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 함께 잡는 ‘ROESG 경영’
일본 최대 식품기업인 메이지 홀딩스는 지난 5월 중기경영계획 설명회에서 ‘ROESG 경영’을 전면에 내걸었다. ROESG는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지속 가능성을 뜻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결합한 용어다. 수익성과 ESG 활동을 함께 강화해야 기업 가치 제고와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메이지 홀딩스는 ‘메이지 ROESG’라는 자체 지표를 개발하고 현재 9점대인 점수를 2023년까지 13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ROESG 경영은 메이지 홀딩스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본 니케이 신문은 지난해부터 ROESG 랭킹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3월 조사 때는 지난해와 달리 글로벌 랭킹과 함께 일본 랭킹을 추가로 발표했다. 일본 기업은 시가총액 50억 달러 이상인 92개사, 글로벌 기업은 시가총액 300억 달러 이상인 128개사를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ROESG 점수는 해당 기업 ROE에 ESG 평가 점수(아라베스크, FTSE, 서스테이널리틱스, S&P글로벌 등 4개 평가 기관의 ESG 평가 점수화)를 곱해 산출한다.

올해도 글로벌 ROESG 랭킹은 유럽·미국 기업의 강세로 나타났다. 노보 노디스크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제약 회사 및 IT 기업이 상위에 올랐다. 일본 랭킹 1위는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 일렉트론이 차지했다. 도쿄 일렉트론의 3년 평균 ROE는 20%대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1500억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보하고 반도체 1장 당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0%, 기업 총 배출량을 70% 줄이는 방침을 내걸고 있다.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 함께 잡는 ‘ROESG 경영’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 함께 잡는 ‘ROESG 경영’
ESG 활동이 기업 가치 높인다

ROESG는 이토 구니오 히토쓰바시대 교수와 그의 프로젝트 팀이 2014년 저술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경쟁력과 인센티브-기업가와 투자자 간의 바람직한 관계 구축’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이토 교수는 니케이 ROESG 랭킹 조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닛케이BP ESG 경영 포럼 강연에서 “기업 가치의 지속적인 증대를 위해서는 ROE와 함께 ESG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이해관계자와의 대화와 참여가 자본 시장에서 기업 평가를 좌우하고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동안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ROE 중심 경영은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과 시장 개혁의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제는 ROE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다. 이토 교수는 “ESG도 자칫 낮은 자본 생산성의 방패 역할을 하거나 회사 자원 사용의 규율을 느슨하게 만들 수있다”며 “ ROE와 ESG를 함께 추구해야 지속적인 성장과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향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이 지속적인 가치 창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자본 생산성 (ROE)이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지속 가능성(ESG)이라는 관점에서 모두 진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본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이 양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ROE와 ESG를 이항 대립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둘을 융합하는 경영 모델로 ROESG 경영을 주창한다.”
- 이토 구니오 교수, 2021년 ‘기업 가치 경영’ 논문에서


제약회사 에자이의 야나기 료헤이 전무는 자사 사례를 통해 ESG 활동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야나기 전무는 에자이의 10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 추이와 ESG 활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ESG와 관련한 기업의 활동이 기업 가치 지표인 PBR의 상승과 연관이 있다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도출해냈다.

인건비나 탄소배출 저감 연구개발비를 늘리는 등의 활동에 따라 기업 가치도 일정 수준 오른 것이다. 야나기 전무는 영업이익에서 ‘비용’으로 간주하던 연구개발비, 인건비 등을 미래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로 보는 ‘ESG EBIT(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일본 기업의 ESG 활동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ESG 디스카운트’ 상태라고 지적한다. IR 활동, 재무 전략, 정보 공개가 미흡해 투자자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ROESG는 일본에서 ESG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야나기 전무는 니케이ESG와 인터뷰에서 “‘ESG 위한 ESG’ 대신 ‘지속적인 기업 가치 창출을 위한 ESG’가 되어야 한다”며 “그 실현에 ROESG 모델이 활용될 수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재필 KT 수석연구원

“ESG를 비용 아닌 투자로 보는 ‘ESG EBIT’ 개념도 주목”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 함께 잡는 ‘ROESG 경영’
김재필 KT 수석연구원은 일본 와세다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현재 ESG 경영 및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 올초 ‘ESG 혁명이 온다’를 출간했다.

- 먼저 ESG를 시작한 일본과 현재 국내를 비교하자면.

“일본은 원래 환경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가 높은 편이었다. 특히 초기에 ESG라는 용어와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유엔에서 마련한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에 따른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접근을 택했다. 기업 차원에서 관련 서비스나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ESG로 이어졌다. 공통점은 한국과 일본 기업 모두 평균 8~9%대로 ROE가 상당히 낮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은 평균 15%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ESG 경영이 허들이 될지, 기회가 될지 알아가는 단계다.”

- 에자이에서는 실제로 ROESG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에자이는 일본 제약 회사 5위 수준으로 상당히 규모가 큰 기업이다. 그럼에도 ROE 수치는 11%대로 생각보다 높지 않다. ROE를 끌어올려야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아진다. 그런 만큼 ROE 개선을 위해 야나기 료헤이 전무가 취임 이후 에자이의 10년치 경영 활동을 항목별로 분석했다. 여성직 비율, 탄소배출량, 육아휴직 일수 등 100여 개 항목과 1000여 개 변수를 선별한 뒤 PBR과 연동해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기업의 ESG 활동이 PBR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에자이는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PBR을 분석함으로써 이를 경영 목표에 반영하는 지속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 기존 영업이익과 ESG 결과를 고려한 영업이익에 차이가 있나.

“회계상 영업이익은 정해진 수치로 기재하므로 외관상 바뀌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야나기 료헤이 전무의 설명에 따르면 ESG는 비용이 아니라 자사를 위한 투자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이익 쪽으로 환원된다면 영업이익이 높게 나올 수는 있다. ESG EBIT(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을 사용한 에자이는 PBR이 2021년 8월 기준 3.7배로 높게 산출됐다.”

- ROE가 낮아도 ESG 결과가 좋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ROESG 평가표를 분석했을 때 ROE가 높지만 ESG 점수가 낮으면 ROESG 순위도 낮게 나타난다. ROE가 높다고 무조건 높은 ESG 점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