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한 악기처럼 악단 다룬 김선욱…'거대한 천국' 들려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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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예술의전당서 KBS교향악단 이끌어
정교한 지휘로 박진감 일으켜
정교한 지휘로 박진감 일으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연주했다. 음의 세기가 수 초마다 달라졌지만 음정을 정확히 짚어냈다. 박자감각도 탁월했다. 지난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KBS교향악단을 이끌고 펼친 정기연주회 이야기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김선욱은 지난 1월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추며 지휘자로 데뷔했다. 평가가 엇갈렸다.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독창적으로 해석했지만, 후반부에 이르면서 악단의 균형을 잃으며 불안정한 연주를 펼쳐서다.
이를 두고 클래식계 일각에서는 "왜 새내기 지휘자가 KBS교향악단 같은 명문 오케스트라를 이끄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이번 공연에선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오케스트라 화성을 긴밀하게 연결한 게 돋보였다. 김선욱은 1부 프로그램인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7번'을 지휘하는 동시에 협연도 같이 했다. 소리에 빈틈이 없었다. 주선율을 플루트와 피아노가 번갈아 연주할 때도 호흡이 완벽했다.
김선욱은 마치 '거대한 피아노' 한 대를 연주하듯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단원들과 호흡이 맞으니 그의 장기가 발현된 것이다. 거센음과 여린음을 반복해서 들려주며 긴박함을 조성했다. 연주의 빠르기도 변주하며 객석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작곡가의 의도도 정확히 구현해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7번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쓸쓸함이 엿보여야하는 레퍼토리다. 모차르트가 숨을 거두기 11개월 전에 완성한 곡이다. 아인슈타인은 생전 이 곡을 두고 "고별의 작품으로, 천국의 문으로 인도하는 곡이다"라고 평했다. 김선욱은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카덴차(독주자의 즉흥연주)를 선보였다.
메인 프로그램인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그레이트) 연주에서도 단원과의 호흡이 눈길을 끌었다. 슈만이 슈베르트 사후 9년 후 미공개 악보를 발굴해 세상에 알린 작품이다. 당시 슈만은 "모든 악기 소리가 즐겁고, 관현악 기법도 놀랍다. 천국처럼 긴 곡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선욱은 정교하게 박자를 타며 음의 강세를 조절했다. 슈베르트의 교항곡 9번은 약 50분 길이의 대작이다. 악장마다 박자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소화할 수 있는 레퍼토리다. 빠르기가 달라지는 부분은 네 악장 중 1악장 제시부와 종결부, 단 두 지점뿐이다. 변주가 잦은 레퍼토리지만 단원들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완급조절이 탁월했다.
불과 7개월 사이에 김선욱은 지휘자로서 놀랄만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지난 1월 데뷔공연에 비해 한결 안정된 지휘를 보여줬다"며 "모차르트와 슈베르트의 말년 스타일과 정서를 잘 부각했던 공연"이라고 호평했다. '지휘자 김선욱'의 다음 무대를 기대하게끔 만드는 공연이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김선욱은 지난 1월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추며 지휘자로 데뷔했다. 평가가 엇갈렸다.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독창적으로 해석했지만, 후반부에 이르면서 악단의 균형을 잃으며 불안정한 연주를 펼쳐서다.
이를 두고 클래식계 일각에서는 "왜 새내기 지휘자가 KBS교향악단 같은 명문 오케스트라를 이끄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이번 공연에선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오케스트라 화성을 긴밀하게 연결한 게 돋보였다. 김선욱은 1부 프로그램인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7번'을 지휘하는 동시에 협연도 같이 했다. 소리에 빈틈이 없었다. 주선율을 플루트와 피아노가 번갈아 연주할 때도 호흡이 완벽했다.
김선욱은 마치 '거대한 피아노' 한 대를 연주하듯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단원들과 호흡이 맞으니 그의 장기가 발현된 것이다. 거센음과 여린음을 반복해서 들려주며 긴박함을 조성했다. 연주의 빠르기도 변주하며 객석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작곡가의 의도도 정확히 구현해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7번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쓸쓸함이 엿보여야하는 레퍼토리다. 모차르트가 숨을 거두기 11개월 전에 완성한 곡이다. 아인슈타인은 생전 이 곡을 두고 "고별의 작품으로, 천국의 문으로 인도하는 곡이다"라고 평했다. 김선욱은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카덴차(독주자의 즉흥연주)를 선보였다.
메인 프로그램인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그레이트) 연주에서도 단원과의 호흡이 눈길을 끌었다. 슈만이 슈베르트 사후 9년 후 미공개 악보를 발굴해 세상에 알린 작품이다. 당시 슈만은 "모든 악기 소리가 즐겁고, 관현악 기법도 놀랍다. 천국처럼 긴 곡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선욱은 정교하게 박자를 타며 음의 강세를 조절했다. 슈베르트의 교항곡 9번은 약 50분 길이의 대작이다. 악장마다 박자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소화할 수 있는 레퍼토리다. 빠르기가 달라지는 부분은 네 악장 중 1악장 제시부와 종결부, 단 두 지점뿐이다. 변주가 잦은 레퍼토리지만 단원들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완급조절이 탁월했다.
불과 7개월 사이에 김선욱은 지휘자로서 놀랄만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지난 1월 데뷔공연에 비해 한결 안정된 지휘를 보여줬다"며 "모차르트와 슈베르트의 말년 스타일과 정서를 잘 부각했던 공연"이라고 호평했다. '지휘자 김선욱'의 다음 무대를 기대하게끔 만드는 공연이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