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 EU 택소노미에 포함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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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과 천연가스가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 여부는 세계적인 이슈다. IEA는 탄소중립 보고서에서 원자력 발전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강조했다. 정치적 결정 보다는 과학적 합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원전의 친환경성에 대한 논의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ESG] 정책 동향
EU 택소노미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친환경산업 분류 체계로 번역하는 택소노미는 원래 생물학에서 유래했다. 그리스어 ‘분류하다(taxis)’와 ‘과학(nomos)’의 합성어로 학문의 목적에 맞게 구성된 분류 체계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금융기관은 ‘친환경’이나 ‘지속 가능성’을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투자해왔다. EU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투자에 대한 비재무적 정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담고 있어서 투자에 객관적으로 참고하기에 대단히 유용하다. EU는 2018년부터 방대한 작업을 거쳐 지난해 6월 그린 택소노미에 관한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2020년 3월 발표한 금융 전문가 그룹(TEG)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는데, 6개 환경 목표 중 ‘기후 변동의 완화’와 ‘기후 변동의 적응’에 대한 내용만 담겨 있고 수자원의 이용과 보호, 순환경제로의 전환 등 나머지 4개에 대한 보고서는 연말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런데 공표된 EU 택소노미에는 농업, 제조, 전기, 가스, 운송, 건설 등 15개 산업만 포함되어 있고 전기 분야에서 원자력과 천연가스는 빠져 있다. EU 택소노미는 새롭게 등장하는 저탄소 솔루션이나 기술이 망라되도록 재검토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EU 택소노미 초안에서 유보된 원전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EU 회원국 사이에 합의를 이루지 못해 택소노미 초안에서는 유보됐다. 하지만 기본 합의 문서에 부속서(annex)로 각국의 의견서가 첨부되어 있어 추가 논의를 예고한 바 있다. 원전을 반대하는 국가는 원자력을 허용하는 어떤 택소노미도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고,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할 경우 금융시장 참여자와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반면 찬성하는 국가는 원자력이 장기적으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전문적, 과학적 지식에 기초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EU는 원자력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동연구센터(JRC)에 원자력에너지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도록 요청했다. 지난 3월 30일 JRC가 EU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이 다른 에너지원만큼 안전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보고서는 2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원자력에너지와 석탄, 석유, 가스, 재생에너지 같은 다른 발전 기술과 비교해 원자력에너지가 더 환경친화적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재처리 과정에서 방사선의 세기가 강해 위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과 사용 후 핵연료의 최종 처리에 초점을 맞춰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중대한 위해가 없다(DNSH)'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JRC 보고서의 결론은 ‘원자력은 친환경에너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EU에서는 원자력발전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된 문제여서 JRC 보고서에 대한 추가 내용검토를 2개 전문 기관에 의뢰했다. 3개월 동안 JRC 보고서를 검토한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와 환경위험과학위원회(SCHEER)는 지난 6월 말 검토 보고서에서 JRC 보고서의 전반적 내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SCHEER에서는 “보고서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일부 불완전하고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따라 EU에서는 JRC 보고서와 EURATOM 및 SCHEER의 두 가지 검토 보고서를 모두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원자력의 택소노미 포함 여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대단히 의미 있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20쪽에 달하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에너지 분야의 로드맵(일명 '2050 탄소중립 보고서')’은 화석연료, 전기, 산업, 교통, 주거 등 모든 분야에서 고통스러울 정도의 탄소저감 노력을 강조한다. 우선 석탄발전이나 유전 및 가스전 개발을 중지해야 하고,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해 매년 5조 달러 이상 투자해야 한다고 예측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2025년 화석연료를 쓰는 보일러의 판매 금지, 2035년 휘발유·디젤 차 판매 중단, 2040년 모든 석탄발전소 폐쇄 같은 구체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원전 폐쇄로 오히려 탄소배출 증가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030년까지 대규모 청정에너지 확대에 관한 부분이다.
2050년 총발전량은 현재의 2.5배로 예상하며 이 경우 전력 생산의 90%는 재생에너지, 나머지 10%는 원자력발전이 담당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확대는 화석발전의 감소가 아니라 원자력발전 비중의 감소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화석발전을 줄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화석발전을 완전히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안으로 매년 20개(17~24GW) 내외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탄소중립 보고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지하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지만 청정에너지인 원자력발전도 필수 불가한 에너지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EU 국가들이 원자력발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발전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고, 현재까지 원전을 폐쇄함에 따라 탄소배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EU의 28개 회원국은 정치적 결정보다는 과학적 합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원전의 친환경성에 대한 논의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이 규정은 2020년 3월 발표한 금융 전문가 그룹(TEG)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는데, 6개 환경 목표 중 ‘기후 변동의 완화’와 ‘기후 변동의 적응’에 대한 내용만 담겨 있고 수자원의 이용과 보호, 순환경제로의 전환 등 나머지 4개에 대한 보고서는 연말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런데 공표된 EU 택소노미에는 농업, 제조, 전기, 가스, 운송, 건설 등 15개 산업만 포함되어 있고 전기 분야에서 원자력과 천연가스는 빠져 있다. EU 택소노미는 새롭게 등장하는 저탄소 솔루션이나 기술이 망라되도록 재검토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EU 택소노미 초안에서 유보된 원전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EU 회원국 사이에 합의를 이루지 못해 택소노미 초안에서는 유보됐다. 하지만 기본 합의 문서에 부속서(annex)로 각국의 의견서가 첨부되어 있어 추가 논의를 예고한 바 있다. 원전을 반대하는 국가는 원자력을 허용하는 어떤 택소노미도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고,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할 경우 금융시장 참여자와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반면 찬성하는 국가는 원자력이 장기적으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전문적, 과학적 지식에 기초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EU는 원자력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동연구센터(JRC)에 원자력에너지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도록 요청했다. 지난 3월 30일 JRC가 EU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이 다른 에너지원만큼 안전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보고서는 2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원자력에너지와 석탄, 석유, 가스, 재생에너지 같은 다른 발전 기술과 비교해 원자력에너지가 더 환경친화적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재처리 과정에서 방사선의 세기가 강해 위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과 사용 후 핵연료의 최종 처리에 초점을 맞춰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중대한 위해가 없다(DNSH)'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JRC 보고서의 결론은 ‘원자력은 친환경에너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EU에서는 원자력발전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된 문제여서 JRC 보고서에 대한 추가 내용검토를 2개 전문 기관에 의뢰했다. 3개월 동안 JRC 보고서를 검토한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와 환경위험과학위원회(SCHEER)는 지난 6월 말 검토 보고서에서 JRC 보고서의 전반적 내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SCHEER에서는 “보고서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일부 불완전하고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따라 EU에서는 JRC 보고서와 EURATOM 및 SCHEER의 두 가지 검토 보고서를 모두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원자력의 택소노미 포함 여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대단히 의미 있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20쪽에 달하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에너지 분야의 로드맵(일명 '2050 탄소중립 보고서')’은 화석연료, 전기, 산업, 교통, 주거 등 모든 분야에서 고통스러울 정도의 탄소저감 노력을 강조한다. 우선 석탄발전이나 유전 및 가스전 개발을 중지해야 하고,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해 매년 5조 달러 이상 투자해야 한다고 예측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2025년 화석연료를 쓰는 보일러의 판매 금지, 2035년 휘발유·디젤 차 판매 중단, 2040년 모든 석탄발전소 폐쇄 같은 구체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원전 폐쇄로 오히려 탄소배출 증가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030년까지 대규모 청정에너지 확대에 관한 부분이다.
2050년 총발전량은 현재의 2.5배로 예상하며 이 경우 전력 생산의 90%는 재생에너지, 나머지 10%는 원자력발전이 담당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확대는 화석발전의 감소가 아니라 원자력발전 비중의 감소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화석발전을 줄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화석발전을 완전히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안으로 매년 20개(17~24GW) 내외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탄소중립 보고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지하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지만 청정에너지인 원자력발전도 필수 불가한 에너지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EU 국가들이 원자력발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발전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고, 현재까지 원전을 폐쇄함에 따라 탄소배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EU의 28개 회원국은 정치적 결정보다는 과학적 합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원전의 친환경성에 대한 논의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