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시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원인은 불법 철거로 불안정해진 건물에 미는 힘이 작용한 탓으로 분석됐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런 내용의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지 내 철거 건물 붕괴 참사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수사본부는 안전 불감증에 기반한 무리한 철거 방법 선택과 감리·원청 및 하도급 업체 안전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횡하중에 취약한 불안정한 철거 건물에 지속적으로 불법 철거를 진행한 결과 한쪽으로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철거를 위해 쌓은 성토물(흙)과 건물 1층 바닥(슬래브)의 붕괴가 사고 유발 요인으로 지목됐다.

철거를 위해 쌓은 성토물이 무너지면서 1층 바닥 슬래브가 무너졌거나, 1층 바닥이 먼저 무너지고 성토물이 쏟아지는 등 복합적 요인으로 건물을 미는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철거 업체는 건물 외벽 강도를 무시하고 철거를 진행했고, 하층부를 먼저 철거하고 내부에 흙을 채워 건물을 불안정하게 하기도 했다. 국과수는 “철거 과정에 대한 적절한 구조 검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총 23명이 입건됐고 6명이 구속됐다. 사고에 직접 책임이 있어 입건된 사람은 9명이다. 이 가운데 철거 공사 수주 업체 두 곳 관계자와 불법 재하도급 철거 업체 관계자, 시공사 현장소장, 일반 철거 감리자 등 5명은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선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판단해 관할 행정관청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 사실을 통보했다. 이를 통해 과태료나 행정처분을 받도록 했다.

경찰 수사 방향은 원인·책임자 규명이 마무리됨에 따라 업체 선정과 재개발 사업 비위 관련 쪽으로 향할 전망이다. 경찰은 공사 수주 업체와 브로커 사이에 수억원대 금품이 오갔고, 입찰 담합 등 불법 행위가 이뤄진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