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두고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불과 1년 전 2조원 넘게 격차가 벌어졌던 1위 미래에셋증권과 2위 한국금융지주 간 순위가 최근 뒤집히기도 하며 혼전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28일 미래에셋증권은 1.11%(100원) 오른 907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하루 새 635억원 늘어난 5조7623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주가가 소폭 하락한 한국금융지주(5조4667억원)와의 격차는 2956억원이다.

지난 23일 한국금융지주 시총(6조2413억원)은 미래에셋증권(5조8131억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과 합병한 이후 처음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이틀간 증권사 1위를 유지하다 27일 다시 순위가 뒤바뀌었다. 증권 대장주 자리를 놓고 전례없는 혼전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과 달리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최근 한국금융지주의 몸집이 크게 불어난 것은 카카오뱅크 상장 효과 덕이다. 앞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높은 공모가가 형성되면서 카카오뱅크 주요 주주인 한국금융지주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한국금융지주는 2016년 1월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최대주주로 참여했다.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포함, 한국금융지주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은 31% 수준. 시장에선 지분법 처분이익이 5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20일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 가치를 반영하면 한국금융지주의 연간 이익이 1조300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합병하면서 시총이 5조8000억원가량 불어났다. 이 때문에 한국금융지주와 3조원 넘게 격차가 벌어졌다. 그해 코스피지수가 2400까지 오르며 증권주는 일제히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 주가도 단기간에 30% 넘게 뛰었다. 하지만 동시에 몸집이 커지며 미래에셋증권(7조6000억원)과 한국금융지주(4조1000억원)의 격차는 유지돼왔다.

카카오뱅크 상장 이후 성적표에 따라 증권주 1위 다툼이 단기적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K증권은 한국금융지주를 ‘카카오뱅크 IPO의 최대 수혜주’로 꼽으며 목표주가를 16만원까지 높여 잡았다. 60% 넘는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본 셈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본업 가치만으로도 현재 주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우량기업”이라며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주당 6만4000원으로 보고 있어 향후 한국금융지주 가치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를 기점으로 자기자본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풍족한 자본과 높아진 이익 안정성은 확보했고, 수익성만 보여준다면 금상첨화”라고 강조했다.

다만 증권업 자체가 올 2분기를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추가 유동성 확대가 어려운 만큼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실적이 개선되기 어렵다”며 “부동산 규제 강화로 투자은행(IB) 부문 실적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