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을 폭행한 뒤 이를 신고하지 못하도록 성기를 촬영한 고등학생에게 내려진 퇴학 처분은 적절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A씨가 학교장을 상대로 낸 퇴학 처분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고교 3학년이었던 2019년 12월7일 오전 1시20분께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의 집에 1학년 후배 3명을 가뒀다. A씨는 이들을 손으로 때리고 발로 밟는 등 폭행했다. 폭행 후에는 신고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피해자들의 바지와 팬티를 벗긴 뒤 성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겁을 줬다. 이 일로 해당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같은 달 23일 A씨에 대한 퇴학 처분을 의결했고, 학교 측은 퇴학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결국 학교 측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점과 재학 중 운동선수로 활약하며 학교의 명예를 높인 점, 형사사건에서 형사처벌을 이미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퇴학 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받게 될 불이익이 피고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공목적보다 현저하게 크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가해 당시 A씨가 미성년자였음을 고려하더라도 가해행위의 정도나 질이 매우 좋지 않고, 피해 학생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나 고통이 매우 컸을 것임을 고려하면 퇴학 처분은 유효적절한 징계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당시 졸업이 1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던 점과 퇴학 처분 후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판결은 뒤집히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사건 판결 선고 무렵에 이르러서야 합의했고, 행정처분이 위법한지는 처분이 있을 때의 사실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처분 무렵 학사일정이 거의 마무리돼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등으로는 합당한 징계의 효과를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졸업이 1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퇴학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