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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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상반기에 2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창립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다른 금융 그룹들도 마찬가지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전년 대비 순익이 44.6%, 30.2% 씩 증가했다. 금융업계가 1년 사이 일대 혁신을 이룬 게 아니다. 은행들이 일제히 가계대출 이자를 올려받았을 뿐이다. 카드·캐피탈사들은 대출 한도가 줄어 은행 밖으로 내몰린 고객을 이삭줍기하듯 끌어들여 더욱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공공연한 담합이다. 시장경쟁 원리가 작동했다면 이자율을 낮춰 대출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는 은행이 나왔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것은 금융당국 주도로 '관제 담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는 명목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달초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불요불급한 가계대출 취급을 최소화하라"고 하는 등 대출을 많이 늘리는 곳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 신호를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려고 앞다퉈 금리를 올렸다. 채권시장에서 금융채 1년물 금리는 현재 연 1.1%대에 불과한데 은행의 신용등급 1~2등급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연 4%를 넘나들고 있다.

모든 은행들이 금리를 올린 탓에 대출을 갈아타도 이자를 낮추기 어렵다. 이미 돈을 빌린 사람 가운데 대출을 당장 갚을 수 없는 대부분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이자를 내고 있다. 대출 한도가 줄어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부담이 더 크다. 지금도 2금융권 금융사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최근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과 농협상호금융에도 대출 총량규제를 도입해 담합 상황을 만들 채비를 한다. 수익성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몇가지 의문이 든다. 첫 번째는 정부가 담합을 유도해 금융사들에 이익을 몰아주는 게 정당한지 여부다. 시장 건전성을 유지하고 금리 인상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개인들의 돈을 빼앗아 은행들에게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개인들은 기꺼이 손해를 감수해야하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은행 돈은 이른바 '이익 나누기' 또는 정책상품 참여 강요 등으로 정부가 언제든 빼앗을 수 있으니 이익을 몰아줘도 괜찮다고 여기는지도 의문이다.

두 번째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강제로 대출을 찍어누르는 방법은 자본주의 원칙에 반하는 미봉책에 가깝다. 급해서 일단 막았다면 근본 대책은 언제 나오는지 의문이다. 근본 대책에 대한 자료는 쉽게 찾아보기는 힘들다.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 등에서도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니 관리가 필요하다는 연구만 되풀이한다.

대출 고객 '가둬놓고 패는' 은행들…연일 사상최대 실적 [마켓인사이트]
마지막은 금융 선진국들은 왜 한국 금융당국과 같은 대출총량 규제를 도입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한국인들은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의식 수준이 낮아 부동산과 주식 거품을 더 많이 만들기 때문에 강력한 통제가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유럽 등 대출 총량 규제를 도입하지 않은 금융 감독기구의 식견이 우리 금융당국에 비해 떨어지고, 능력도 없어서 자산 거품을 보고만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 기사는 07월28일(06:0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현일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