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유도한 다주택규제, 지방소멸 앞당겨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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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도시와 농촌 오가며 살고 싶은 '멀티해비테이션' 늘어
과거와 달리 소형, 젊은 층 선호
다주택 규제로 지방 주택부터 처분하는 추세
도시와 농촌 오가며 살고 싶은 '멀티해비테이션' 늘어
과거와 달리 소형, 젊은 층 선호
다주택 규제로 지방 주택부터 처분하는 추세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시나 농촌 한 곳에만 정착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도시나 농촌 어느 곳도 포기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성향을 반영합니다. 이중생활의 시작이지만, 주거 측면에서는 열려있습니다. 필요하면 농촌과 도시 등 어느 쪽이든 정착해서 살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농사를 지으러 시골로 이주하는 것을 '귀농'이라고 합니다. '귀촌'은 귀농과는 다르게 물 맑고 산 좋은 곳에 집을 짓고 번잡한 도시 생활을 잊으러 가는 유형으로 대부분 농사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경향은 시골로의 이주보다는 ‘주거의 멀티(multi)화’로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런 형태의 주거를 ‘멀티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라 합니다. 멀티(multi)는 복수, 여러 개의 뜻에 주거의 해비테이션(habitation)을 합친 조어로서 여러 집을 옮겨 다니며 사는 주거형태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2지역 거주'라고 합니다. 2지역 거주는 여러 스타일로 분류되는데 도시생활의 기본이 되는 가정을 갖고 있으면서 시골에 또 다른 생활거점을 가진 '별장형 스타일'이 유사합니다.
우리도 특히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멀티화’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습니다. 2021년(1~5월) 들어 60대 이상의 서울아파트 매입 비중이 20% 넘은 것은 도시의 생활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전원에서의 즐거움을 향유하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겁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귀농하는 가구는 1만2489가구에 그치는 데 반해 귀촌 가구는 무려 34만5205가구나 됩니다.
멀티해비테이션은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도시에 근거지를 두고 농어촌에 또 다른 주거를 마련하는 유형입니다. 두 번째는 농어촌에 근거지를 두고 도시에 또 다른 주거를 마련하는 유형, 마지막은 한국에 근거지를 두고 외국에 또 다른 주거를 마련하는 유형입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유형은 아무래도 평일에는 직장이 있는 도시의 집에서 지내다 주말은 시골의 전원주택에서 보내는 5도2촌(4도3촌)이 가장 흔한 사례일 겁니다. 최근 전원주택을 찾는 이들은 작고 부담 없는 것을 원합니다. 꼭 멀티해비테이션이 아니더라도 귀촌해서 살겠다는 사람들마저 큰 집을 찾지 않습니다. 두 집을 유지해야 하니 투자도 많고 관리도 힘듭니다. 나중에 팔려고 내놓아도 수도권의 아파트처럼 소형이 인기입니다. 지역에 따라 주택 규모는 차이가 있으니 투자금액으로 따지자면 수도권은 3억원 내외의 주택입니다.
과거 수도권에 지어진 타운하우스는 초호화에 대형 중심으로 가격이 10억원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미분양이되거나 입주가 안돼 빈집들이 많아 실패한 사례로 여겨집니다. 이제는 이를 답습하지 않으려 합니다. 고가의 타운하우스나 전원주택은 서울의 집을 팔고 그 지역에 완전히 정착해야 합니다. 주택을 선택할 때는 금전적인 문제도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큽니다. 금전적인 문제라면 대출 등 다양한 방법을 알아볼 수도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는 극복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정착이 부담되는 겁니다.
전원주택의 소형화 추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전문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 있을 건 다 있는 콤팩트하우스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캠핑 등 아웃도어활동의 영향으로 조립식주택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브로셔를 보고 맘에 드는 집을 골라 몇 가지 사양을 선택하면 트럭에 실어 배달까지 해줍니다.
타운하우스 시장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업체가 있습니다. 고급자재와 화려한 외관으로 고가전략을 앞세우던 타운하우스가 합리적인 비용의 중소형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D농부의 타운하우스입니다. 경기도 일산, 파주, 화성, 용인 등에 분양한 타운하우스가 분양을 시작한 1년 내외의 시간에 전 가구가 분양을 완료한 타운하우스 대표기업입니다.
저렴한 분양가를 홍보하는 기업 전략의 이면에는 멀티해비테이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 부담 없이 한 번 와보세요. 아니면 다시 돌아가세요.” 특히, 지역마다 타운하우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부담 없이 왔지만 어떻게든 정착시키려는 소프트웨어까지 장착한 이들의 노력이 놀랍습니다. 일산의 타운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젊은 연령대의 거주민들이 많아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멀티해비테이션은 은퇴자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크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귀촌귀농종합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귀농인은 50대 이상의 비중이 74.8%나 되지만 귀촌인은 그 반대로 40대 이하의 비중이 64.3%나 됩니다.
일본에서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2지역 거주에 도움이 되는 정책적 지원을 다수 제공 중입니다. 일본 치바현에서 조사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시골에 매력을 느낀다는 응답은 66.3%인데 반해 시골에 살고 싶다는 응답은 7.2%로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거꾸로 가는 우리 정부의 정책입니다. 앞으로 빈집이 늘어나고 지방소멸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서울보다는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현 정부 집권 당시인 2017년에는 3건 이상의 집을 소유한 서울 지역 가구주의 비중은 8.51%이었습니다. 가장 최근(2019년)의 통계에 의하면 이 비중은 8.29%로 줄었습니다. 똘똘한 한 채를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으로 서울의 다주택 가구는 줄었습니다. 당연히 이분들이 팔았을 집은 대부분 지방의 주택이었을 겁니다. 부동산 정책의 장기 로드맵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농사를 지으러 시골로 이주하는 것을 '귀농'이라고 합니다. '귀촌'은 귀농과는 다르게 물 맑고 산 좋은 곳에 집을 짓고 번잡한 도시 생활을 잊으러 가는 유형으로 대부분 농사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경향은 시골로의 이주보다는 ‘주거의 멀티(multi)화’로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런 형태의 주거를 ‘멀티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라 합니다. 멀티(multi)는 복수, 여러 개의 뜻에 주거의 해비테이션(habitation)을 합친 조어로서 여러 집을 옮겨 다니며 사는 주거형태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2지역 거주'라고 합니다. 2지역 거주는 여러 스타일로 분류되는데 도시생활의 기본이 되는 가정을 갖고 있으면서 시골에 또 다른 생활거점을 가진 '별장형 스타일'이 유사합니다.
우리도 특히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멀티화’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습니다. 2021년(1~5월) 들어 60대 이상의 서울아파트 매입 비중이 20% 넘은 것은 도시의 생활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전원에서의 즐거움을 향유하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겁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귀농하는 가구는 1만2489가구에 그치는 데 반해 귀촌 가구는 무려 34만5205가구나 됩니다.
멀티해비테이션은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도시에 근거지를 두고 농어촌에 또 다른 주거를 마련하는 유형입니다. 두 번째는 농어촌에 근거지를 두고 도시에 또 다른 주거를 마련하는 유형, 마지막은 한국에 근거지를 두고 외국에 또 다른 주거를 마련하는 유형입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유형은 아무래도 평일에는 직장이 있는 도시의 집에서 지내다 주말은 시골의 전원주택에서 보내는 5도2촌(4도3촌)이 가장 흔한 사례일 겁니다. 최근 전원주택을 찾는 이들은 작고 부담 없는 것을 원합니다. 꼭 멀티해비테이션이 아니더라도 귀촌해서 살겠다는 사람들마저 큰 집을 찾지 않습니다. 두 집을 유지해야 하니 투자도 많고 관리도 힘듭니다. 나중에 팔려고 내놓아도 수도권의 아파트처럼 소형이 인기입니다. 지역에 따라 주택 규모는 차이가 있으니 투자금액으로 따지자면 수도권은 3억원 내외의 주택입니다.
과거 수도권에 지어진 타운하우스는 초호화에 대형 중심으로 가격이 10억원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미분양이되거나 입주가 안돼 빈집들이 많아 실패한 사례로 여겨집니다. 이제는 이를 답습하지 않으려 합니다. 고가의 타운하우스나 전원주택은 서울의 집을 팔고 그 지역에 완전히 정착해야 합니다. 주택을 선택할 때는 금전적인 문제도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큽니다. 금전적인 문제라면 대출 등 다양한 방법을 알아볼 수도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는 극복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정착이 부담되는 겁니다.
전원주택의 소형화 추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전문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 있을 건 다 있는 콤팩트하우스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캠핑 등 아웃도어활동의 영향으로 조립식주택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브로셔를 보고 맘에 드는 집을 골라 몇 가지 사양을 선택하면 트럭에 실어 배달까지 해줍니다.
타운하우스 시장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업체가 있습니다. 고급자재와 화려한 외관으로 고가전략을 앞세우던 타운하우스가 합리적인 비용의 중소형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D농부의 타운하우스입니다. 경기도 일산, 파주, 화성, 용인 등에 분양한 타운하우스가 분양을 시작한 1년 내외의 시간에 전 가구가 분양을 완료한 타운하우스 대표기업입니다.
저렴한 분양가를 홍보하는 기업 전략의 이면에는 멀티해비테이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 부담 없이 한 번 와보세요. 아니면 다시 돌아가세요.” 특히, 지역마다 타운하우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부담 없이 왔지만 어떻게든 정착시키려는 소프트웨어까지 장착한 이들의 노력이 놀랍습니다. 일산의 타운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젊은 연령대의 거주민들이 많아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멀티해비테이션은 은퇴자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크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귀촌귀농종합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귀농인은 50대 이상의 비중이 74.8%나 되지만 귀촌인은 그 반대로 40대 이하의 비중이 64.3%나 됩니다.
일본에서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2지역 거주에 도움이 되는 정책적 지원을 다수 제공 중입니다. 일본 치바현에서 조사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시골에 매력을 느낀다는 응답은 66.3%인데 반해 시골에 살고 싶다는 응답은 7.2%로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거꾸로 가는 우리 정부의 정책입니다. 앞으로 빈집이 늘어나고 지방소멸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서울보다는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현 정부 집권 당시인 2017년에는 3건 이상의 집을 소유한 서울 지역 가구주의 비중은 8.51%이었습니다. 가장 최근(2019년)의 통계에 의하면 이 비중은 8.29%로 줄었습니다. 똘똘한 한 채를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으로 서울의 다주택 가구는 줄었습니다. 당연히 이분들이 팔았을 집은 대부분 지방의 주택이었을 겁니다. 부동산 정책의 장기 로드맵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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