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스토어 여의도점. 사진=뉴스1
애플스토어 여의도점. 사진=뉴스1
오는 9월 아이폰13 공개(언팩) 행사를 앞둔 애플은 과연 전작인 아이폰12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올릴까. 보통 제조사는 신작 발표를 앞두고 재고 소진을 위해 공시지원금을 올리지만 애플은 무소식이다. 다음달 신제품 언팩을 여는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 5G의 경우 공시지원금이 줄줄이 상향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3사는 다음달 11일 열릴 갤럭시 언팩 행사에 맞춰 갤럭시Z플립 5G의 공시지원금을 올렸다. 갤럭시Z플립 5G는 이번에 공개될 예정인 신작 갤럭시Z플립3의 전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일 갤럭시Z플립 5G의 공시지원금을 기존 최대 48만원에서 58만원으로 올렸다. KT는 최대 60만원에서 70만원으로, LG유플러스는 65만원에서 70만원으로 높였다.

신작 발표를 앞두고선 신제품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상 전작의 공시지원금을 올려 소비자들이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의 행보는 다르다. 이통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이폰12의 공시지원금 마지막 공시일은 SKT는 지난해 10월30일, KT는 지난 10월23일이었고 LG유플러스는 올해 1월11일이었다. 아이폰12는 작년 10월23일 사전예약 출시됐다. SKT나 KT의 경우 사전예약 판매 이후 거의 공시지원금을 올리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11월 애플의 아이폰12 프로맥스와 아이폰12 미니가 공식 출시한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 아이폰을 구입하러 온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해 11월 애플의 아이폰12 프로맥스와 아이폰12 미니가 공식 출시한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 아이폰을 구입하러 온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뉴스1
공시지원금은 이통사가 지급하지만, 실제로는 이통사와 함께 보통 제조사의 재원도 들어간다. 아이폰12 공시지원금이 그대로라는 것은 사실상 애플이 판매 촉진을 위한 보조금 재원을 부담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경우, 판촉을 위한 장려금을 통신사와 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애플은 이를 분담하지 않거나 이통사에 전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통업계에서 애플은 지원금에 인색한 제조사로 유명하다. 아이폰의 공시지원금이 유독 삼성이나 LG 스마트폰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애플은 국내 이통사에 '갑질'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2009년 아이폰3GS를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TV, 옥외광고, 매장 전시, 지원금 등을 이통사에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다.

이에 올해 초 애플은 국내 이통사에 갑질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자진 시정안을 내놨다. 특히 공시지원금과 관련됐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최소 보조금 수준을 이통사의 요금 할인 금액을 고려해 조정하겠다'는 대목이다.

이 내용을 근거로 애플이 보조금을 높여 공시지원금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애플 행보를 섣불리 예측하긴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애플의 첫 5G폰인 아이폰12 자체가 이달 중순 글로벌 판매량 1억대를 돌파하는 등 보조금을 싣지 않아도 잘 팔리는 스마트폰이기도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시지원금은 통신사가 100% 부담하는 것도 아니고, 제조사가 100% 내는 것도 아니다. 통신사건 제조사건 각자의 재량 문제라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공시지원금이 오르고나 내린다라고 단정짓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삼성과 애플의 경쟁이 치열해져 애플이 공시지원금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애플의 보조금 확대를) 확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