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엉망으로 나온 GDP, 사상 최고치 찍은 다우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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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미 중앙은행(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경제는 '진전'되고 있고, Fed는 테이퍼링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 시기는 고용의 '상당한 추가 진전'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빌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11월이나 12월까지는 테이퍼링 발표를 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29일(현지시간) 이런 Fed의 경제 진단, 그리고 향후 테이퍼링의 경로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들이 발표됐습니다.
뉴욕 증시 개장 전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발표됐습니다. 8.4%(전분기 대비 연율)를 예상했는데 6.5%로 나왔습니다. '진전'은 있었지만 확실히 '상당한 추가 진전'은 아닌 겁니다. 지난 1분기 성장률 확정치도 기존 발표치인 6.4%에서 6.3%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원래 2분기는 막대한 재정부양책이 실시되면서 경기 과열 우려까지 일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나온 수치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겁니다. 너무 낮게 나오자 일부에선 통계를 내는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서 팻 핑거(fat finger), 즉 자료 입력 실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수치가 예상에 턱없이 못 미치자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로 지수 선물 등이 내리고, 금리가 급락했을까요?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니 원인이 재고 감소, 연방정부 지출 감소, 주거용 투자 감소 등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민간 재고 감소가 GDP 수치에서 1.13%포인트를 끌어내렸고 정부 지출(-0.27%포인트), 주거용 투자(-0.5%포인트) 등 몇 가지가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미국 경제 활동의 7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는 11.8% 급증해 예상(10.5%)을 웃돌았습니다. 1분기 11.4%보다 높아진 겁니다. 이게 GDP 6.5% 증가 중 5.1%포인트를 차지했습니다. 재고가 줄어든 원인은 뭘까요? 개인 소비를 보듯 수요는 예상 이상의 호조를 보였습니다. 결국,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생산이 제대로 안 되고, 수요는 많다 보니 기존 재고가 줄어들면서 GDP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의 자동차 주문은 이어지고 있는데 반도체 공급난으로 차량 생산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존 재고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공급망 혼란이 줄어들면 재고가 다시 적정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고, 이는 다음 분기 성장률에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오히려 경기 정점논란을 좀 누를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재고 감소 등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애틀랜타연방은행이 집계하는 'GDP 나우'는 이번 분기 6.4% 성장률을 정확하게 예견했습니다. 지난 27일 기존 7.4%를 6.4%로 낮춘 것입니다. 주시할 건 월가의 3분기 GDP 추정치도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라는 겁니다. 최근 골드만삭스도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을 각각 1%포인트씩 낮췄지요.
실망스러운 지표는 GDP 증가율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4일로 끝난 한 주간 실업급여 청구건수도 전주보다 2만4000건 감소한 40만 건으로 집계돼 예상치 38만 건을 웃돌았습니다. 지난 17일로 끝난 주간의 청구건수는 41만9000 개에서 42만4000 건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또 2주 이상 연속으로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17일로 끝난 주에 7000건이 증가한 330만 건에 달했습니다.
전주보다는 줄었지만 40만 건 수준이 이어지는 건 부담스럽습니다. 이것도 '진전'은 있지만 '상당한 추가 진전'에는 못 미치는 겁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을 계속 늦출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실업급여 청구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건 델타 변이 확산이 영향을 줬을 겁니다. 하지만 파월이 전날 밝혔듯 월가는 델타 변이가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기업과 소비자가 전염병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구글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10월로 늦추는 등 일자리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신호가 잡히고 있습니다.
고용 지표 중 월가가 유심히 보는 건 다음 주 6일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7월 신규고용)입니다. 월별 신규고용 수치와 실업률은 가장 중요한 고용 지표지요. 월가는 7월에 약 10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이 85만 개였으니까요.
월가 관계자는 "만약 100만 개 이상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으로 나온다면 테이퍼링 예상 시기가 빨라지면서 금리가 올라갈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고용 지표의 본격적 회복은 학교가 개학하는 9월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침 9시30분 나쁜 지표들에 대한 좋은 해석을 바탕으로 다우는 200포인트 이상(0.6%) 오르는 등 주요 지수는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이런 장세는 별 변화없이 유지되다가 다우는 0.44%, S&P 500 지수는 0.42% 오른 채 마무리됐습니다. 나스닥은 0.11% 상승에 그쳤습니다. 다우는 한때 35171.52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금리도 10년물 국채 수익률 기준 연 1.23~1.28 수준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전날보다 3.8bp 상승한 1.272%로 장을 마쳤습니다. 이날 오후 1시 재무부가 실시한 620억 달러 규모 7년물 국채 입찰은 수요가 저조했지만, 금리에 큰 영향은 주지 않았습니다. 낙찰 금리는 1.05%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1.05%보다 1bp 높게 형성됐습니다. 응찰률이 2.231배로 지난 3월 2.230배 이후 최저였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최근 국채 입찰을 보면 금리가 조금만 더 내려가도 수요가 줄어드는 게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지금 금리가 바닥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바닥없이 하락하는 금리가 시장 우려를 자아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7년물 입찰 결과보다는 애플의 65억 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 소식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애플이 최장 만기 40년짜리 채권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나오자 국채 시장에서 금리가 2bp 가량 오른 겁니다.
돈 많은 애플이 왜 발행할까요? 자사주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외에서 번 돈을 들여와 자사주매입에 쓴다면 들여올 때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채권을 발행해서 쓰면 세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앞으로 기업들의 자사주매입이 본격화되면서 뉴욕 증시의 버팀목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2분기 실적을 보면 기업들의 이익은 급증하고 있으니까요.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국채 금리가 오르지 않는 건 Fed가 2023년 이후에도 기준금리를 기조적으로 올릴 여력이 없을 것으로 전망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9조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부양책을 통해 퍼부었는데도 8%가 아닌 6% 수준의 GDP가 나오는 정도라면 얼마나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크다는 겁니다.
실제 최근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돕니다. 지난 1일자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Fed가 금리 인상해도 몇 번 못 올릴 것"…저금리 지속?)에서 다루기도 했지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국 경제가 회복된 뒤 Fed는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12월까지 0.25%포인트씩 아홉 번 올려 기준금리는 2.25~2.50%가 됐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같은 해 11월에 3.2%로 꼭지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리고 경기가 꺾이자 파월 의장은 다음해 7월부터 다시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펜데믹이 터지기 전 10년물 금리는 지금과 비슷한 1.3~1.5%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부채가 그 당시보다도 훨씬 많아진 상황입니다. 금리를 조금만 올려도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델타 변이에 이어 람다 변이도 번지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지적한 데로 이런 변이가 나올 때마다 경제적 영향은 줄겠지만 어쨌든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재정, 통화 부양책을 지금처럼 계속 쏟아부을 수 있을까요? 한 트레이더는 "Fed가 내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높인다고 해도 한두 번 정도, 정말 최대로 잡아도 다섯 번 기준금리를 올리면 끝이라고 본다"라며 "최근 금리가 내려간 데는 이런 관측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적완화를 처음 실시했던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지난 2014년 "내가 살아있는 동안 기준금리 정상화(4%대)는 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던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이 트레이더는 "시장의 이런 시각을 바뀌려면 100만 개씩 일자리가 몇 달간 생기는 등 고용 지표가 정말 좋게 나오거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법안이 통과돼 부양책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금리가 1.2~1.5%대에서 오랫동안 낮게 머문다면 지금의 주식 밸류에이션은 비싸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S&P 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4300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10년물 금리가 1.9%까지 상승하고, S&P 500의 주가수익비율(P/E)은 22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금리가 연 1.6% 선을 유지한다면 P/E 기준 23배 밸류에이션이 가능하고 S&P 500 지수는 4700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날 실망스러운 경제 지표에도 다우 지수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배경에는 이런 전망과 기대가 일부 자리잡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29일(현지시간) 이런 Fed의 경제 진단, 그리고 향후 테이퍼링의 경로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들이 발표됐습니다.
뉴욕 증시 개장 전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발표됐습니다. 8.4%(전분기 대비 연율)를 예상했는데 6.5%로 나왔습니다. '진전'은 있었지만 확실히 '상당한 추가 진전'은 아닌 겁니다. 지난 1분기 성장률 확정치도 기존 발표치인 6.4%에서 6.3%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원래 2분기는 막대한 재정부양책이 실시되면서 경기 과열 우려까지 일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나온 수치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겁니다. 너무 낮게 나오자 일부에선 통계를 내는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서 팻 핑거(fat finger), 즉 자료 입력 실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수치가 예상에 턱없이 못 미치자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로 지수 선물 등이 내리고, 금리가 급락했을까요?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니 원인이 재고 감소, 연방정부 지출 감소, 주거용 투자 감소 등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민간 재고 감소가 GDP 수치에서 1.13%포인트를 끌어내렸고 정부 지출(-0.27%포인트), 주거용 투자(-0.5%포인트) 등 몇 가지가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미국 경제 활동의 7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는 11.8% 급증해 예상(10.5%)을 웃돌았습니다. 1분기 11.4%보다 높아진 겁니다. 이게 GDP 6.5% 증가 중 5.1%포인트를 차지했습니다. 재고가 줄어든 원인은 뭘까요? 개인 소비를 보듯 수요는 예상 이상의 호조를 보였습니다. 결국,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생산이 제대로 안 되고, 수요는 많다 보니 기존 재고가 줄어들면서 GDP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의 자동차 주문은 이어지고 있는데 반도체 공급난으로 차량 생산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존 재고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공급망 혼란이 줄어들면 재고가 다시 적정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고, 이는 다음 분기 성장률에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오히려 경기 정점논란을 좀 누를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재고 감소 등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애틀랜타연방은행이 집계하는 'GDP 나우'는 이번 분기 6.4% 성장률을 정확하게 예견했습니다. 지난 27일 기존 7.4%를 6.4%로 낮춘 것입니다. 주시할 건 월가의 3분기 GDP 추정치도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라는 겁니다. 최근 골드만삭스도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을 각각 1%포인트씩 낮췄지요.
실망스러운 지표는 GDP 증가율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4일로 끝난 한 주간 실업급여 청구건수도 전주보다 2만4000건 감소한 40만 건으로 집계돼 예상치 38만 건을 웃돌았습니다. 지난 17일로 끝난 주간의 청구건수는 41만9000 개에서 42만4000 건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또 2주 이상 연속으로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17일로 끝난 주에 7000건이 증가한 330만 건에 달했습니다.
전주보다는 줄었지만 40만 건 수준이 이어지는 건 부담스럽습니다. 이것도 '진전'은 있지만 '상당한 추가 진전'에는 못 미치는 겁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을 계속 늦출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실업급여 청구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건 델타 변이 확산이 영향을 줬을 겁니다. 하지만 파월이 전날 밝혔듯 월가는 델타 변이가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기업과 소비자가 전염병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구글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10월로 늦추는 등 일자리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신호가 잡히고 있습니다.
고용 지표 중 월가가 유심히 보는 건 다음 주 6일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7월 신규고용)입니다. 월별 신규고용 수치와 실업률은 가장 중요한 고용 지표지요. 월가는 7월에 약 10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이 85만 개였으니까요.
월가 관계자는 "만약 100만 개 이상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으로 나온다면 테이퍼링 예상 시기가 빨라지면서 금리가 올라갈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만 "고용 지표의 본격적 회복은 학교가 개학하는 9월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침 9시30분 나쁜 지표들에 대한 좋은 해석을 바탕으로 다우는 200포인트 이상(0.6%) 오르는 등 주요 지수는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이런 장세는 별 변화없이 유지되다가 다우는 0.44%, S&P 500 지수는 0.42% 오른 채 마무리됐습니다. 나스닥은 0.11% 상승에 그쳤습니다. 다우는 한때 35171.52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금리도 10년물 국채 수익률 기준 연 1.23~1.28 수준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전날보다 3.8bp 상승한 1.272%로 장을 마쳤습니다. 이날 오후 1시 재무부가 실시한 620억 달러 규모 7년물 국채 입찰은 수요가 저조했지만, 금리에 큰 영향은 주지 않았습니다. 낙찰 금리는 1.05%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1.05%보다 1bp 높게 형성됐습니다. 응찰률이 2.231배로 지난 3월 2.230배 이후 최저였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최근 국채 입찰을 보면 금리가 조금만 더 내려가도 수요가 줄어드는 게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지금 금리가 바닥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바닥없이 하락하는 금리가 시장 우려를 자아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7년물 입찰 결과보다는 애플의 65억 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 소식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애플이 최장 만기 40년짜리 채권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나오자 국채 시장에서 금리가 2bp 가량 오른 겁니다.
돈 많은 애플이 왜 발행할까요? 자사주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외에서 번 돈을 들여와 자사주매입에 쓴다면 들여올 때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채권을 발행해서 쓰면 세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앞으로 기업들의 자사주매입이 본격화되면서 뉴욕 증시의 버팀목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2분기 실적을 보면 기업들의 이익은 급증하고 있으니까요.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국채 금리가 오르지 않는 건 Fed가 2023년 이후에도 기준금리를 기조적으로 올릴 여력이 없을 것으로 전망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9조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부양책을 통해 퍼부었는데도 8%가 아닌 6% 수준의 GDP가 나오는 정도라면 얼마나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크다는 겁니다.
실제 최근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돕니다. 지난 1일자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Fed가 금리 인상해도 몇 번 못 올릴 것"…저금리 지속?)에서 다루기도 했지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국 경제가 회복된 뒤 Fed는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12월까지 0.25%포인트씩 아홉 번 올려 기준금리는 2.25~2.50%가 됐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같은 해 11월에 3.2%로 꼭지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리고 경기가 꺾이자 파월 의장은 다음해 7월부터 다시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펜데믹이 터지기 전 10년물 금리는 지금과 비슷한 1.3~1.5%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부채가 그 당시보다도 훨씬 많아진 상황입니다. 금리를 조금만 올려도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델타 변이에 이어 람다 변이도 번지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지적한 데로 이런 변이가 나올 때마다 경제적 영향은 줄겠지만 어쨌든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재정, 통화 부양책을 지금처럼 계속 쏟아부을 수 있을까요? 한 트레이더는 "Fed가 내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높인다고 해도 한두 번 정도, 정말 최대로 잡아도 다섯 번 기준금리를 올리면 끝이라고 본다"라며 "최근 금리가 내려간 데는 이런 관측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적완화를 처음 실시했던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지난 2014년 "내가 살아있는 동안 기준금리 정상화(4%대)는 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던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이 트레이더는 "시장의 이런 시각을 바뀌려면 100만 개씩 일자리가 몇 달간 생기는 등 고용 지표가 정말 좋게 나오거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법안이 통과돼 부양책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금리가 1.2~1.5%대에서 오랫동안 낮게 머문다면 지금의 주식 밸류에이션은 비싸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S&P 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4300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10년물 금리가 1.9%까지 상승하고, S&P 500의 주가수익비율(P/E)은 22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금리가 연 1.6% 선을 유지한다면 P/E 기준 23배 밸류에이션이 가능하고 S&P 500 지수는 4700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날 실망스러운 경제 지표에도 다우 지수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배경에는 이런 전망과 기대가 일부 자리잡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