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발표하는 자리에서 애플을 두 차례 저격했다. 전기차 시장 진출을 노리는 애플이 테슬라 인력을 빼가는 데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머스크 CEO는 전기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애플이 아동노동 착취 이슈가 있는 원자재를 많이 쓴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 전기차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원자재인 코발트를 많이 사용한다는 오해가 있다"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애플이 코발트를 더 많이 쓴다"고 반박했다.

그는 "애플이 스마트폰과 랩톱(노트북) 배터리에 거의 100% 코발트를 쓰는 반면 테슬라는 이온배터리 팩에 코발트가 전혀 없고 니켈 기반 화학성분도 없다"고 강조했다. 무게 기준으로 보면 코발트 비중은 테슬라의 경우 2%라면 애플은 100%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아프리카 콩고 등에서 아동이 코발트 광산 노동 현장에 투입돼 아동인권 침해 이슈가 발생한 것을 언급한 발언으로 보인다.

또 머스크는 컨퍼런스콜 후반에 애플을 재차 거론하며 '담장 쳐진 정원'(walled garde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팀 쿡 CEO가 앱스토어에서 아이폰에 설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을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테슬라 충전소를 타사 전기차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강조, "테슬라는 '담장 쳐진 정원'처럼 경쟁업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테슬라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만들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 직후 기침을 가장해 '에취' 대신 '애플'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애플은 현재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비밀리에 전기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5년 간 테슬라에서 일했던 더크 필드가 2018년 애플로 이적해 진두지휘하고 있다.

머스크의 돌발 발언은 또 있었다. 그는 "너무 바쁘기 때문에 앞으로 분기 실적보고를 의무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례 주주총회는 하겠지만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도 분기 실적발표를 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선언했다.

테슬라는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올 2분기 순이익이 11억4000만달러(1조3100억원)를 기록했다고 알렸다. 전년 동기의 1억400만달러(1200억원)와 비교해 10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119억6000만달러(13조8100억원)를 달성해 전년 동기(60억4000만달러)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추정치(113억달러)를 웃도는 호실적이다. 주당 순이익도 1.45달러로 시장 추정치(98센트)를 훌쩍 뛰어넘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