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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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단일 대회 3관왕에 오른 안산(20)이 도쿄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안산을 비롯한 한국 양궁 선수들의 호투와는 별개로 국내에서 양궁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기업 후원이 소수로 집중됐고, 그마저도 하락세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양궁 강국'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대중의 꾸준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고 진단했다.

인구 대비 선수 수, 한국 양궁 0.000004명 불과…중국 탁구와 비교하면?

국내 양궁 등록선수는 15년 간 20% 증가해 191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구 대비 0.000004명 수준이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국내 양궁 등록선수는 15년 간 20% 증가해 191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구 대비 0.000004명 수준이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31일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양궁 등록선수는 총 1912명이다.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래 15년 간 19.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구 대비 비율로 따지면 등록 선수는 0.000004명으로 소수점 6자리 수준이다. 세계 1위 자리를 석권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는 '메달밭'으로 불리는 공통점이 있는 중국의 탁구와는 큰 차이점이다. 중국은 명실상부 탁구강국이다. 그간 올림픽의 탁구 메달 절반 이상(금·은·동 합)이 모두 중국에게 갔다.

그러나 중국의 탁구는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탁구 협회에 등록된 선수만 3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대비 0.4명 수준이다.
중국 길거리 탁구대에서 탁구를 즐기는 중국인의 모습. /사진=SNS
중국 길거리 탁구대에서 탁구를 즐기는 중국인의 모습. /사진=SNS
중국 도시 곳곳에는 길거리 탁구를 위한 탁구대가 설치돼 있다. 남녀노소 길거리 탁구를 즐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 탁구 저력의 원천이 길거리 탁구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양궁은 장비, 공간 등 측면에 있어서 탁구 보다 많은 요소들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종목이다. 이에 한국에서 양궁만큼 대중에게 비인기 종목이 이렇게 올림픽에서 효자 노릇을 하는 것 또한 독특한 현상으로 보인다.

10년간 기업 소속 선수 15% 감소…민간 실업팀 운영은 8곳이 전부

양궁 등록선수. 10년 간 시도청 선수는 22% 늘어났는데 반해 기업 선수는 15% 감소했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양궁 등록선수. 10년 간 시도청 선수는 22% 늘어났는데 반해 기업 선수는 15% 감소했다. /그래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한국 양궁의 대중적 인기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기업들의 양궁 실업팀 선수 수다.

대한체육회의 스포츠 지원포털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양궁 선수 중 시도청 등록선수는 22%(69명→84명) 늘어난 반면 기업 소속 선수는 15%(41명→35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기업 투자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실업팀은 총 37곳이고, 이중 기업 실업팀은 8곳에 불과하다.

특히 범(汎)현대가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8곳 중 5곳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현재 현대제철은 제주에서, 현대모비스는 울산에서 각각 리커브와 컴파운드팀을 각각 1곳씩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제주에서 여자 리커브팀을 운영 중이다. 리커브는 표적경기에 활용되는 전통적인 활로, 우리가 올림픽에서 보는 경기다. 컴파운드는 기계식이다.

이와 함께 코오롱, 하이트진로, 두산중공업도 각각 양궁팀을 1곳씩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현대가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치열하면서도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 기준 등 시스템을 갖춰 오늘날의 성과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양궁, 대중 관심 확대 절실"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안산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산은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안산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산은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스포츠 전문가들은 "모든 스포츠는 대중의 관심이 없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양궁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중적 관심이 확대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최근 양궁계에서 주목한 사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는 미국이다.

미국 양궁협회(US Archery)는 올해 1분기 양궁 협회 등록인이 2000명을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3월에만 600명이 넘게 등록하며 월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양궁협회 최고경영자(CEO)인 로드 멘저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기간에 가족 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양궁을 즐기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양궁계에선 부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양궁은 올림픽 등 국제대회만 되면 각종 메달을 휩쓸며 국위선양에 기여하고 있지만, 올림픽 때만 '반짝 관심'을 받을 뿐 평상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올림픽 양궁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안산의 성취가 더욱 반갑다. 그를 계기로 대중들이 양궁에 관심을 가지길 양궁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일반인들이 양궁을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양궁장이다.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학교 및 단체가 체험행사를 신청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는 총 18곳의 양궁장이 있다. 경기도 4곳, 광주·대구·충북 각각 2곳, 강원·대전·부산·울산·인천·전남·전북 각각 1곳씩이다.

'원조 신궁'으로 불리는 김진호 한국체대 교수는 "한국에서 양궁 경기장이 늘어나는 등 변화는 있지만 대중적 접근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전문가 집단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양궁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국 양궁의 자존심이 지켜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