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메이퇀 등 음식배달서비스 기업 배달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새 지침을 내놓았다. 지난해 하반기 반독점을 시작으로 본격화한 대형 인터넷 기업에 대한 견제가 금융업, 국가안보, 노동권 등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27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시장감독총국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공안부 등 7개 부서가 공동으로 전날 '인터넷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의 의무를 실천하고 배달원의 권익을 철저히 수호하는 것에 관한 의견(지침)'을 발표했다. 중국 음식배달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메이퇀(점유율 60%)과 어러머(35%)가 직접적 타깃이다. 메이퇀 지분 20%를 갖고 있는 2대주주인 텐센트, 어러머가 속해있는 알리바바그룹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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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은 우선 메이퇀과 알리바바 계열 어러머 등 음식배달서비스 기업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원들을 사회보험에 가입시키도록 했다. 각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원들은 개인사업자이거나 파견업체 소속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에게 본사 직원과 같이 양로보험(국민연금에 해당), 고용보험 등을 들어주도록 한 것이다. 작년말 기준 메이퇀과 어러머에 속한 배달원은 각각 950만명, 300만명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이번 지침에서 보수적으로 잡아 계산한 배달원의 평균 수입이 해당 지역의 노동자 최저 임금에 못 미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 각지에 배달원 휴식 장소를 마련하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음식 주문 분배 알고리즘도 손봐 전체적인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낮추라고 요구했다. 지침은 배달원이 근무 조건 향상을 요구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각 기업들이 권장하도록 했다.

차이신은 메이퇀의 매출에서 배달원 임금이 73.5%를 차지하는 만큼 이번 지침 시행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지출한 인건비는 487억위안(약 8조6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악화 우려에 메이퇀의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전날 14%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10% 이상 하락했다.

최근 정부의 새 규제와 지침이 나올 때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일제히 '철저 이행'을 다짐한 것처럼 메이퇀은 즉각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의 새 지침을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대응했다. 메이퇀은 "앞으로 우리는 단호하게 (정부) 지침을 지켜나가고 적극적으로 업무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노동 보장, 배달원 복지 등 측면에서 노동자 권익을 철저하게 수호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중국 당국의 잇따른 빅테크 규제에 해외 상장 제한 조치까지 겹치면서 급락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기업 98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지수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8.5%, 26일 7% 급락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거래일 기준 최대 낙폭이다.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지수 편입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지난 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비해 7690억달러(약 888조원)나 줄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에게 정부 리스크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이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