세계 최고의 궁사로 인정받는 김우진은 첫 사수로 나서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며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자신의 두 번째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뒤를 든든히 지켜준 형님들 덕에 2번으로 나선 천재 사수 김제덕은 마음껏 활을 쐈다.

일본과의 화살 거리까지 잰 슛오프에서는 결정적 10점을 날렸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오래 정상에 머문 두 베테랑은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워낙 친한 사이다.

'형님들'이 워낙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 덕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처음 대표팀에 뽑힌 막내 김제덕이 쉽게 팀에 녹아들었다고 한다.

김제덕은 우승을 확정한 뒤 취재진과 만나 "형들의 리더십을 따라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면서 "처음 대표팀에 들어와서 형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너무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 올림픽 대표선수들은 한 팀이면서 결국 개인전에서는 '적'으로 만나는 운명이다.

당연히 미묘한 경쟁심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림픽] 이번엔 형님들이 해냈다…양궁 전 종목 석권 '6부 능선'(종합)
그러나 이번 올림픽 남자 대표 선수들은 훈련 때 서로 자세를 체크해 주는 등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회를 준비했다고 한다.

오진혁과 김우진의 후덕한 성품 덕이다.

단체전 금메달 하나만 바라보며 동고동락한 오진혁과 김우진, 김제덕은 이제 경쟁자가 된다.

27일 시작해 31일 끝나는 남자 개인전에서 오진혁은 9년 만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우진은 첫 올림픽 개인전 우승, 김제덕은 3관왕을 노린다.

3명의 남자 태극궁사는 시드가 결정되는 랭킹라운드에서 1~3위를 휩쓸어 준결승이나 결승에 가야 맞대결을 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