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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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아파트 건축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주택 비중도 크게 늘어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여전히 공급 문제 대신 투기 심리와 불안감 등 국민에게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돌리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건축 아파트 20% 감소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건축연도가 지난해(2020년)인 아파트는 31만1000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제시된 직전 5년(2015~2019년)간의 평균 아파트 공급량 39만3200호에 비해 20.9%나 적었다. 지난해 조사에서 제시된 2019년 35만5000호와 비교하면 12.3% 가량 감소했으며, 지난 2014년 30만2000호 이후 가장 적은 건축량이었다.

건축연도가 지난해인 전체 주택 수는 40만1000호였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다세대 및 연립주택, 비거주용 건물내 주택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통계청은 작년 11월1일을 기준으로 행정자료를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내놨다. 기존에는 5년마다 표본조사를 통해 주택 수 등을 발표했지만 지난 2015년부터 매년 행정자료를 통해 전수조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노후 주택 비중도 상당히 높아졌다. 통계청은 건축된지 20년이 넘은 주택을 노후기간에 따른 주택으로 분류해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노후 기간이 20년을 넘어선 주택은 910만1000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택 수 1852만6000호의 절반(49.1%)에 가깝다. 지난해 870만4000호에 비해 4.5% 증가했다. 이중 건축한지 30년이 넘게 지난 주택은 359만7000호로 조사됐다. 전체의 19.4%에 해당한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62.9%), 전북(61.0%), 경북(59.1%), 대전(57.8%), 강원(55.9%) 등의 노후주택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13.9%)과 경기(38.5%) 등은 낮은 편이었으며 서울(47.2%)도 평균보다는 비중이 적었다.

홍남기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공급은 충분하다'는 논리를 지속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10년간의 통계를 제시하며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의 요인이 주택 공급 부족이란 지적이 많다”며 “하지만 올해 서울의 입주 물량은 8만3000가구로 지난 10년 평균인 7만3000가구와 비교하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와 투기 수요, 불법·편법 거래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여러 부동산 가격 지표가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의 하향 조정 내지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 예측보다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다수 국민이 거주를 희망하는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고, 노후 주택이 늘어나는 등 공급의 질 문제를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체 주택 수가 계속 늘어나더라도 '살고 싶은 집'이 줄어든다면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