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특정 부위 클로즈업 없다"
여성 선수들 성적 대상화 없어지나
"여자 선수들을 지나치게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부분을 없애고, 성적인 매력이라는 뜻의 '섹스 어필'이라는 표현도 '스포츠 어필'로 대체하겠습니다."
올림픽 주관방송인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의 야니스 이그재르커스 대표이사가 27일 공개된 AP통신과 인터뷰에서 2020 도쿄올림픽 TV중계에서 선수들의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것과 같은 성적 대상화 중계를 없애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그재르커스 대표이사는 "수들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등의 장면이 예전에는 가끔 나갔지만 이번 대회에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묘사 가이드라인'을 보완했다"고 전했다. IOC는 개별 종목의 중계 방식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성적으로 평등하고, 선수 외모나 유니폼, 신체 부위를 불필요하게 강조하지 말 것'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또 뜻하지 않은 신체 노출 등의 경우 영상이나 이미지를 삭제 또는 편집하도록 하고 있다.
비치발리볼이나 체조, 수영, 육상 등의 종목의 경우 여성 선수들이 비교적 노출이 심한 유니폼으로 TV 중계 영상이나 사진에서 선정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있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일본 수영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이모토 나오코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많은 언론에서 여자 선수들을 선수 그 자체가 아닌 소녀, 아내, 어머니로 묘사한다"며 "또 지나치게 미모, 섹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토로했다.
최근 여성들의 성적 대상화에 대한 주제가 화두가 되면서 이번 올림픽에서 독일 체조 선수들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바지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독일팀 선수 엘리자베스 자이츠는 올림픽에서 자신들의 '비노출 유니폼'에 관심이 쏟아지자 "누가 뭘 입을지는 스스로 결정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진 않았지만, 최근 비치핸드볼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노르웨이 선수들이 비키니 유니폼을 거부해 주목받기도 했다.
규정상 비치핸드볼 선수들은 경기를 할 때 스포츠 브라와 옆면이 10cm를 넘지 않는 비키니 하의를 입어야 한다. 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반바지와 조끼 착용이 가능하다. 노르웨이 선수들은 남성 선수들과 동일한 반바지 착용을 요구했고, 유럽 핸드볼 연맹은 비키니 유니폼을 거부한 노르웨이 선수들에게 1인당 150유로씩 총 1500유로(한화 약 205만 원)를 요구했다.
이후 그래미 어워즈 3관왕에 오른 세계적인 팝 가수 핑크가 "성차별적인 유니폼 규정에 대해 항의한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이 자랑스럽다"며 "내가 기꺼이 벌금을 내겠다. 계속 싸워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장애인 육상 국가대표 올리비아 브린이 최근 영국 육상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다가 "하의가 너무 짧고 부적절하다"며 "수년간 대회를 위해 디자인된 짧은 경기복을 입었는데 대회 관계자의 비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고 자신의 SNS에 토로했다.
도쿄 팰럴림픽에도 참여하는 브린은 "남자 선수였어도 (하의 길이를 두고) 비판이 가해졌을까"라고 속내를 전한 만큼 도쿄 패럴림픽에서 달라진 중계에 어떤 반응를 보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