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크래프톤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300~400 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공모 대어들의 경쟁률이 1000 대 1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다만 공모 규모가 큰 데다 공모가가 높다는 지적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전체 공모 주식 수의 55~75%(475만9826~649만672주)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잠정 집계 결과 경쟁률은 300~400 대 1 수준이다. 희망공모가(40만~49만8000원)의 하단을 제시한 기관도 있었다. 대부분의 기관이 공모가 상단 이상을 써내는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중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회사는 4곳뿐이다. 이달 초 상장한 SD바이오센서(1144 대 1)를 비롯해 카카오뱅크(1733 대 1), HK이노엔(1871 대 1) 등 대어들이 모두 10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업계는 크래프톤의 공모 규모가 다른 대어들의 2~3배로 큰 탓에 기관투자가들이 소극적으로 주문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들은 공모주를 많이 받기 위해 인수 능력을 초과하는 물량을 신청하는데, 크래프톤은 물량이 많아 주문수량대로 주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오버베팅’ 대신 실수요적 관점에서 접근한 기관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관사 측은 공모 규모가 커서 경쟁률이 낮아보이는 것일 뿐 흥행에는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공모가 상단 기준 공모 규모는 4조3000억원으로 삼성생명(약 4조9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공모가는 최상단인 49만8000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고 희망공모가를 45만8000~55만7000원에서 10% 하향 조정했다. 크래프톤은 29일 공모가를 확정 공시한 뒤 다음달 2~3일 일반 공모 청약에 나선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